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공무원 시험,
    핵심 선발기준이 '애국심'
        2016년 01월 27일 08:3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부가 행정고시 등 공무원 시험에서 ‘애국심’을 핵심 선발 기준으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사상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후 빠르면 이번 주 안에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의 공직가치 준수·실현이 의무조항으로 규정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책임성, 청렴성, 애국심 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반면 개정안 입법예고 때 제시된 민주성, 공익성, 도덕성, 투명성, 공정성, 다양성 등 공직자가 갖춰야 할 필수 가치 9개는 평가 항목에서 삭제됐다.

    하강식

    영화 ‘국제시장’의 태극기 하강식 모습

    야당과 공무원노조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 평가 기준으로 규정된 애국심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사상검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국심을 빙자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응시생을 걸러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7일 국회 브리핑에서 “추상적 관념인 애국심을 명목으로 공무원 시험생들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러한 개정 방향은 공무원 조직을 더욱 획일화시켜 폐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애국심이라는 말로 포장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공무원을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공무원 채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과거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 정권을 국가와 동일시하며,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나라사랑으로 둔갑시키던 이데올로기가 바로 애국심”이라며 “이것은 소신을 갖고 국민을 섬길 공무원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정부에 충성할 기계를 찾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한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애국심 이데올로기 강요로 공무원 사회를 통제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공직가치라는 포괄적이고 규율로서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개념을 명시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애국심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민주국가의 공무원법에 적시한다는 자체가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대한민국 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분명히 못 박고 있다”며 “현 정권은 공직자의 역사관과 사상을 제 입맛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반헌법적인 망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5급 공무원 공채 면접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원전 문제 갈등 조장 세력’, ‘공무원으로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질문해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다. 또한 같은 해 9급 세무직 공무원시험에도 응시생들에게 애국가 4절 부르기, 국기에 대한 경례 암기하기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