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
    기업들에겐 ‘유령 노동자’인 현실
    [기고-3]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2016년 01월 22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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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유료방송시장을 강타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케이블방송 인수발표 후 이를 둘러싼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통신대기업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대 통신대기업들로 독과점화 되어있는 국내 통신시장은 이제 가입자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른 기업이윤의 저하는 아마도 해당 기업들에게는 위기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필요성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이에 선도적으로 SK텔레콤이 최대 케이블방송사인 CJ헬로비전의 450만 가입자 확보에 나섬으로서 1,500만 케이블방송 시장을 새로운 이윤 창출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향후 약 2,500만 유료방송 가입 가구의 60%를 통신 3사가 차지하게 될 수 있는 중요한 SK텔레콤-CJ헬로비전간의 인수과정에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와 승인을 책임져야 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현재 모습은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정부 관련 부처들은 방송의 공익성과 지역가입자 보호,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등 인수합병 과정에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 조차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결국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졸속적이고 형식적인 심사와 승인절차를 밟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러운 지경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는 해당 통신ㆍ케이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및 노동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3대 통신대기업 및 케이블방송 대부분이 소수의 원청 정규직과 다수의 외주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구성되어져 있는 특성과 이 과정에서 외주업체 소속의 불안정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인수합병과정에서 일차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5년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CJ헬로비전 케이블방송의 총매출액은 약 1조 3천억 원에 달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2014년 기준 약 2조 6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막대한 매출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동네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봇대를 타거나 옥상을 넘나들며 초고속 인터넷ㆍ집전화ㆍ케이블방송(IPTV)을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하며 심지어는 기술전송, 영업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ㆍ CJ헬로비전의 근무복을 입고, 회사명의의 차량을 타고 다니며 업무를 진행하기에 가입자들은 이 노동자들이 통신ㆍ케이블방송 업체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통신대기업이나 케이블방송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아닌 원청에 의해 1년 단위, 6개월 단위로 업무실적에 따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외주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며, 이러한 상황은 KT나 LG유플러스, 티브로드ㆍ씨앤앰 케이블방송 등 타 동종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모두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들의 업무가 외주업체의 업무는 아니었다. 통신ㆍ케이블방송 업체들은 그동안 가입자 정체나 이윤감소 시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정규인력에 대해서는 희망퇴직(또는 강제퇴출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대리점ㆍ직영점ㆍ협력업체 등의 이름으로 기존의 정규직 업무를 외주업체에 위탁함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입자 서비스의 영역을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외주화시켜 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청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중간업체들의 경우 단지 사업(지역독점)권만 가지고 또다시 재하도급을 줌으로서 지역의 통신ㆍ케이블 설치수리기사 노동자들 대부분은 외주업체가 직접고용하지 않고 실적에 따른 임금을 받는 일명 ‘건by건 도급기사’로 전락되어 왔다는 점이다.

    케이블

    희망연대노조 파업 당시의 모습(사진=노동과세계)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의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2013년 당시 한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모두 법정 최고한도인 52시간을 훌쩍 넘어 70시간에 육박하고 있었고 법정 시간외 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주 5일제 근무는 이들에게는 적용대상이 아니었으며 토요일은 정상근무, 일요일은 당직으로 최소 2번 이상 근무해야 하는 등 한 달에 1-2일 정도만 휴일이 가능하고 명절, 공휴일도 쉬지 못하였다. 뿐만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업무실비로 처리되어야 할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신비(휴대폰 또는 PDA), 기타 영업활동비, 업무에 따른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주차위반 범칙금 등을 본인의 임금에서 직접 부담하고 있었다.

    2014년 당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외주업체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주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법정 근로수당 미지급이 만연되어 있었다. 또한 4대 보험료와 퇴직금을 100% 전액 노동자 임금에서 공제하는 불법적인 사례도 많이 나타났으며, 심지어는 일을 하다 다쳐도 자기 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출근하지 못한 날의 임금을 삭감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점심시간에도 과도한 업무할당이 내려져 안정적인 식사는 아예 생각할 수 없어 차로 이동하면서 삼각김밥 등으로 점심을 때우는 게 일상화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원청은 당시 모든 외주업체들의 인력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으며 복장과 명찰, 명함도 원청이 정한 기준과 표준을 따르도록 하였다. 또한 원청이 내려준 지표와 기준에 근거하여 매달 외주업체와 소속된 노동자들의 실적과 등급을 매김으로서 외주업체와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개입하고 있었음에도 사용자 책임은 철저히 부정해 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인수·합병 신청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여 향후 합병법인에 5년간 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약 7조 5000억 원의 생산 유발 및 4만 8000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고 자신하였다. 또한 인수대상인 CJ헬로비전의 인력에 대하여 고용보장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인수기업의 고용보장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CJ헬로비전의 23개 지역에 종사하는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고용보장의 대상에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두 회사는 모두 영업·설치·수리 등 일상업무를 외주화하고 있으며, 인수합병 시 CJ헬로비전 23개 지역의 외주업체의 경우 중복된 업무로 인한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인원은 2014년 임원 포함 1,600명, CJ헬로비전 정규직 인원은 임원 포함 1,256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시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두 회사 내의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수는 정규직 인력보다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홈고객센터(행복센터)는 전국 90여개 외주업체 약 4천여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CJ헬로비전의 경우에는 23개 지역 36개 외주업체 약 2,200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렇게 공식자료에서는 숨겨진 ‘유령 노동자’인 외주업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통신ㆍ케이블방송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태이다.

    표1

    따라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과정에서 정부의 중요한 심사기준의 하나는 인수대상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통신ㆍ케이블 방송 업체들과 지역 외주업체간의 불공정 거래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침해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나 이를 방지할 법적 근거마련에 정부는 나서지 않고 있다.

    하기에 이번 인수합병 승인심사 과정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외주업체와의 공정거래 이행과 외주업체 노동자 고용안정 및 노동권 보장 이행조건’을 인허가 승인조건으로 심사함으로서 지역내 통신ㆍ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통신ㆍ케이블방송 원청들도 지역과 밀착하여 가입자 모집을 하고 케이블과 통신망을 설치하며,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기업의 매출뿐만 아니라 지역 내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대신 충실하게 수행하여 온 외주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방안도 고려함으로서 방송통신의 공익적 가치와 가입자 권리강화를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희망연대노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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