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민주, 국민의당에서
    구 여권 인사 몸값 치솟아
    여권 출신 인사들, 야당 상징 돼
        2016년 01월 14일 05: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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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총선을 앞두고 쪼개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인사영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전 경제수석,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 범여권 인사들이 대거 야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여권 인사 영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박근혜 정부에 맞선 유능한 정당 설립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5법, 선거구 획정, 민생경제 등 당장 코앞에 닥친 현안에 대한 2개 야당(더민주, 국민의당)의 뚜렷한 대안도 부재한 상황에서 여권 인사 영입에만 목을 맨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여권 인사의 영입이 안 그래도 허약한 당의 정체성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더민주의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14일 영입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영입제안도 있었지만 김 전 수석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6공화국 노태우 정권 시절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으며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했다. 특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핵심 공약을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과 관련해 쓴소리를 하다가 사실상 토사구팽 당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김 전 수석의 선대위원장 인선 문제를 확정하고 기자회견에서 김 전 수석을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칭하며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김 박사의 지혜와 경륜이 꼭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당내 동의를 진행한 뒤 김 박사를 중심으로 총선 필승을 하고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해 총선 관리를 맡기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김 박사는 우리 시대 과제인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유능한 정당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총선은 박근혜정부의 불평등에 맞서는 심판(의 장)으로, 낡은 경제세력과 새 경제세력의 대결”이라고 했다.

    영입경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종인 윤여준 이상돈 손학규

    야권에서 몸값이 치솟는 구 여권 인사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은 이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안 의원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 정무특보,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본부장을 역임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고 당시 활약으로 한나라당의 전략통, 보수의 장자방이라고 불린다. 18대 대선에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거취를 고민 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며 국민의당 합류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정치쇄신특별위원 등을 지내며 박근혜 정부 수립에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박 전 원내대표에 의해 더민주에 영입될 뻔 했으나 박근혜 정부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이유로 당내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도 있다.

    또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게도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등 영입을 위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손 전 상임고문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으로서 재선해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과 장관, 경기도지사까지 한 바 있는 범여권 출신 인사다. 그는 1993년 민자당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러한 쪼개진 2개 야당의 과열된 인사영입은 총선으로 인한 조급함과 서로에 대한 견제로 주객이 전도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범여권 인사의 영입에도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명확하냐는 문제가 있다. 외부에서의 인재 영입은 당의 명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당의 실력을 겸비한 후 거기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현재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현안들에 대한 거듭된 입장 바꾸기, 여당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협상력 등을 환기해보면 당의 정체성, 실력 등 모든 면에서 초라하기만 하다. 이번에 영입된 범여권 인사들에 의해 당의 색깔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민주는 세월호 참사, 공무원연금, 선거구 획정, 노동5법 등 정부여당에 맞서 막아내야 할 법 앞에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며 제1야당이라곤 할 수 없을 정도의 무능함을 드러내 당의 정체성을 의심받은지 오래다.

    국민의당 또한 산적한 현안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에 있어 여당은 물론 야권에도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양당 구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불합리한 선거제도 개혁 목소리엔 전혀 힘을 보태지 않고 오히려 총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당은 보수 세력이 줄곧 주장해오던 ‘이승만 국부론’을 내세우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당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중립적 역사관을 강조하며 무당층 유권자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을 읽히지만, 이 또한 어떤 계급계층을 대변하기 위한 당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4.19민주묘지를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며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원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 분이었다. 그 공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공동위원장은 “그때(이승만 정권) 만들어진 뿌리가, 잠재력이 성장해서 4·19 혁명에 의해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우리나라에 확립됐다”고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결코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민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가 생기고 이념적 중심이 생긴다”고도 했다.

    쪼개진 야당들의 경쟁적 범여권 인사 영입은 역으로 당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는 지적도 있다.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정당이 자기 정체성과 기반을 분명히 하면서 다소 성향이 다른 인사들을 영입하는 건 (정치적 외연 확장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영입 인사들을 당의 상징인 것처럼 정체성을 대표하는 이들로 포장하고 있다”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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