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오스의 실험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에정칼럼] '최소한의 개입, 영향'
        2016년 01월 15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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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의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첫 설치작업

    2015년 12월 28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라오스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첫 마을에 발전설비 설치작업을 완료했다. 라오스의 한 마을에 17가구가 안정적으로 하루 4시간 2개의 전구를 켤 수 있도록 하는 60W 태양광발전기 설비 모둠을 설치했다. 더불어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에서 설비설치보다 중요한, 지속적으로 그 운영을 책임지고 집행할 단위로서 마을운영위원회 구성작업도 완료했다.

    이 라오스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의 첫 마을은 라오스 싸이냐부리 도(道)내 산간 마을로 건기나 우기나 읍내에서 보통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오지이다. 이곳은 지난해 5월에야 전봇대가 들어온 에너지빈곤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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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에서 전력선을 개별 가구로 연결하려면 350만낍(라오스 통화단위. 450달러 정도)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것 외에도 마을에서 이때부터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가구들은 2015년 10월 조사 현재까지 매달 전기요금으로도 적게는 2,3만낍에서 많게는 5만낍까지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소득평균 900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마을 형편에 비추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자료로 전체 90여 가구 중 28가구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음도 집계되었다.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를 위한 현장조사에서는 일단 이들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해서 태양광발전 설비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1년 설치보증기간 이후 마을 자체적인 발전설비의 유지보수와 운용을 위해 가구당 매달 적립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금액은 얼마인지, 이의 공동 운영을 위해 에너지 자립마을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참여할 것인지 등의 기초적인 수요와 그에 대한 참여의사를 물었다.

    이 조사결과에 따라 마을 이장이 납부하기로 한 마을회관을 포함해 총 17개 가구가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마을 운영위원회에는 이장, 부이장, 여성연맹 대표가 참여하고 ‘마을 기술자’로는 3개 가구 대표들이 기초교육을 받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연구소의 라오스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사업은 발전설비 규모와 종류, 성격 면에서 기존 라오스에서 이루어진 스위스 개발원조단체(HELVETAS)의 사례나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회사(Sulabob)가 교육하는 마을단위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설치 내용과 비교하면 작고 단순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 연구소가 구상했던 것보다도 상당히 단순하도록 조정된 것이다.

    에너지 자립마을 기술결정 요인인 사회문화적 조건

    HELVETAS의 경우는 애초 라오전력공사(EDL)의 전봇대가 들어가지 않은 마을을 선정해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6kW 이상의 규모로 초소수력발전 시스템과 마을 내 미니그리드를 설치함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일반전력과 경쟁하는 성격을 띠게 되었고. (이에 따라 현재 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마을 시스템의 운용 자체가 제약된 상태다.)

    Sunlabob은 전기 에너지로만 한정하더라도 교육 자료를 통해 마을 조건에 따른 태양광과 초소수력의 조합, 미니그리드, 이의 통합 통제시스템 등을 통해 개별 가구뿐만 아니라 농장이나 (수)공업 작업장 등으로도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라오스 수준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복잡하고 고급의 기술을 요하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이상적 자립마을 모형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소가 라오스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를 구상하면서 참조한 선진적 사례가 이 둘이었던 만큼 현장조사 전까지도 예산제약으로 이 둘보다는 규모는 작아지더라도 태양광과 초소수력의 조합, 미니그리드, 통합통제시스템, 마을 공동 작업장 공급 등을 그 주요 사항으로 세워둔 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문제들은 지원 대상 마을과 연구소의 사회문화적 조건들이 확인됨에 따라 연구소의 라오스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는 태양광만으로, 그리드 없이 개별 가구 개별 설치로, 마을회관 등 공동체 공간도 개별가구와 다름없이 간주하여 동일 금액의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을 적용할 것 등으로 결정하였다.

    연구소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는 ‘최소한의 개입’, ‘최소한의 영향’을 라오스 지원 활동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최소한의 개입, 최소한의 영향 원칙이란 센터의 개입(지원)을 라오스 지역에서 규모와 정도, 시간과 공간, 사회문화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정된 영향(효과)을 끼치도록 최소한으로 작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장 초기의 활동인 라오스 산간학교들에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한 사업을 들어 살펴보면, 우선 그 지원 대상을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야간에 전등을 켤 절실한 필요가 있는 학교로 한정하는 것으로 했다.

    지원하는 발전량 역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과소비를 유도하는 전열기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 등은 절대 지양하였음은 물론이고, 아직 전화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소수민족 학생들이 다수였으므로 이를 위한 충전 장치를 지원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부터 심지어는 해가 뜨고 지는 것에 자연스레 맞추어 사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거스르지 않도록 전등 사용시간 설정에도 최소 시간을 제공하는 것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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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의 개입’, ‘최소한의 영향’ 원칙

    이러한 원칙은 이번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아니, 교육청 관할 하에 산간학교 공간에 한하여 1회뿐인 설비 지원을 소규모로 하는 사업과 달리, 마을 단위로의 규모 확대, 마을 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 마을 내외부 기술자 양성과 연계 등 대규모이며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는 ‘최소한의 개입’과 ‘최소한의 영향’의 원칙을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과 조화시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연구소는 아직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과목으로는 초소수력발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교육과 기술, 설비까지 일체를 선도하고 있는 Sunlabob은 실물 설비 분야에서부터 초소수력발전기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연구소가 주로 지원하는 지역과 같이 주로 소수민족 분포지이거나 고산 지역이 아니더라도 초소수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사용하는 데 요구되는 자연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데다, 설치와 유지관리에 필요한 능력과 주의가 그의 경제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구소가 에너지 자립마을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초소수력을 선택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다소 위험한 결정으로 판단하였다. 더욱이 초소수력과 태양광의 조합을 선택한다면 이 둘 각각에 대한 기술 수준에 더해 이를 통합 운용하는 기술 습득에 대해서 까지 장기적으로 교육시킬 계획이 서있고 이를 위한 재정까지 마련된 상태가 아니라면 이는 해외 지원활동에 있어서 아주 무모하고 무책임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라오스에도 당연히 다양한 차원의 공동체 운영의 전통이 존재했을 것이고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자립마을에서의 마을 운영위원회는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전통적인 공동체 조직과는 분명히 다른 것으로 보았다.. 조직이 대응하고 처리해야 하는 기술이 전혀 생소하고 외래한 것이라는 점 말고도 조직의 역할과 기능마저도 재래의 익숙한 것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하나 연구소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지원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에너지 정책에 관련해 관과 경합하거나 참여 또는 협력할 수 있는 대등하고 자율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것이 아니라 반상회처럼, 마을의 여느 다른 의사결정과정과 유사하게 다만 적립된 기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최소한으로 결정하면서 일상적인 작은 경험들을 축적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혹시 이것이 영영 자율적인 마을 에너지 운용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할지라도 이 이상은 연구소의 라오스 지원활동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말이다.

    연구소의 라오스 지원활동의 원칙인 ‘최소한의 개입’과 ‘최소한의 영향’은 개발원조의 역사적 성격, 공여국들이 지배적으로 보이는 태도, 경제적인 효율성만을 고려하는 시각 등 일반적인 개발원조 관련 이론과 실제의 그 어느 것과도 잘 맞지 않는, 오히려 반어적이고 대척적인 것으로까지도 보인다. 한국에 개발원조 효과성 논의가 대유행하기 시작한 2000년도 중반에 이러한 원칙으로 라오스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을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지켜온 이러한 원칙은 이번엔 내부적으로도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첫 번째 마을 발전설비 설치작업 완료로 이제 막 본격화된 연구소의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구소의 라오스 지원활동 원칙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특성들을 상당부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적으로 결과적으로 연구소가 라오스 지원활동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는 이후 연속되는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속가능한 개발원조 방식, 해외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의 전개에 주목해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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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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