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일관성
모든 게 남 탓, 야당 탓, 노동계 탓
야당들과 노동계, 대국민 담화 혹평 “적반하장”
    2016년 01월 13일 06: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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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13일 대국민 담화 및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혹독하다.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과 노동개혁을 비롯한 쟁점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정부의 외교 무능과 친기업 성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비판이다.

북핵 문제, 독자 해결책이라곤 고작 대북 확성기 뿐인가
“중국과 안보리에 막연한 기대만 나열”

박 대통령은 이번 북한 핵실험이 이전과는 다른 중대한 상황임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제재조치로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심리전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과거에도 자주 사용돼왔던 대북 제재 조치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라면서도, 이전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무능’을 자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은 담화 직후 이어진 질의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독 대북 조치는 확성기, 그 외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일이 다 말할 순 없다”며 “하지만 국제 사회와의 동맹이나 공조를 통해 실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면서 공조 이루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독자적 제재 조치가 사실상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북핵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기대했지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북핵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낼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막연히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선에 그친 것은 정부의 외교 무능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 또한 국회 브리핑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대책은 너무도 안일하고 실효성 또한 의심스러웠다”며 “안보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나 실질적 해결에 대한 새로운 대안은 없고 중국과 유엔 안보리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을 나열함으로써 외교 안보에 대한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대변인 대행은 서면 논평을 통해 “북핵에 대한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도 “남북협력의 마지막 생명선인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으로 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분명히 한 것은 국민으로서 매우 안심이 되는 일”이라는 야당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신 대변인은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마련해 북한이 더 이상 세계 평화를 뒤흔들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도 했다.

파견법 등 노동5법 통과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대통령
더민주 “현대차 불법파업 합법화하겠다는건가”
정의당 “모든 게 국회 탓, 야당 탓, 노동자 탓하는 대통령”
새누리당 “최선을 다하겠다”

박 대통령은 노동5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와 노동계를 거칠게 비난했다. 소위 정부의 ‘노동개혁’만이 국가를 살리는 길인데 이를 왜 정쟁과 이념에 묶여 방해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판과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이 노동자에게 주는 고용 불안 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창민 대변인은 “대통령은 문제의식에 귀 기울이기보단, 여전히 모든 게 국회 탓이고 야당 탓이고 노동자 탓이라고 호도하고 다시금 국민들을 선동했다”고 질타했다.

한 대변인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동의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반국민, 반국가적인 행태라고 낙인찍는 편향적이고 독선적인 대통령의 아집이 참으로 놀랍다”며 “노사정위원회를 유명무실화한 것도, 노동5법 등 쟁점법안 처리의 가장 큰 장벽도, 대통령 자신과 그에 무조건 충성하는 여당의 비민주적 행태라는 자각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김성수 대변인도 “경제실패에 대해서 국정기조의 전면적 변화가 요구됨에도 여전히 국회 탓만 되풀이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파견법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 판결된 현대차의 파견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재벌·대기업이 가장 원하는 법”이라며 “파견노동자를 비약적으로 늘리겠다는 비정규직 확대법으로 대통령이 최고로 나쁜 법을 가장 먼저 통과시켜달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대변인 대행은 “정부의 파견법 개정안은 좋은 일자리가 아닌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개정안”이라며 “파견 허용업종 확대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며 허용기간 연장은 중장년층에 대해 혜택을 주는 차원에서 재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의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경제혁신과 경제활성화에 대한 대통령의 결연한 각오에 힘을 모으고자 한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개혁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입법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국가 경제 곳곳에 훈풍이 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기업엔 넘치는 사랑, 노동자에겐 희생과 양보 강요”

박 대통령은 내수, 일자리 등 모든 사회 문제의 해법을 ‘기업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양대 노총은 이번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친기업적, 반노동적 사고방식이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국민에게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거짓말을, 노동자에게는 희생과 양보를, 재벌 대기업에게는 넘치는 사랑을 표현한 대국민 담화”라고 비판했다.

파견법을 강조한 것에 대해 “파견법 개정은 현대차 등 재벌기업의 숙원과제”라며 “파견법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파견대상 허용 확대는 일자리 확대와 무관하다”고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 합의 파탄을 선언한 한국노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청회 등 정부가 참석을 요청한 협의 장소엔 번번이 불참하다가 돌연 합의 파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애당초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비정규직 양산법을 국회에 발의해 9.15노사정 합의를 위반하고 합의 파기의 길로 들어선 것은 정부와 여당”이라고 했다.

또한 “2가지 지침과 관련된 공청회는 열리지도 않았으며, 정부가 추진한 전문가 토론회조차 경찰을 동원해 출입을 봉쇄한 채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며 “허위보고에 의한 대통령의 잘못된 상황인식과 판단을 흐리게 한 책임을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기업에 편향된 시각으로 노동개악을 노동개혁으로 포장해 거짓 선전에 열을 올려온 정부가 오늘 대국민 담화도 오로지 기업의 절박성(?)만을 거론할 뿐, 국민들과 노동자들에겐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종용하는 강요담화”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왜 야당과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개혁을 ‘개악’이라고 비판하는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중장년층 일자리법이라고 강조한 파견법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퇴물로 매도당하는 중장년층을 저임금과 불안정노동, 비정규직 차별로 내모는 대표적 악법”이라며 “게다가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뿌리산업을 파견비정규직으로 채워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고용의 안정성까지 흔드는 악법”이라고 했다.

이들은 “소위 노동개혁에서 기업이 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되레 각종 기업지원 방안으로 채워놓고 노동자에게만 양보, 타협, 상생을 운운한 대통령 담화는 뻔뻔하다”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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