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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현장] 구로 민중의 집의 '수요나눔밥상'
        2012년 07월 26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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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한여름의 저녁. 구로 민중의집에서는 초복을 맞이하여 삼계탕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담당 쉐프인 저는 밥상 준비를 위해 재료를 식탁에 꺼냅니다.

    마침 구로 민중의집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던 보편적 여행잡지팀, 그리고 인터뷰팀이 저를 둘러싸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어봅니다.

    호박볶음과 가지볶음, 그리고 닭죽에 들어갈 각종 야채다듬기를 부탁했더니 예닐곱의 사람들이 둘러서서 야채 다듬기를 시작합니다. 손이 많으니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네요.

    호박과 가지를 볶던 사람들이 어떻게 볶는 게 더 맛있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느라 떠들썩합니다. 정말 가지각색의 방법들이 나옵니다. 결국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반찬이 되었습니다.

    수요나눔밥상의 한 모습

    수요나눔밥상에 참여하러온 한 친구는 반찬도 가지고 왔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감자볶음과 갓김치를 식탁에 차립니다. 밥상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니,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타납니다. 각자 자리를 잡고, 간단한 인사로 시작하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함께 만들고, 함께 먹으니 식사시간 내내 유쾌하기만 합니다.

    이후 민중의집에 처음 왔던 보편적 여행잡지팀은 공간을 앞으로 자주 사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워크숍을 진행하러 민중의집에 온 보편적 여행잡지팀은 점심시간에 비빔국수와 샐러드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민중의집에 온 다른 사람들과 나눠먹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더 친밀해지고, 민중의집 공간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수요나눔밥상의 목표는 ‘관계맺기’입니다.

    민중의집을 오픈하면서,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 ‘수요나눔밥상’입니다. 민중의집이 만나야할 주민노동자들, 민중의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계기가 없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아름아름 가입하여 서로의 얼굴조차 잘 모르는 회원들, 민중의집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여러 팀들, 민중의집을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들. 좀 더 많은 분들이 민중의집에 찾아오게 하고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계맺기가 중요합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 서로 친밀감이 높아집니다. 밥상을 통해 관계맺기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수요나눔밥상을 통해 만나왔습니다. 탈대학 공부방 고등어, 기륭전자 조합원들, 학교급식조리노동자 종사원, 일반노조, 지역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그리고 쭈뼛쭈뼛 구로 민중의집에 회원 가입하신 회원 분들, 민중의집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여러 지역주민들과 밥을 나누며 관계맺기를 해왔습니다.

    이 분들 전부는 아니지만 수요나눔밥상 이후에 좀 더 자주 민중의집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8개월 동안 수요나눔밥상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밥상에 참여할 대상을 찾지 못해 당일 밥상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찾아온 회원들 때문에 짜장면을 시켜먹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고, 당일 약속 취소로 밥상이 취소가 되기도 하고, 음식을 많이 준비했는데 예상했던 사람 수가 확 줄어서 음식을 몇날 며칠 처리해야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수요나눔밥상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밥상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민중의집을 통해 실현시키고 싶은 욕구도 나누고, 민중의집에 친밀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점점 더 밥상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민중의집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이 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민중의집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게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그리고 민중의집 공간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민중의집에서 서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민중의집이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한 시작점이 바로 수요나눔밥상 입니다.

    필자소개
    구로 민중의 집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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