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국회의장도 비난
    양보 없는 일방적 강압정치만 고수
    더민주, 쟁점법안 선거연령 연계? 무기력한 양보만
        2016년 01월 05일 07:4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국회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청와대의 고압적 태도가 도를 넘고 있다. 정 의장이 노동5법·경제법안 등 쟁점법안 직권상정이 법리상 불가하다며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자 청와대는 정 의장이 ‘이미지 정치’를 한다며 노골적 비난까지 해 국회와의 대립을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 또 다시 ‘소통’ 아닌 ‘압박과 비난’
    정의화, 쟁점법안-선거법 연계처리 불가론 확고

    박 대통령은 전날인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5부 요인과 국무위원, 새누리당 지도부 등과 함께한 신년회에서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때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긴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바라는 경제 활력의 불꽃이 일어나지 못하고 청년 일자리와 미래 30년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기업 경쟁력 약화, 인구 절벽 등 당장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내부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 역시 잠시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로 처리가 요원한 노동5법과 경제법안 직권상정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이미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 직권상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법안 처리를 강제하려고 한다는 비판은 이미 수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박 대통령은 또 다시 국회를 상대로 ‘소통’이 아닌 ‘압박’을 선택했다.

    정 의장은 경제법안 등 쟁점법안은 물론 이를 선거법과 연계해 직권상정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의장은 신년 인사회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경제 법안과 선거구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 문제”라며 “연계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가 발끈하며 정 의장이 ‘이미지 정치를 한다’, ‘경제의 어려움과 청년 일자리 문제에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등의 지나친 인신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의 도 넘은 비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한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직에서 끌어내리려 했을 당시에도 ‘자기 정치’를 한다며 비난했었다.

    청와대가 그간 여당 지도부에게 쟁점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한편 반대하는 야당에게 ‘심판론’을 꺼내든 바는 많지만,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이처럼 대놓고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국회를 대하는 청와대의 고압적인 태도가 계속될 경우 국회의장과의 대립은 물론 국회와의 소통도 점점 어려워져 ‘불통 정부’의 이미지만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해달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는데 정 의장이 우리 뜻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의 본뜻은) 선거법에 앞서 이들 법안이 처리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의장에게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이 예고한 바 있는 선거구 획정 직권상정에 앞서 쟁점법안부터 처리하라고 했을 뿐, 연계 처리를 요구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민생법과 선거법을 연계하거나 선거법을 발목 잡는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면서 “국회의장은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역할 하는 자리인데, 정 의장이 의장직을 활용해 이미지 정치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정 의장이 경제의 어려움과 절박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반응에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겠다”며 연계 처리 불가론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근혜 정의화 김무성 문재인

    청와대 ‘연계’라는 말 한 적 없다지만… 사실상 연계 처리 압박
    새누리당, 노동5법 등 경제법안 직권상정 요구

    청와대는 연계처리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선거법과 관련해선 이미 정 의장이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쟁점법안까지 직권상정하게 되면 연계처리나 다름없다. 결국 ‘연계’라는 말만 안 썼을 뿐이지 정 의장에게 대놓고 선거법과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압박한 셈이다. 정 의장이 청와대에 연계처리 불가론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쟁점법안 처리 요구에 여당은 5일 일제히 국제 경제 어려움을 지적하며 쟁점법안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개혁이 문턱에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야당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국회의장님의 판단 잘못에 대해서 무기력하게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단의 조치가 이제는 만들어져야 되는 상황”이라며, 노동5법·경제법안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물론 새누리당이 항상에 거론하고 있는 노사정 대타협의 당사자인 한국노총은 노동5법, 특히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강행 통과 그리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행정지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며, 노사정 합의 파기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야당,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활법과 선거 연령 인하안 맞바꿀 수 있다?

    19대 마지막 국회부터 이날까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으로 양당은 지루한 공방만 이어갈 뿐 이렇다 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 분열을 핑계로 협상 파트너인 야당을 비난만 할 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태다. 야당 또한 하나도 내놓지 못하겠다는 여당 앞에서 후퇴에 후퇴만 거듭할 뿐 여당을 설득할 전략은 부재해 보인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주장하는 쟁점법안과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고등학생 제외) 방안의 연계처리를 수용하겠다는 선까지 물러섰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인 비례성 확보 방안도 아닌, 선거연령 인하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법·대테러방지법 등 소위 ‘경제 악법’으로 불리는 법안들을 연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 마저도 철회하고 선거구 획정 전체와 쟁점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말을 바꾼 상태다.

    양당이 말하는 쟁점법안의 범위도 모호하다. 현 정부 최대의 과제인 노동5법이 쟁점법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연계처리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는 쟁점법안에 노동5법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노동5법도 포함한 연계처리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언주 더민주 원내대변인 관계자는 “노동법안이 (쟁점법안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 그럴 의사도 없다”며 “쟁점법안 (선거연령 인하안의) 연계처리 입장은 맞는데 노동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쪽에서 포함한 걸로 (해석해)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선거연령+쟁점법안’ 연계처리는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을 야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는 18세로 선거연령을 인하하는 선거개혁안과 쟁점 법률안을 함께 처리하기를 원한다”며 “지금까지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저희 당은 10가지의 협상안을 제안하면서 정도를 낮춰왔다. 마지막 18세 선거연령인하라고 하는 선거제도 하나만을, 그것도 마지막에는 이번 총선이 아니라 총선 이후에 새로 이뤄지는 전국 선거에서만 적용하는 것도 양해한다고 마지막 협상안을 냈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전날 회동에서 ‘선거연령+쟁점법안’ 처리를 제안한 점을 언급하며 “만약 (선거연령 인하안을)다른 법안과 연계한다면 이번(20대) 총선에서 바로 시행돼야 한다”며 “만일 다음 선거 때부터 시행된다면 일체 법안과의 연계가 없어야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쟁점법안과 선거연령 인하를 연계해서 하자고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제안을 해 거기에 대해 대체적인 동의를 했다”며 “그 이후에 새누리당에서 이를 김 대표의 개인안이라고 일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인하를 다음번 21대 총선부터 하면 연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도 “현재 쟁점법안과 선거연령을 같이 함께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선거구 획정은 별도로 합의하는 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타결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여야가 쟁점법안에 대한 긍·부정성에 대해 다뤄야지, 당리당략과 선거 공학적으로 다른 사안과 연계해서 거래하듯이 처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