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제명 부결
    당분간 '식물정당' 상태 유지될 듯
    [분석과 전망]침몰인가 파국인가, 수렁에 빠진 진보정치
        2012년 07월 26일 08: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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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 처리를 위한 통합진보당 의원단 총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이 끝내 부결됐다.

    오전 8시부터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상태에서 오후 6시45분 박원석 원내대변인이 “정당법 제33조에는 국회의원 제명은 소속 국회의원의 1/2이 찬성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은 부결됐다”고 밝혔다.

    오후 3시 이후 이상규 의원이 불참한 속에서 12명의 의원이 모여 표결을 하였고, 이 중 구당권파 5명은 투표에 불참하고 7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투표한 7명 중 찬성 6표, 무효표 1표로 부결 됐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제남 의원이 개표소에 들어갔으나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부결 직후 심상정 원내대표와 강동원 수석부대표,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당의 방침을 의원총회에서 결정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의 원내지도부는 선출된 지 16일만에 사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제명안 부결에 대해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당 게시판을 통해 당비 납부 거부나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두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국회 자격심사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그간 통합진보당의 자체 해결이 전제라고 밝혔으나 오늘 제명안이 부결된 만큼 더이상 이를 미룰 수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이석기,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비례대표 의원이 정당법상 출당될 경우 국회의원 자격은 유지되지만 국회 자격심사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의원직 자체를 잃게 될 수 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제명안 부결에 대해 “유감이다.”라며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한 약속 지키지 못한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 그 결과에 대해서 통합진보당이 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19대 개원 여야 합의사항이었던 이석기,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에 대해서는 “내일 최고위원회 회의와 확대간부 회의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의 박은지 대변인은 “두 의원의 제명조차 해결되지 못했으니 앞으로 통합진보당의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며 “이제는 반목과 불신, 그리고 각종 당내 의결절차에서 소위 신당권파, 구 당권파의 표 대결만이 남은 통합진보당, 이제 혁신은 없다.”고 논평했다.

    5월 23일 의원단 총회의 모습

    지난 4일의 궤적으로 돌아보면

    23일 월요일 의원단총회에서 하루종일 장시간의 논의 끝에 표결 여부를 중앙위 이후로 미루고 의원단의 두 의원에 대한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입장으로 절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25일 수요일 중앙위원회는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9시간 논란 끝에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식물 중앙위로 끝나버렸다. 많은 쟁점이 있었지만 이날 중앙위의 핵심 또한 두 의원의 제명을 둘러싼 힘겨루기였다.

    26일 목요일 오전 8시부터 다시 열린 의원단 총회에서는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지리한 논쟁과 필리버스터 끝에 오후 6시가 넘어서 끝났고, 결과는 제명 결정이 부결되는 것으로 종결됐다.

    제명 부결의 네가지 의미

    첫째, 제명 부결로 가장 타격을 받을 세력은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당권파들이다.

    총선 이후 비례대표 부정선거 진상조사로 시작되어 3개월 가량 당원들과 대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고 구 당권파를 압박하고 공격하였지만 결국은 이들 신당권파들이 패배하였다. 그 책임을 지고 심상정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는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당 대표는 강기갑이라는 신당권파 인사가 맡고 있지만 최고위원, 중앙위원회, 의원단, 시도당 등 당의 전반에 걸쳐 구당권파가 우세를 점하고 있거나 적어도 밀리지 않는 세력관계이다.

    이것의 함의는 신당권파가 당을 혁신하고 재생시킬 수 있는 힘과 동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더불어 다양한 세력이 공조하고 있는 신당권파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둘러싸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구당권파는 사실상 독자적인 하나의 당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과 당원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비판, 압박에도 불구하고 구당권파들의 자신들의 논리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자신들 바깥의 어떤 세력에 의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당 내 의견그룹의 성격을 넘어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논리와 조직망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적 성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폐쇄적이고 분파적인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대중정치집단으로서의 치명적 약점을 보였다.

    셋째, 부산/울산연합과 김제남 의원으로 대표되는 중간세력들은 결국 범NL, 범자주파의 단결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구 민주노동당계의 NL세력은 크게 경기동부, 광주전남, 부산울산과 인천연합으로 나뉘어진다. 이중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이 구당권파, 부산울산이 중간파, 인천연합이 혁신파로 분류된다. 부산울산의 경우 과거에도 범자주파의 단결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했고, 결국 구 참여당계와 통합연대와 함께 공조를 하는 인천연합이 아니라 NL의 다수세력인 경기동부, 광주전남과 함께 범NL연대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제남 의원 또한 녹색연합 출신이지만 소위 일심회 관련자들과의 연관성도 있고, NL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넷째, 구당권파가 사실상 승리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이 통합진보당의 진로와 이후 활동을 책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당은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두 개의 당으로 나뉜 꼴이라고 볼 수 있다.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한 정당의 성원으로서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후 닥쳐올 후폭풍은?

    통합진보당은 당분간 ‘식물정당’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분이 더욱 깊어지고, 당의 각 세력들을 아우르는 최소한의 공감대와 리더십이 붕괴되었고, 당원들도 자발적 탈당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외부적으로도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민주노총과의 관계도 큰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면서 5.14 중앙위원회에서의 혁신 결정이 집행되는 것이 관계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규정하였고, 그 핵심에는 두 의원의 사퇴 문제가 있었다.

    다른 야당과의 관계도 원활할 수 없는 상황, 진보진영과 시민사회 관계에서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커녕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상황, 국민적으로는 진보정치에 대한 냉소와 실망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를 타개할 능력이 신당권파에게는 없고, 구당권파는 폐쇄적이고 정파적인 패거리집단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상황이다.

    커다란 늪과 수렁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면서, 그러나 그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의 통합진보당은 어디로 갈 것인가?

    아직 드라마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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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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