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와 특권의 대물림,
    '금수저 흙수저론' 실증적으로 확인
        2016년 02월 01일 1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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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자녀의 삶이 결정된다는 의미의 ‘금수저·흙수저론’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력·직업·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과거 산업화 시대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다는 내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유진 연구위원 등은 지난 달 31일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Ⅱ – 사회통합과 사회이동’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사회가 지금까지의 역동성을 확보하면서도 갈등이 일정 수준에서 관리되는 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상당 부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사회이동의 제고는 그 자체로 사회통합을 증진하며 물적 토대의 결과로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보고서는 부모의 배경과 계층 사다리의 도구인 교육 등이 계층 이동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세대 간 학력 대물림은 더 강해지는 추세다. 최근세대로 올수록 고학력 아버지의 자녀가 고학력일 확률은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아버지 학력이 높을수록 본인의 학력도 높게 유지됐다. 가령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인 경우 본인의 학력도 중졸 이하인 비율이 16.4%에 달했다. 반면 아버지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인 경우, 아들도 대학 이상의 고학력인 비율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대에서 각각 64.0%, 79.7%, 89.6%로 나타났다.

    더욱이 산업화-민주화-정보화 세대로 갈수록 하위계층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했던 집단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들의 노동시장 지위(근로형태)나 근로소득(분위별 분포)에 있어서 상대적인 우위도 줄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이 계층 사다리의 수단으로의 기능하는 정도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노력을 통한 교육성취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없다면 유리천정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직업 계층 세습도 확인됐다. 아버지의 직업이 관리전문직이면 아들의 직업도 관리전문직인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아버지의 직업이 단순노무직이면 아들의 직업도 단순노무직인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15세 무렵 아버지의 계층에 따라 아들이 특정 계층에 속할 확률도 높았다. 아버지가 중상층 이상인 경우 자식 또한 중상층 이상에 속하고 아버지가 하층인 경우 자식 또한 하층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직업 계층의 대물림은 자연스럽게 임금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됐다. 부모의 학력과 더불어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자식의 임금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계층 고착화에 있어선 어릴 때 상층이나 중상층이었던 사람들은 현재도 상층이나 중상층에 속할 확률이 다른 집단보다 확연히 높았다. 15세 무렵 하층에 속했던 사람이 현재도 하층일 확률이 높고, 다른 계층으로의 이동이 상당히 어렵다.

    계층의 대물림, 계층의 고착화 현상은 특히 상층과 하층에서의 계층에서 매우 심하게 일어났다. 일정 이상의 상향 이동은 사실상 매우 힘든 상황이 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들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역동성과 통합은 상당 부분 ‘계층 상승의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노력하면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중산층 혹은 그 이상으로도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는 한국 사회를 매우 역동적이고도 신속하게 경제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점점 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본인의 지위 또한 상당 부분 결정되게 된 현실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과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나아가 좌절과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연구진들은 어떤 면에서 사회 이동의 경험은 사회통합에 ‘독’이 되기도 한다고도 했다. 산업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성공한 이들은 현재의 청년들을 ‘나약한 젊은 녀석들’, ‘노력하지않는 녀석들’, ‘그 정도의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하는 녀석들’이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대물림 현상’을 기회와 결과의 평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 중 하나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극복 대상으로 삼았다. IMF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수용하면서 일자리의 질을 급격하게 악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청년 세대의 경우 노동시장 진입 자체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오히려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안정 수단으로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엔젤 펀드와 실업부조 제도의 도입, 취업성공패키지의 지원 대상 확대, 청년층을 위한 주택지원 등이 기회의 평등으로 제고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시했다.

    분배 구조의 양극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분배 구조가 지나치게 양극화되는 경우 더 이상 교육에의 투자가 매력적이지 않게 되는데, 이는 우리사회 발전의 큰 축이었던 교육투자의 중단을 의미한다. 기회의 불평등을 재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결과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노동시장에서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는 1일 당 상무위에서 “이 연구보고서는 세간에서 얘기되는 ‘금수저, 흙수저’론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계층이 고착화되고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부와 특권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말이고 정직한 노동과 청년들의 노력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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