은평을 대한민국 녹색 수도로
[인터뷰] "정의당의 녹색화" 꿈꾸는 김제남 의원
    2016년 02월 02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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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김제남 의원을 인터뷰했다. 10여년이 넘게 녹색연합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가 통합진보당을 통해 의원으로 입성했고 지금은 정의당의 의원이다. 은평을 지역에서 ‘녹색정치’ ‘진보정치’의 이름으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겨룬다. 지난달 27일 김 의원의 은평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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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권 <레디앙> 편집장 : 김제남 의원하면 ‘녹색정치’ 이미지가 강하다. 출마선언에서도 녹색정치를 화두로 던졌는데, 현재의 녹색정치의 의미와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제남 정의당 의원 : 환경운동과 녹색정치의 공통점이라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일단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녹색정치는 과거 한 25년 전에 했던 환경운동의 경험을 정치의 영역에서 사용한다는 거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자원과 그것을 다루는 법과 예산, 권력이 동원되는 정치의 영역에서 이것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이걸 직접 다루는 일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 환경 ‘운동’ 영역과 녹색 ‘정치’ 영역은 조금 다르다. 환경운동은 현장에서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폭로하는 이슈파이팅이 많다. 하지만 녹색정치는 더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가지고 뛰어들어 해결하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법이 있다면 그 법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자연을 지키는 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또 지구의 자원이 특정 기득권을 위해서만 쓰였다면 녹색정치는 사회약자, 생물약자가 자연이 주는 물과 공기 등 생태계의 혜택을 누리도록 법과 예산의 범위로 다루는 것이 녹색정치다.

나는 25년 동안 환경운동의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본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김제남의 녹색정치의 장점이라 하면, 정치도 그렇지만, 모든 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실력, 열정은 ‘경험’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경험은 확신, 누가 빼앗아가려고 해도 빼앗아갈 수 없는 자기 확신에 찬 열정과 가치를 만든다. 그러면서 (녹색연합에서 활동한 20년간의) 경험이 저의 큰 장점이다. 국토, 강, 산, 기후, 에너지 등 웬만한 환경 문제를 다 다뤘고, 2012년엔 탈핵 관련 핵발전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핵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환경적 재앙을 알렸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비례의원을 하는 지난 4년 동안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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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남 의원(이하 사진은 유하라)

정종권 : 녹색정치에 대한 열정, 가치, 철학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실천적 경험 속에서 (녹색정치의 철학이) 검증되고 체화됐다는 얘기인 것 같다.

김제남 : 정치인과 정당은 어떤 관계인가. 녹색정치를 펼쳐갈 수 있는 것도 김제남 한 명의 정치인의 힘으론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펼쳐갈 수 있는 공적인 권력 획득의 목표를 두고 있는 정당이 필요한 거다. 그렇다면 ‘왜 김제남은 녹색당이 아닌 정의당을 선택했나’ 라고 물을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정의당이 저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엔 진보정당이 그런 것(녹색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줄 알았다. 한편에선 녹색당 같은 당이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녹색정치를 펼칠 인재들을 당에 영입해서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이 당이 노동의 권리뿐 아니라 노동의 권리의 토대가 되는,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도 아이들도 건강하게 노동하며 살아가기 위한 녹색가치도 지킨다고 하니 적극적으로 녹색정치를 정의당에서 펼쳐보겠다, 그게 참여하고 함께 한 이유였다.

녹색정치를 시작할 때 어떻게 환경운동을 시작할 것인가에 모델, 이른바 저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것이 가까운 곳에 있지 않았다. 찾아서 헤매다가 접한 것이 독일의 녹색당이었다. 독일 녹색당의 강령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정말 웬만한 것이 다 담겨있었다. 물, 공기, 자연만 아니라 사회약자, 노동존중 등 특히 저에게 굉장히 신선한 건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그때 독일의 녹색당은 혼자의 당으로 바로 성장하기보단 바탕에 반핵 평화나 생명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대중적 사회운동이 토대가 돼서 거기서 성장한 사람이 녹색당을 만들고 녹색당으로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행위를 했다. 그것을 보고 당시에 환경단체를 만들어서 10년 정도 대중적 기반 위에서, 대중 활동 속에서 김제남을 포함한 인재들을 잘 키워서 녹색당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당시 독일의 녹색당 강령으로 깨달은 것은 이미 성장 만능은 진보가 아니라 낡은 가치가 됐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우리의 진보는 성장 만능으로 인해 만들어진 부작용을 해결하며 미래세대가 살아갈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의 가치는 인간 중심의 물질 성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연과 미래세대가 공존하고 살아가느냐, 그런 것을 독일 녹색당 강령으로 깨달았다. 당시가 90년대 초반이니까 굉장히 빠른 깨달음이었다(웃음).

그때 만해도 진보 속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를) 성장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성장의 파이를 어떻게 하면 평등하게 나눌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이제는 그걸로 안 된다는 거다. 파이를 나누는 것을 넘어 성장의 파이가 되는 물적 토대인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자연을 계속해서 착취하고 성장의 힘을 만들어내면 성장의 동력이 되는 자연은 착취의 결과로 완전히 망가진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자연 토대들은 무너진다. 그런 것이 김제남이 생각하는 진보의 가치다.

진보란 미래를 향하는 것, 어떤 것에 머무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그 시대가 요구하는 걸 응답하고 화답하는 것, 인간의 물적 토대인 지구, 자연, 자원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것이 진보의 책임이기도 하다.

정의당의 녹색과 녹색당의 녹색

정종권 :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다. 진보정당은 노동, 녹색, 여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데 정의당은 노동 이미지는 강한 반면 녹색, 여성은 약한 것 같다. 녹색당의 녹색정치와 정의당 김제남의 녹색정치에 대한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또 정의당의 시각에서 녹색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나.

김제남 : 지금의 녹색당이나 정의당의 김제남 녹색정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녹색당의 역할도 강화가 됐으면 하고 반드시 원내 진출해서 함께 녹색의 외연을 확장했으면 한다.

다만 정의당은 녹색만으론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의 정당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시대적 요구를 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 가지만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녹색, 노동, 미래세대 등 모든 진보의 가치를 함께 실현해야 한다. 녹색만 진보가 아니고 노동만 진보가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정의당은 미래 정당으로서 대안 정당이라고 본다. 김제남이 정의당을 통해 하고 있는 녹색정치가 옆에 있는 녹색당과 같이 연대하면 더 빛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녹색당이 반드시 원내 진출을 하길 바란다.

정종권 : 녹색당은 녹색,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적색 이라는 오해는 불식하자는 말인가.

김제남 : 그렇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2000년 초 노조주의가 강한 사민당이 녹색당과 적록연정을 했다. 지금 사민당을 보면 녹색당이 있음에도 상당히 녹색화됐다. 사민당 안에 노동과 녹색이 균형있게 잘 만들어져 가면서 다른 정당에도 영향을 줬다. 시대의 가치는 특정정당의 전유물이 아니고 정당은 시대의 가치를 통해서 사회를 바꿔가려고 하는 거니까.

정종권 : 정의당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동만이 아니라 김제남의 녹색, 또는 여성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녹아들고 있다는 이미지를 김제남이라는 개인이 조금 더 대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녹색당과도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보정당에 관한 질문하겠다. 통합진보당으로 출발해서 정의당 의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4년은 진보정치의 분열과 분화 그리고 재통합의 우여곡절을 겪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 대한 한국 진보정당의 현실, 약점과 강점, 가능성은 뭐라고 보나. 객관화된 눈으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김제남 : 과거 진보정당의 이미지가 ‘이념과 주의’ 주장만 하는, 노조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면 분열과 부침을 겪으면서 토론과 논쟁도 많아졌고 일부 진보정당은 헌재에 의해 당이 없어지는 일까지 생겼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아픔도 많고 상처도 많지만 이런 경험과 토대를 통해 진보가 대중적 영역으로 많이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저는 어딜 가도 좀 더 현장에서 다양한 우리 사회 약자, 서민들 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려면 써먹을 수 있는 진보가 돼야 한다. 토론만으로 끝나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진보가 주장하는 바를 가지고 놀고 그걸로 재미를 보고 확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써먹을 수 있는 진보, 실용적인 진보가 됐으면 한다. 수없이 많은 논란과 분열, 성찰의 결과가 그렇게 나오길 바라고 지금 그렇게 모아져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4자 연대(정의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더하기, 국민모임) 과정이 그런 성찰의 결과물로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결과가 나오려면 이제 주의 주장 가지고 말로만 진보하지 말자, 싸울 때 싸우는 진보가 되자는 거다. 그 싸운다는 것이 진짜 누가 더 서민, 노동자의 현장 속에 뿌리 내리고 있는지, 누가 더 그들을 대변하고 있는지, 앞장서서 몸 바쳐 싸우는지, 그것을 가지고 유권자가 진보의 실력을 판단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러면 더 잘 싸우는 진보가 되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놓여있는 한계는 하나의 독립적인 정당으로서 존립해야 하는데 여전히 양당 중심 기득권 정치가 강력하다보니 원내 진출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는 거다. 노동당, 녹색당과 같은 원외 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다. 더 나아가 국회 들어가도 안건과 의사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원내교섭단체가 돼야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써먹을 수 있는 진보의 실력과 역량을 갖추게 되는데, 우리의 정치 토대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그 속에서 생존의 문제, 원내정당으로서 존립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닥친 가장 큰 위기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하다. 다양한 정당이 존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 선거제도가 없는 것이 이 한계를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의당은 이번에도 정당 지지에 비례하는 비례의석 확보를 위해 뛰었지만 결과적으론 비례대표 의석수는 더 줄어 양당 정치만 더욱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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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과 시민운동, 그 관계는?

정종권 : 말한 것처럼 진보정당이 하고자 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힘과 능력, 권력을 가져야 하는데 초창기라서도 그렇고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대한 강한 집착, 정치제도 등 때문에 힘든 것도 있는데 그럼에도 이를 뚫고 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한 축에선 노조, 노동운동과의 동맹 등을 통해 힘을 가져야 하는 것도 있고 또 하나는 시민운동, NGO, 협동조합 등의 이해관계와 지향을 대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와 진보정당이 정치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는 큰 전선은 만들어졌는데 시민단체와의 연대는 미진한 것 같다. 진보정당에 참여한 시민운동의 주요 활동가는 김제남·박원석 의원이 유이하다는 것이 그렇다. 그렇다고 특정 여성단체 대표를 하면 거의 100%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그런 정치관행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민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결합은 취약해 보이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나.

김제남 : 고민은 많았지만 시민운동과 시민정치를 놓고 보면 솔직히 저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 같다.

시민단체와 녹색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탈핵, 에너지, 국토, 지구, 환경보호 등 관련 정책에 대해선 충분히 협력해 활동한 것 같다. 하지만 조직적 성과를 놓고 보면 시민운동은 시민운동대로, 정당운동은 정당운동대로 따로 움직였다. 시민운동 속에서 인재를 발견해서 정당의 외연을 넓히는 식의 정의당 내 녹색정치 인재 양성까진 하지 못했다. 여전히 김제남만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선 돌아볼 점이 많다.

정종권 : 한국의 중요 환경단체 중 하나인 녹색연합의 사무처장을 13년 넘게 했으니 당내에서 그런(시민운동의 진보정치 참여와 협력) 기대도 있을 법하다.

김제남 : 맞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책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전국의 원전문제, 핵발전소 문제, 재생에너지 확대 문제 등 탈핵 에너지 환경 단체와 협력해왔다. 뭐든 나 혼자 한 게 없다. 현장을 다니거나, 법을 만들거나, 원전비리 규탄을 할 때도 NGO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녹색정치의 외연확장이 됐는가 돌아보면 조직적 성과는 거의 내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다.

사실 더불어민주당도 선거 등 때가 되면 외부 인사를 한두 명씩 영입하는 것으로 끝난다. 태생적으론 시민운동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운동이 ‘정당’화하는 게 아니고 시민운동은 시민운동대로 정치와 연계해서 녹색운동 등이 활성화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보고 내가 정의당에서 할 일은 지역이나 당원 중에 적극적으로 녹색정치를 할 수 있는 그룹을 튼튼하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본다. 정의당이 ‘거의 녹색당 같네?’ 할 정도로 김제남 같은 사람을 만들어내고 그런 사람들이 정의당 안에서 활동하게끔 해야 하는데 그거 하지 못한 건 굉장한 저의 불찰이다. 앞으로 주어진 숙제이고 저 당은 정의당이냐, 녹색당이냐 할 정도로 녹색 의제가 들끓어야 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행동 부대들이 생겨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김제남의 과제라고 본다.

정종권 : 시민단체 활동가가 국회의원으로만 당에 오는 게 아니라 정책가로도 왔다가 다시 시민단체로 돌아갈 수 있고, 그런 식으로 피드백이 많이 됐으면 하는데 시민단체는 정치적 중립 때문에 정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한 것 같다. 늘 정책만 해버리고 끝나버리니까 환경 부문에 있어 약한 것 아닌가. 당내에서 그런 역할은 어찌됐든 김제남·박원석 의원이 해야 할 것 같다.

김제남 : 지금 대한민국은 정당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는 시기하고 생각한다. 앞서 과거 진보정당은 주의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처럼 느껴지다가 지금은 대중적인 진보정당에 대한 이해, 참여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처럼 시민운동과 정당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개념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정당은 나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조직이고 대한민국 국민 중 정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반드시 정당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정당 정치를 왠지 터부시하는 문화다. 이런 문화는 결국 기득권이 만들어 온 거다. 자기들만의 정치를 누리기 위해서 다수의 국민들이 정당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아온 거라고 본다. 그것이 좋은 의미론 정치적 중립성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탈정치, 비정치 더 나쁘면 정치혐오까지 가는 것이다. 시민운동에 있어서도 최소한 예외만 두고 모두가 정당으로 참여하고 조직 내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주고받아지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고 단체가 바로 정당과 같은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순결성,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허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의정활동에서 해외자원개발 문제, 원전 비리 등 적지 않은 의정활동의 정책적 성과를 제법 낳았는데 지지층에게 정치적 중량감이나 존재감있는 정치인으로 커나가진 못한 것 같다. 특히 몇 안 되는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은 유능한 입법가로서의 역할과 함께 진보정당의 지도자, 리더로서의 역할도 요구받는다. 재선이 된다면 당연히 정치 리더로서의 역할을 많이 요구받을 텐데 이런 맥락에서 지난 4년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본인에 몇 점을 줄 수 있을 거 같나.

김제남 : 돌아보면 당에서 탈핵, 에너지, 환경, 녹색정치 영역의 정책은 참 많이 했다. 국감을 통해 파헤쳐진 것도 많고. 구체적인 전문영역에 있어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의제든 정책개발의 전문성이든 입법의 전문성이든 그런 점들은 최선을 다해서 뛰어온 것 같다. 스스로 평가해도 낙제점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능력 있는 정치인인가로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것 같다고 스스로 느낀다. 과거 녹색운동을 해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에 와서도 이런 문제 파헤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바로잡기 위한 법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무난했지만 정치적 훈련은 해볼 기회가 없었다. 결국 정치적 훈련은 권력을 다루는 일인데 권력을 다루려면 상대와 싸움판에서 겨루기도 해야 한다. 그 결과로 권력을 가져와서 고루 형평하게 나누는 것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한 타협도 해야 하고 그런 경험도 해야 한다. 저는 그 경험을 정의당에 와서 이제 막 한 거다. 정의당에서 비례의원 하는 4년 동안 정치인의 능력은 정치적 경험에 비례한다고 느꼈다. 4년 동안 정치적으론 미숙했지만 또 그만큼 다져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은평구 주민들 만날 때면 ‘이제 윤이 나기 시작하려고 한다’, ‘이제 갈고 닦아지면서 쓸모 있어졌다’ 이런 말을 한다.

저는 원래부터 정치인으로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해보니까 이제 쓸모가 생긴 정치인으로 바꿔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제가 20대 국회에서 또 한 번 활동의 경험을 하고자하는 욕구도 굉장히 커진다. 그동안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정책 개발만 해왔는데 앞으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이른바 핵 없는 사회를 위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서 이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누구와 싸워야 할지, 누구를 대변해야 할지 명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재오와 임종석 그리고 김제남

정종권 : 지역구 출마에 관하 질문하겠다. 은평을은 새누리당 이재오라는 거물 정치인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임종석,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의당 고연호 등이 거론되는데 이들에 비해 김제남의 경쟁력은 뭔가.

김제남 : 과거 낡은 정치의 틀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시대를 어떻게 개척해 나가느냐가 문제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그냥 일자리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 정의당에서 배웠다. 또 아이 키우는 30, 40대 부모들이 겪고 있는 주택난, 보육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도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부터 무상보육, 무상복지 뿌리를 만들어왔고 누리과정도 2000년 초 민주노동당의 무상교육의 씨앗에서 발화돼서 꽃이 피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몸에 배우고 익히고, 한마디로 말하면 검증됐다는 거다.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입법, 예산 확보, 권력 배분 등 4년 동안 당 내에서 경험 속에 익혀서 검증됐다는 것이 김제남 장점이다.

‘그럼 이재오는 아닌가? 더 오래했는데’ 라는 질문이 나온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은 20년 동안 지역구 의원을 해왔지만 은평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 고루한 고목으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목소리이고 바꿔야 한다는 변화의 열망이 강하다. 그걸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실력을 갖춘 검증된 정치인일 때 가능하다. 항상 주민들 곁을 지키고 주민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뛸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게 놓고 보면 김제남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15년 이상 은평에서 살면서 성장했고 나는 주민들이 키워준 정치인이다. 30, 40대 부모들이 아이 낳아 잘 기르고 오래 살고 싶은 서민의 동네에 대한 열망,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 만들어주고자 하는 열정 그것은 20년 기득권에 의존해 정치해온 사람에게는 기대할 수 없다. 주민들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할 수 있는 경험과 훈련을 4년 동안 해왔고 미래세대를 위한 녹색가치, 녹색운동의 뿌리가 20년 이전까지 보태져 있다는 것이 김제남의 경쟁력이다.

예컨대 은평을 둘러싼 북한산 둘레길이 있는데 한쪽 코스를 보니까 둘레길 주위로 송전탑이 펼쳐져 있다. 송전탑이 과연 앞으로 우리의 삶과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나는 둘레길 중심으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재연해서 21세기 르네상스의 씨앗을 은평에서 만들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과 송전탑은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서편제를 보면 광활한 자연 풍경이 나오는데 요즘엔 그런 장면 연출하기 어렵다. 송전탑 때문에. 미래 지향을 가지고 나아가려면 송전탑은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예산도 들어가야 하겠지만 결국 국민의 세금은 그렇게 쓰이는 거다. 무궁무진한 비전과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공의 혜택을 받고 살아갈 꿈을 갖고 있다 .

또 하나는 과거에는 국회의원 한 명이 예산을 가져오면 되는 식의 굉장히 시혜적이었다. 이건 올바른 정치가 아니라고 본다. 경제 위기를 대기업 의존해서, 국회의원 한 사람이 가져오는 예산에 의존해선 안 된다. 은평이라는 공동체 안에는 무궁무진한 자원이 굉장히 많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자원을 조정하고 연대해서 결국 그 자원들이 시너지가 나게끔 해서 은평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경제가 굴러가게 해야 한다. 은평 주민들이 각각의 주체가 돼야 한다. 상인들의 자원을 동원해 어떻게 상권 공동체를 만들어 갈지 고민하고 협동조합 등의 힘을 모아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외부에 의존만 하면 에너지 위기가 왔을 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 우리 마을 공동체에는 에너지, 경제 위기가 와도 외부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경제·사회적 돌봄과 공공이익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 김제남은 그런 경험이 쌓여있는 사람이고 그런 분들과 네트워킹이 돼 있다. 김제남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킹이 곧 주민의 네트워킹이 될 수 있다.

정종권 : 대도시에서 약점이 있다면 공동체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거다. 은평에서 나고 자라고 20년 이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 세입자들의 경우 길어도 2~3년 살고 이사 가는 경우가 많다.

김제남 : 은평이 다른 지역보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건 두 가지다. 내 또래도 은평에서 30년 넘게 산 사람이 많다. 그러다보니 사람 간의 정이 있고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고자 하는 힘이 크다. 공동체에 대한 지향이 굉장히 높다는 거다. 다른 지역보다 협동조합이나 풀뿌리가 빨리 안착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경제적 문제도 그렇다. 은평에서의 경제인구 중 다른 지역으로 가 직장 생활하는 분들도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은평 내 상권에서 경제 활동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은평에선 상권 공동체, 이 안에서 돌아가는 경제 모델에 대한 갈구가 높다. 저는 그런 요구에 대한 응답할 준비가 돼 있고 그동안 정치활동, 경험 속에서 다져진 노하우가 발휘될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꿈을 좀 길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평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정치인으로서 권한은 최대한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또 한편에선 주민들의 활력이 자원,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고 주민참여의 기반과 인프라를 넓혀주는 일 또한 같이 해야 한다.

정종권 :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꺾기 위해 야권연대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은 없나.

김제남 : 있다. 보편적으론 너무 살기 힘들다고 하신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렇게 살기 힘든 서민들의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서민의 삶에 밀착한 실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도 하신다. 당이니 뭐니 다 중요하지만 정말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다 바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정치인에 대한 갈망이 크다. 그러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하는데 일여다야 구도이다 보니 야권이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힘을 잘 모아라 얘기도 하신다.

오늘도 많이 들은 이야기가 더불어민주당이랑 통합하냐는 거였다. 범야권전략협의체에 대한 것 때문인데 이 협의체는 향후 대선까지 국민이 이기는 정치,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의 전략적 협의에 대한 필요다. 그 과정에 총선이 놓여 있는 거고 그러면 구체적으론 정책 연대부터 사람연대까지 논의가 될 수 있다. 통합은 올바르지도 가능하지도 않지만,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요구도 적지 않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야권연대는 공학적 연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변화, 어떤 변화, 누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종권 : 이재오 현 의원과 상대하는 야권의 다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이나 국민의당 고연호 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의견이 있다면?

김제남 : 조심스러운 평가지만, 임종석씨는 지역에서 성장한 후보가 아니다. 공동체 문화가 강한 은평지역에서는 이런 분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또다른 패배를 불어오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또한 이 분이 과거에 성실한 국회활동을 했는지도 의문이고, 은평을 총선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디딤돌로 이용하고, 왔다가 떠날 것이라는 비판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연호씨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신 분인데 갑작스럽게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여러 번 지역에서 도전했지만 실패한 것에 측은지심의 여론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고 본다.

김제남2

‘정의당의 녹색화’는 나의 과제

정종권 : 당선되면 재선 국회의원이 되는 건데 당선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 두 가지만 말해달라. 구체적으로.

김제남 : 너무 많다. 우선순위로 별로 말하면 은평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에너지와 녹색이 어우러지는 녹색에너지 도시로 은평을 이끌고 싶다. 서울에서 가장 녹색 친화적이고 에너지 효율의 자치구를 만드는 것. 박근혜 정부도 에너지 신산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은평의 녹색 에너지 산업을 일구겠다는 것이 저의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공장을 만든다는 건 아니다. 녹색이나 에너지 분야는 굉장히 첨담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이기도 해서 은평 내 뉴타운은 뉴타운대로 에너지 자립형, 녹색 생태 친화적인 뉴타운으로 개발하고 뉴타운 밖에 있는 오래된 건물은 재개발 방식이 아닌 에너지 효율적인 도시재생을 하는 거다. 자연요소도 들어오고 도시재생을 할 수 있는 건축, 에너지와 관련된 기술자 그룹이 혁신파크에 들어와도 좋을 것 같다. 뉴타운 인근에 들어와도 좋고. 에너지 공기업도 유치하고 그런 힘들로 은평을 녹색에너지 제1도시로 만들고 싶다.

정종권 : 롤모델이 있나.

김제남 : 독일에 프라이부르그라는 녹색, 에너지 도시가 있다. 전 세계에 있는 지자체장들이 찬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하는 도시다. 은평하면 독일의 프라이브루크처럼 녹색과 에너지가 어우러지는 ‘대한민국 녹색 수도’와 같은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꿈이다. 구체적으로 들면 아까 말한 은평 둘레길을 중심으로 한 도시 재생이다.

정종권 : 지역구의 문제와는 별개로, 해보고 싶은 사업, 정책 등이 있다면 뭔가.

김제남 : 정의당이 녹색당이냐고 할 만큼 만들지 못했는데, 이것은 앞으로의 저의 과제다. 때문에 정의당의 녹색화가 큰 과제다. 정의당이 녹색화되면 결국 정치가 녹색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녹색정치가 가장 보편적인 정치의 가치가 되도록 만드는 것. 녹색정치를 가장 중요한 정치 축으로 만드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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