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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이야기]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김정은/ 김경주/ 한솔수북)
        2016년 01월 20일 09: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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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뜻일까?

    제목이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돌’이란 말과 ‘척척’이라는 말이 척척 들어맞지가 않습니다. 단단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돌이 무슨 말이든 척척 알아듣거나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개구리’라는 말과 ‘킁킁’이라는 말도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개구리는 개굴개굴 울지요. 개구리가 킁킁거리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제목이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일까요?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욱더 다듬어지고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어집니다.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을 만든 사람들은 제목에서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단어를 조합해서 너무너무 궁금한 제목을 만든 것입니다.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요?

    뜻을 알아도 신기한 제목

    이제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돌이와 개구리는 두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부유한 양반집 아들인 돌이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을 척척 해냅니다. 그래서 ‘돌이 척척’입니다. 돌이의 친구인 개구리는 아주 가난한 집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습니다. 그래서 ‘개구리 킁킁’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대답 잘 하는 돌이와 냄새 잘 맡는 개구리가 임금님의 도장인 ‘옥새’를 찾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다들 이 책의 줄거리가 어떤 내용일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 드리자면,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에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예측불가, 상상불가입니다.

    게다가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이라는 제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도 독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개운하지 못할 것입니다. 척척 박사가 왜 이름이 돌이일까요? 킁킁 냄새를 잘 맞는 아이가 왜 개구리일까요?

    이루리

    한지공예와 사진으로 만든 그림책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은 김경주 작가가 한지와 등장인물과 배경을 모두 만들고 오진목 작가가 사진을 찍어서 만든 그림책입니다. 표지에는 돌이와 개구리가 소달구지를 타고 신나게 한양 구경을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한지로 만들고 구성한 다음 다시 사진으로 연출한 장면이라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앞에 앉아서 소를 몰고 가는 돌이와 개구리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마저도 즐거워 보입니다. 그리고 돌이와 개구리 뒤로 두 사람이 더 달구지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얼굴은 그리 밝아보이지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웃고 있는 돌이와 개구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은 또 누구일까요?

    옛이야기 그림책이 재미있다!

    옛이야기 그림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면, 오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아 후대에 전해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전해진 옛이야기는 문학적인 면에서 볼 때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훌륭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렇게 탄탄한 문학성을 갖춘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일은 신나고 흥분되는 작업입니다. 특히 출판 현장에서 그림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저에게, 그림책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은 경이롭고 부러운 작품입니다. 물론 한지 공예로 등장인물들과 배경을 하나나 작업한 김경주 작가는 정말 힘든 시간을 견뎌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힘든 시간을 견디게 만든 작업의 즐거움 또한 컸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표정이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이 창작 과정의 행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옛이야기라는 훌륭한 문화유산과 한지 공예와 사진이라는 예술이 만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그림책을 완성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며 저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옛이야기 그림책 작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훌륭한 문화유산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이야기가 좋은 그림책의 시작입니다.

    돌이와 개구리의 성공 비결

    그림책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은 특별합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까닭은 돌이가 척척 대답을 잘 하고 개구리가 킁킁 냄새를 잘 맡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돌이와 개구리가 성공하게 된 비결은 ‘척척’ 대답을 잘 하거나 ‘킁킁’ 냄새를 잘 맡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옛이야기 가운데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의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의 이야기가 전혀 아닙니다. 사실 두 아이는 지극히 평범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 모험을 하고 성공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놀랍게도 두 아이의 성공 비결은 바로 ‘우정’입니다. 사실 돌이는 척척 박사는 아니지만 친구를 사랑합니다. 또한 개구리는 아무리 킁킁거려도 냄새를 잘 맡진 못하지만 친구를 믿습니다. 두 아이는 친구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기적 같은 성공을 이뤄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깊고 진한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친구끼리 서로 사랑하고 믿는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정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아름다운 우정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만드는 그림책, 바로 『돌이 척척 개구리 킁킁』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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