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견 확대 허용하면
    노동자 처우 나아질까?
        2016년 01월 26일 07: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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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4법 가운데 핵심쟁점인 파견법 개정안을 두고 당·정·청은 열악한 용역노동자의 처우와 저임금 문제를 파견 노동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취지라며 이를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한다.

    용역노동자보다 파견노동자의 처우가 더 좋으니, 파견을 전면 허용해 중장년층 일자리도 늘리고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를 합법 파견노동자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파견 노동자의 삶은 용역 노동자보다 나을까.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 고소득 전문직 약 400개 업종, 제조업 뿌리 산업에서의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제단체는 이 같은 법안을 적극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대기업의 불법파견에 면죄부와 파견 형태의 비정규직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더민주, 기활법 등에 이어 노동4법도 내어주나

    문제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정부여당의 주장이 연일 파견법을 반대한다고 외쳐대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되풀이된다는 데에 있다. 여당의 협상 파트너 중 하나인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면서도 정부여당과 같은 이유를 들며 파견 범위 확대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 정책위의장은 과거 기간제법, 파견법 등을 만든 인사 중 하나다.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새누리당의 파견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파견의 범위를 조금 넓혀줘서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든지 또는 파견 근로자보다 더 근로조건이 나쁜 도급이라든지 용역 근로자들이 있다. 이런 노동자들을 파견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든지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의 법안은 안 되지만 제가 말씀드린 그런 방향으로 내용을 바꾼다면 검토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일자리가 없는데 파견이 도입되어서 일자리가 생기면 좋은 일”이라며 “파견노동자라는 게 용역이나 순차적인 도급보다는 나은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

    파견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해 노동력을 사고파는 고용형태다. 근로기준법 제4조에 따라 노동력 제공에 제3자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근로기준법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파견에 대해선 ‘인신매매’라는 비판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파견’이라는 고용형태 자체는 사용자의 모호하다는 본질적 특성 때문에 노동조건이 좋을 수 없는 구조다. 불법파견을 합법화 한다고 해서 노동조건이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김혜진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정책실장은 “직접고용과 달리 제3자가 고용관계에 개입하는 형태는 사용자가 분리되어 책임이 분산되고, 중간착취가 발생하기 때문에 노동자 권리 실현을 저해한다”면서 또한 “대부분 최저임금으로 고착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용역이든 다르지 않은 현실에서 합법파견이 용역, 도급보다 노동조건이 낫다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이거나 그저 우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파견 확대를 통해 용역·도급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현재 합법 파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특히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 파견 허용은 제조업 노동자 전반을 ‘호출형 노동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 물량변동 많은 제조업의 경우, 파견을 허용해준다면 정규직 노동자는 대폭 줄이고 물량이 많을 때만 호출해 노동자를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호출형 노동은 이미 일본에선 일상화된 사례이기도 하다.

    파견

    파견법 개정안 반대 회견(사진=언론노조)

    공공부문 용역 노동자가 오히려 임금 더 많다.
    ‘지방공기업 용역 202만 원, 파견 176만 원’
    민주노총 “파견-용역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비교할 상황 못돼”

    파견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이 용역노동자보다 좋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민주노총이 공개한 공공부문 파견노동자와 용역노동자의 임금 비교 분석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지방자치단체의 용역노동자 임금이 파견노동자 임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과 용역 임금 분석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홈페이지에 공시된 파견용역 근로실태 자료를 기초로 했다. 중앙행정기관(26개), 지방자치단체(134개), 공공기관(234개), 지방공기업(72개), 교육기관(69개) 가운데 공공부문 중 파견노동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기관(12.50%), 지방공기업(3.69%)을 중심으로 파견과 용역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비교분석했다.

    분석의 객관성을 위해 업무의 유사성이 있는 파견과 용역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민주노총의 분석에 따르면 파견이 용역보다 임금 등이 높다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선 오히려 용역노동자 임금이 파견노동자 임금보다 높았다. 공공기관의 경우 용역 노동자가 월 평균 213만 원을 받는 반면 파견 노동자는 205만 원 수준이었고, 지방공기업의 경우 용역 노동자가 월 평균 202만 원, 파견 노동자는 176만 원 수준으로 양자 간 격차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기관 총 234개 기관 중 같은 사업장에서 파견노동자와 용역노동자 모두를 고용하고 있는 기관의 수는 118개였는데, 이 가운데 파견노동자 임금이 용역노동자보다 높은 기관의 수는 절반이 조금 넘는 64개였다.

    여기에서 용역․파견노동자 전체의 임금 평균을 계산해보면 용역노동자 임금 평균은 227만원인 반면, 파견노동자 임금 평균은 194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파견법 개정안을 통해 용역 노동자의 처우와 임금을 파견노동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이 허구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공시자료를 살펴보더라도 파견노동자와 용역노동자 중 어느 쪽의 노동조건이 현저히 좋은가를 따지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파견․용역노동자 대부분이 월 2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 용역이든 파견이든 그 무엇이 됐든 노동조건 개선의 의미를 따질 개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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