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개혁 여론조작,
    '찬성' 정해놓고 인터뷰
    노동부, 미리 발언 내용까지 제시
        2016년 01월 07일 05: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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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우 고려대 전 총학생회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월요일,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담당자는) 내부 보고용 자료인데, 인터뷰 내용은 정해서 주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서 전 회장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잠시 벙쪄있는 동안 위 내용으로 계속해서 권유했다”며 “저는 현 노동개혁에 찬성하지 않을 뿐더러 고용노동부로부터 정해진 틀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거절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서 전 회장은 이틀 후인 6일 고용노동부 담당자로부터 ‘노동개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대본을 문자 메시지로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문제의 대본은 20초 분량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되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좋겠다’는 내용이다.

    서 전 회장은 “그들에게 국민의 입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나 보다”며 “지난 한 달간 정말 많은 국민들이 입장을 내지 않았던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이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 목소리

    서재우씨가 자신의 페북에 올린 노동개혁 찬성 대본

    7일 <한겨레>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서 전 회장 외에 다른 대학교의 전직 총학생회장에게도 같은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심민우 홍익대 전 총학생회장도 “나도 어제 같은 전화를 받았는데 ‘노동개혁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느낌이 좋지 않았다”며 “나는 노동개혁에 대해 시각이 다르고 찬성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심 전 회장은 “고용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보단 개혁이란 이름으로 마치 노동개혁이 되면 일자리가 엄청나게 창출될 것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포장된 목소리를 내부 보고한다는 게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고용부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실무적으로 노동개혁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하기 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지난해 6월 ‘청년일자리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대학 총학생회장에게 당시 발언했던 내용을 고려하여 인터뷰를 요청한 사실은 있다”며 “다만 담당자가 ‘인터뷰 내용은 정해서 드릴 것’이라 말했다거나, 본인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노동개악’을 강행하기 위해 청년을 상대로 여론조작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가 지난해에는 광고로 일부 언론사들을 매수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미리 짠 인터뷰 각본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가 들통이 났다”며 “정말 부끄러움도 모르는 정부”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는 국민 기만적인 선전․선동을 중단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을 폐기하라”면서 “정부는 국민이 낸 혈세로 국민들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책을 만들고 홍보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박근혜 정부가 정부 정책과 관련한 당사자와 국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라고 정부가 짜 맞춘 내용을 근거로 삼아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며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청년당사자들도 거부하고 있고, 노동자의 생존권도 훼손하는 노동개악을 관철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모든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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