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위기 시대,
대학의 책임과 역할은 무엇인가?
[에정칼럼] 지속가능한 그린캠퍼스를 위하여
    2016년 01월 20일 09: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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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

다소 낯설고 거창하지만 한국의 고등교육법은 제28조에서 대학의 목적을 위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을 ‘기후변화 시대’로 바꿔보자. 대학은 본연의 역할인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생산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다. 지역사회 시스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작은 사회로써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의 대안 창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캠퍼스 내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을 그린캠퍼스라고 말한다. 즉,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캠퍼스에서부터 저탄소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학의 사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학은 그 자체로 당사자로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대학은 에너지 먹는 하마!?

2006년 한 환경단체는 자신이 속한 서울시 성북구의 ‘기후보호계획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기 위해 성북구의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성북구의 동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조사에서 다른 동에 비해 유난히 배출량이 크게 나오는 지역들을 살펴보니 여지없이 모두 대학이 위치한 곳이었다[그림1]. 전체 성북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량이 대학이 위치한 대학가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성북구에는 고려대, 성신여대, 한성대, 국민대 등 7개의 대학 캠퍼스가 소재하고 있는데 그 면적은 구 전체 면적의 16.6%, 학생 수만 7만 명(구민 50만 명)에 달한다. 2006년 당시 교육서비스업 사업장은 성북구 전체 사업체수의 3.5%에 불과하지만 종사자 비율은 15.9%로 도·소매업의 17.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차지했다. 면적과 인구수는 당연 에너지 사용량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데, 2012년 기준 성북구의 교육용 전력소비량은 25개 서울 행정자치구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도_지도면

2006년 성북구 CO2 지도 (출처 : 성북구 -기후보호계획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녹색연합))

비단 대학이 소재한 지역사회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2014년 국내 에너지다소비기관 중 건물분야는 총 1044업체이다. 그 중 119업체(11%)가 대학이며, 건물분야 전체사용량 2,324천TOE 중 331천TOE(14%)가 대학이 사용한 최종 에너지량으로 사용량이 업체 점유율보다 월등히 높다. 대학은 그 자체로 에너지 다소비 기관이다.

한편, 2014년 전국 에너지다소비 대학이 사용한 양 331천TOE의 절반에 가까운 162천TOE가 서울, 인천, 경기도권에 소재한 50개 대학교가 사용한 양이다. 수도권의 많은 에너지 사용량을 충당하기 위해 일어나는 에너지 부정의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전력을 소비하기까지 생산과 유통에 걸쳐 일어나는 인권침해와 생태계 훼손문제는 10년에 걸친 밀양 송전탑 싸움과 핵발전소 싸움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갈수록 심화되는 에너지 부정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에너지다소비기관에서 ‘대안창고’로

대학을 단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애물단지로만 치부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 어떤 실험실보다 크고, 실험 효과를 측정하기 용이하며, 다양한 재능을 가진 능력자가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개인의 의식변화와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 대학은 청년들이 대단위로 운집해 있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과 실천 활동을 통해 개인의 의식변화와 참여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를 실험해볼 수 있다. 또한 대학은 수천에서 수만의 집단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경제·문화적 중심으로서 대학의 사회적 실천 활동이 지역사회에 전파되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창고’가 될 수 있다.

국내외 그린캠퍼스 사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는 전 지구적 노력에 동참하는 국내외 대학들도 많다. 해외 대학 중에서는 대학의 의무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훌륭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수단으로서 그린캠퍼스 정책을 채택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국내 대학 역시 느린 걸음이지만 지속가능한 대안으로서 그린캠퍼스를 추진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호주국립대학“그린 대출 펀드”, 이자는 온실가스 감축?

호주국립대학은 ‘그린 대출 펀드(Green Loan Fund)’라는 이름으로 저탄소 그린캠퍼스 관련된 기금을 조성해 학생과 교직원의 탄소 저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은 2007년에 학교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마련되었다. 대학 구성원들은 누구나 물 소비, 온실가스 배출, 자원 순환 등 대학에서 환경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으며, 이것이 채택되면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최대 10년 상환으로 전액 무이자 할부 대출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후변화시대의 주역으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사진2

도쿄대학 ‘정보공개는 그린캠퍼스의 힘!’

도쿄대 홈페이지 메인 화면 좌측에는 전자시계 형태의 배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전년 대비 오늘의 최대전력을 한 시간 단위로 보여주고 있다. 배너를 클릭하면 좀 더 크고 보기 좋은 형태로 대학 본교와 분교의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과 그날의 최대전력, 전년도와의 비교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그림 참조). 에너지사용량 뿐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 대책과 학생 활동, 모니터링 결과까지 누구나 궁금한 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그린캠퍼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많은 대학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을 경우 대외적으로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대학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패를 떠나 투명하고 꾸준한 정보를 공개한다는데 있다. 실패한 사례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으며 그러한 정보소통을 통해 그린캠퍼스가 확산될 수 있다.

대구대: 대학생이 참여하는 그린캠퍼스 프로젝트, ‘Smart DU Bike

대구대의 ‘Smart DU Bike’프로젝트는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이 그 재능을 살려 그린캠퍼스 운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대구대학교는 친환경 녹색캠퍼스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DU-바이크 센터’를 개소했다. 현재는 캠퍼스 곳곳에 20곳의 거치대에 170여대의 자전거를 운용중이며, 2013, 2014년 DU바이크를 이용한 학생은 각각 1만1천864명과 1만6천471명에 이른다.

대구대학교 자전거 도로망

대구대학교 자전거 도로망

이러한 배경에는 대구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의 참여가 제대로 한 몫을 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자전거별로 부여된 QR코드를 인식해 자동으로 잠그고, 자전거 사용 현황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연동 시스템을 대학 내 앱 관련 교육기관인 ‘앱창작터’ 소속 정보통신공학부 재학생 12명이 개발했다. 자전거 거치대와 관련 로고 등 디자인은 조형예술대학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자전거 이용자 확대를 위한 자전거 교육은 스포츠레저학과 자전거 전공 학생들이 맡았다.

그린캠퍼스 활동의 적극적인 학생참여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재능과 필요로부터 그린캠퍼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요즘 학생들은 참여를 안한다.’, ‘취업준비로 바빠 기후변화나 환경은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학생 참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학들에게, 대구대학교의 ‘Smart DU Bike’사업은 얼마든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그린캠퍼스를 위하여

대학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은 일시적인 캠페인으로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 구현이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뤄져야 하며, 대학 내에서부터 3주체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대학은 그린캠퍼스 추진과 대학생 참여가 대학의 의지로 시작되는 하향식(top-dowm)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편, 대학의 그린캠퍼스 추진 여부와 상관없이 대학생의 아이디어와 호기심, 필요에 의하여 시작되는 상향식(bottom-up) 방식도 가능하다. 실제로, 그린캠퍼스라는 이름을 빌지 않더라도 대학공간에서부터 텃밭 가꾸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만들기 활동 등 대학생들의 의미 있는 활동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학당국의 협조가 원활치 않아 활동이 중단되거나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린캠퍼스 활동이 비교적 일찍 시작된 해외의 많은 대학에서 대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학 정책에 반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국내에서 대학생의 목소리는 그 위상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총장의 그린캠퍼스 추진 의지와 지속적인 투자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대학에서 가장 많은 구성원인 대학생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지원한다면 그린캠퍼스 활동이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소개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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