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양대지침 강행 발표
    양대 노총 “행정독재이자 노동재앙”
    심상정 "박 대통령은 위헌적 폭거를 중단하라"
        2016년 01월 22일 05: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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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가 22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 2대 지침 확정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상시적 해고가 가능해지고 사용자가 노동조건을 비롯한 임금체계를 노동자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2대 지침은 노동조합이 없는 미조직 중소사업장 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전국 47개 기관장 회의를 열어 이번 지침을 시달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의 2대 지침은 쉬운해고 등 우려 때문에 노동계에서 가장 반대했던 사안이다. 노사정위원회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시행하기로 했었으나, 정부는 이날 예정된 울산 지역 현장간담회도 취소하고 돌연 지침 발표에 나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 기미가 보이자 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장관은 “정부가 노동개혁을 조속히 실천하고 일자리 위기를 극복해달라는 국민들과 산업현장 노사의 요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근로계약 해지, 임금체계 개편, 공정인사 지침 등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계약 해지라고 표현한 일반해고(통상해고) 등은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한 적이 없다고 언론 등에서 수차례 지적된 바 있고, 이에 관해선 정부도 ‘귀찮을 정도로’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는 “2대 지침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 토론회, 간담회 등 45회 이상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초안을 마련해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해고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며 “노사 협의 추진과 관련해 작년 12월 이후 공식 비공식 참여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은 협의를 거부해 불가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탓을 한국노총에 돌렸다.

    노사정 합의안이 나오고 하루 만인 지난해 9월 16일 새누리당은 노사정위에서 합의하지도 않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포함한 노동5법을 당론 발의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 정신 훼손이라며 즉각 폐기를 요구하며 항의의 표현으로 간담회 등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정부가 한국노총에 간담회 참석 공문을 보낸 건 지난 12월 말 2대 지침 초안을 발표한 간담회 한 차례 뿐이다.

    이 장관은 21일 장·차관이 참석한 노사 간담회에 대해 언급하며 노동자가 정부의 2대 지침을 원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쉬운 해고, 임금 삭감이 아니라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조속히 지침 전체를 상세히 발표해 홍보·교육 해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따라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지침을 시행하기 위해 오늘 발표하게 됐다”고도 전했다.

    그가 거론한 간담회는 해당 사업장의 노조도 알지 못한 채 이뤄진데다가 노동자 대표로 비조합원인 화이트칼라 노동자 2명만 참석해, 정부가 또 다시 명분쌓기용 노사정 만남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임금체계와 관련이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지침에 관해선 “이 지침이 시행되면 성실한 근로자들에겐 60세까지 고용안정을 보장할 것이고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해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늘려 비정규직은 감소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 늘어나는 1석 4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일반해고와 관련해선 “대부분의 성실한 노동자는 통상해고 대상 되지 않는다”며 “각 사업장에 예외적으로 업무 능력이 낮거나 주변 근로자한테 부담되는 경우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강조한 ‘성실한 노동자’의 기준은 사용자가 정한다. 정부는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가 함께 기준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고 기준을 함께 만들기는 어렵다.

    묶어

    이기권 장관의 발표(위)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집회

    민주노총 “2대 지침, 노조 없는 현장에 회복불능 재앙”
    한국노총도 대정부 투쟁으로 맞서

    노동계는 2대 지침이 쉬운 해고와 노동재앙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양대 노총 모두 정부의 2대 지침에 맞서 본격적인 투쟁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당장 다음날인 23일 총파업 선포대회를 개최해 곧바로 대규모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국노총 또한 29일 ‘2대 지침 폐기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의 쉬운 해고 정책에 맞선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노동개악 행정지침 발표를 일방적 행정독재이자, 상시적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개악을 노린 노동재앙으로 규정한다”며 총파업 등 즉각적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쉬운 해고와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개악은 지금도 고용불안과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정부가 유일한 근거로 삼았던 야합도 파기됐다. 아무런 명분도 갖추지 못한 정부는 결국 행정독재를 발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기권 장관을 법에 고발할 것이며 해임건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된 노동개악 정부지침은 누구보다 노동조합이 없는 일터에 회복불능의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벌 배불리기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노총 또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현장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한층 심화시키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악시키는 정부의 2가지 지침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조만간 시기집중투쟁을 통해 정부의 지침을 현장에서부터 무력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기업주들이 정부의 지침을 악용하여 노동자를 해고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강행하는 경우 법적 소송으로 맞설 수 있도록 법률지원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노동의 시계, 전태일 시대로…이기권 사퇴해야”
    새누리 “노동 4법도 조속히 처리해야”

    정치권도 반발 기류가 강하다. 이기권 장관에 대한 장관직 사퇴 촉구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성명을 내고 “이번 행정지침을 노동의 시계를 전태일 시대로 퇴행시키려는 긴급조치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2대 지침에 대해 “사용자의 부당하고 일방적인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부추겨, 집단행위와 법적소송 등 노동의 저항을 크게 불러올 것”이라며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한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 2대 지침 발표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지침 입법화를 시도한 것으로 위헌적 폭거”라며 “노동개악으로 전국민 불행시대를 열고,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국민분열을 꾀하는 부도덕한 이 정권은 노동자와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대지침을 즉각 철회하라”며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위법행위를 자행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2대 지침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동시에 노동4법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양대지침 시행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며 “‘공정인사 지침’은 부당한 해고를 막는 ‘해고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확정된 노동개혁 양대 지침이 현장에서 오해나 혼선 없이 신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 이행에 철저를 기해주기 바란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개혁 4대 법안 처리에 조속히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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