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뉴스와 정치
    [기고] 언론자유의 위축과 음모론
        2016년 01월 25일 12: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장면 1. 2013년 5월 15일. 가수 서태지와 이은성의 결혼 발표. 5월 14일.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피소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장면 2. 2014년 7월 25일. 김태용, 탕웨이 스웨덴 결혼 보도. 7월 24일. 세월호 사건 100일. 유족, 시민 첫 도심 행진.

    장면 3. 2015년 4월 20일. 유리, 오승환 열애설 보도. 4월 21일. 4․29 재보선 8일전, 성완종 리스트 논란으로 이완구 총리 취임 63일 만에 사임 발표.

    이상은 2013년 이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를 비롯한 연예뉴스가 보도된 시점에 발생한 주요 정치 사건을 나열한 것이다. 매일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보도하는 뉴스 역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사건과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은 다를 수 있다. 이는 미디어의 상업화 현상이 심화되며 말초적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뉴스가 많아지는 뉴스의 연성화, 옐로우 저널리즘의 확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디어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일견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스스로 권력에 대한 감시자를 자임하며 또 다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과 모순이 발생한다. 즉 연예뉴스의 확산은 옐로우 저널리즘으로 전락하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한 대중의 무지를 확산시키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용돌이의 정치”(politics of vortex)로 표현되는 권력의 추구와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연예뉴스의 확산은 정치적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차단하고 특정 세력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작동한 결과로 이해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일종의 음모론은 특히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첫째는 보도시점의 우연성 문제다. 디스패치는 보도 내용에 대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특정 시점에서 보도한다는 의혹이다(http://gosunggo.tistory.com/229). 둘째는 디스패치 배후설이다. 비교적 신생 매체이며, 이태임-예원 욕설 논란 사건의 보도에서와 같이 허술한 취재능력에도 특종 행진을 한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http://jeongrakin.tistory.com/3020).

    디스패치에 대한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정권 이후 단독 연예뉴스가 보도된 시점에는 늘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고, 어쩌면 우리의 삶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표1

    위의 <표-1>에서처럼 2013년에는 7건, 2014년 8건, 2015년 7건 전체 22건의 단독 연예뉴스가 정치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사건이 발생된 시점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연예뉴스 발생 시점의 정치뉴스를 대비하여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사실상 무한하며,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것은 각각의 매체가 중요한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인지 능력이 유한하고 각각의 성향과 개성에 따라 흥미를 갖는 것 역시 다양하다. 따라서 연예뉴스의 이해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로 정치이슈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여론 형성에 갖는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연예뉴스로 인한 관심의 분산

    표갭처

    위의 <표-2>는 네이버 트렌드 검색을 이용하여 연예뉴스의 관심분산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네이버 트렌드의 검색어 수치 통계에 사용된 데이터는 통합검색의 검색횟수를 0~100 숫자로 환산하여 표시한다.

    특정키워드가 통합검색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지점(주단위)을 기준(100)으로 하여 나머지 기간의 검색횟수를 상대값으로 환산하여 보여주며, 최대 5개의 키워드를 입력해 각 검색량의 상대적 추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연예뉴스의 관심 분산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뉴스의 관심도 측면에서 전체 22건의 연예뉴스 중에서 관련 사건이 발생한 해당 월의 키워드 검색량이 정치뉴스와 관련된 키워드 검색량보다 많은 것은 8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13건은 정치뉴스 키워드 검색량이 많았으며, 1건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연예뉴스가 대중의 흥미와 관심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사안에 따라 정치뉴스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전체적인 검색의 빈도나 양에서는 연예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최고검색일의 시간적 선후관계의 측면에서는 연예뉴스가 갖는 관심 분산 효과는 상당한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실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사건과 이슈에 대하여 연예뉴스가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은 해당 정치 사건이 발생한 직후라 할 수 있다. 또한 시간적으로 정치뉴스가 보도된 시점과 매우 인접한 상황에서 보도가 되었을 때 관심 분산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전체 22건의 연예뉴스 중에서 13건의 뉴스가 정치뉴스와 최고검색일이 일치하는데, 이는 미디어 이용자들이 동일한 날짜에 서로 다른 성격의 이슈에 대하여 관심을 나타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정밀한 분석을 위한 시간 단위의 검색량은 알 수 없지만, 같은 날짜에 상호 다른 성격의 뉴스에 대한 검색어 유입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은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이 분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뒤 보도된 연예뉴스가 1건, 1주일 이내 보도된 연예뉴스는 6건으로 나타났다. 하루에서 1주일 이내에 검색어가 유입된 것은 동일한 날짜에 검색어가 유입된 것에 비하여 관심 분산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하루 이상의 전개 과정을 갖고 있는 대중의 관심이 지속되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관심 분산 효과는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주일의 시간 차이를 갖는 연예뉴스와 관련된 정치 사건은 2014년 6월의 문창극 총리 후보 자격 논란, 2015년 1월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메모 파동, 3월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 자격 논란, 4월의 ‘성완종 리스트’ 파문, 7월의 국정원 민간인 해킹 의혹, 10월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과 같이 비교적 이슈 지속 기간이 오랫동안 이어진 사건이었다. 기타 연예뉴스가 먼저 보도된 것은 2건, 검색량이 아예 집계되지 않는 것이 1건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과 여당에 일부 유리한 효과,
    그러나 음모론을 뒷받침할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도한 논리적 비약

    이상에서 네이버 사용자들은 정치사건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예뉴스의 보도는 높은 정치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에서 보도된 연예뉴스가 실제 여론 형성에 대하여 갖는 효과는 어떠할 것인가?

    진1

    그림1 정당지지도와의 관계

    진2

    그림2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의 관계

    위의 <그림 1>과 <그림 2>는 연예뉴스가 보도된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1주와 직후 1주 총 3주간의 정당별 지지율과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지지도 변화를 정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예뉴스가 보도된 시점의 정치사건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게 불리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비슷한 시점에 보도된 연예뉴스가 관심분산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하지 않거나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즉 연예뉴스 보도 전후의 주간 정당 지지율은 여당에 불리한 정치 사건의 발생으로 인한 하락과 연예뉴스 보도의 관심분산효과로 인한 우상향 V자 형태의 변화를 보일 것이다. 반대로 야당의 지지율은 무당파 층을 제외할 때, 반사 이익을 획득하여 여당과 반대 형태의 변화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료가 확보된 17건의 연예뉴스 보도 시점 전후의 여당 주간 지지율 변화를 살펴보면 우상향 V자 형태를 나타내는 것은 5건에 불과하며, 야당 주간 변화율이 여당과 반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4건에 불과하다. 또한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변화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2013년 5월의 서태지 결혼 – 주진우 영장 기각 사건, 2015년 4월의 유리, 오승환 열애 – 성완종 리스트 논란과 관련된 사건 2건에 불과하였다.

    다음으로 연예뉴스 보도 전후의 주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 변화는 위의 <그림 2>와 같이 나타나고 있다. 갤럽의 조사 자료에서는 우상향 V자 형태를 나타내는 것은 서태지, 이은성 결혼 – 주진우 영장 기각 사건 1건에 불과했으며, 리얼미터의 조사 자료에서는 서태지, 이은성 결혼 – 주진우 영장 기각, 원빈, 이나영 결혼 – 국정원 국정조사, 김연아 열애 – 야당 통합, 김태용, 탕웨이 결혼 – 세월호 사건 100일, 이병헌 음담패설 동영상 – 김영오 주치의 신상정보 요구, 신해철 사망 – 자원외교 조사, 이민호, 수지 열애 – 박상옥 대법관 파동, 유리, 오승환 열애 – 성완종 리스트 논란 7건이었다.

    진3

    그림3

    <그림 3>은 더욱 세분화된 분석을 위하여 연예뉴스 보도 시점 전후의 일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주간 정당별 지지도 변화와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 변화와 같이 우상향 V자 형태를 보여준 것은 김연아 열애 – 야당 통합, 김태용, 탕웨이 결혼 – 세월호 100일, 이병헌 음담패설 – 김영오 주치의 신상정보 요구, 신해철 사망 – 자원외교 조사, 이민호, 수지 열애 – 박상옥 대법관 파동, 유리, 오승환 열애 – 성완종 리스트 논란, 신민아, 김우빈 열애 – 국정원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 총 7건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 대한 불신 확대,
    언론 자유의 위축이 초래한 음모론의 확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예뉴스가 갖는 정치적 효과는 주로 정치뉴스에 대한 관심 분산 효과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정당별 지지율이나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에 일관성 있는 영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연예뉴스의 보도가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은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음모론이 지속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진4

    그림4 정권별 음모론 검색어 변화 추이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차단이나 부재이다. 위의 <그림 4>는 정권별 음모론 관련 검색어 변화의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미디어가온의 기사통합 검색 결과, 노무현 정권과 비교하여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특히 “유언비어”와 “불신”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수용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권에서 미디어법 개정을 통한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는 등 전통적 미디어의 기술적 다양화와 양적 증가가 이루어졌으나, 내용적 측면에서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하였다. 2005년 3월에 처음 몇몇 블로거에 의해서 알려지게 된 팟캐스트 방송이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이후, 2011년 정치 시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2012년 10월 현재 그 수는 약 4,65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 팟캐스트는 당파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가설이나 추정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제작과 이용에서 기존 미디어에 비하여 자유로운 특성을 보인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2).

    이와 같은 변화는 기존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차단과 부재로 수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진5

    그림5 정권별 언론자유 지수

    둘째,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확대이다. 앞에서 언급한 정보의 차단과 부재는 미디어 자유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위의 <그림 5>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언론자유도 순위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69위 가장 하락하였으나, 낮을수록 언론자유가 보장된 것이라 할 수 있는 언론자유지수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며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14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하락에 대하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과 아버지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점을 지적하였으며, 2015년에는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된 보도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지국장의 기소와 관련이 된 것으로 보인다(미디어 오늘. 2015/02/13).

    결과적으로 미디어 수용자들의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가 동반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조사한 언론인의 신뢰도(5점 척도: 1점 ‘매우 낮다’ ~ 5점 ‘매우 높다’)는 2006년 3.00, 2008년 2.82, 2010년 3.22로 다소 높아졌다가 2012년 2.81, 2014년 2.68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요컨대 한국 사회의 불신을 반영하는 음모론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단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차단과 부재, 그로 인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지속과 확대에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는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숨기거나 조작해서는 안 되며, 미디어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미디어 역시 대중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옐로우 저널리즘을 극복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건을 보도하고 보이는 현상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탐사 추적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lonelypurple@daum.net)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