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 씁슬한 분석과 대안
[책소개] <무업 사회> (니시다 료스케, 구도 게이/ 펜타그램)
    2016년 01월 01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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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무업 사회’라고 한다. 2010년대의 일본 사회는 이미 ‘무업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이 책의 1부는 이미 도래한 ‘무업 사회’에서 유령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 무업자’의 실태와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의 논지는 명확하다. 고도 성장기에 구축된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의 부실이 변화된 노동조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대책 없이 ‘청년 무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위협받게 된다는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무업 사회’와 ‘청년 무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그러나 ‘청년 무업자’는 게으르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오해, 무업자들이 서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과 구조에 대한 무지가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청년 무업자’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기존의 ‘NEET’, ‘히키코모리’ 같은 개념이나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창출’ 식의 단선적인 접근을 넘어서 당자자인 무업자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통해 보다 정교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무업 사회란 무엇인가?’, ‘청년 무업자는 어떤 존재인가?’, ‘무업자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오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등을 구조적 측면과 역사적 변화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실업률 등의 어떠한 고용 관련 통계에도 산술되지 않는 ‘청년 무업자’에 대한 대규모의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통해 일본에서도 의미 있는 최초의 실태조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출간 이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무업 사회’의 냉혹한 진리 –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다!

2부는 ‘일하지 않는 것인가?’, ‘일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청년 무업자’ 당사자들의 이야기이다. 미디어에 의해 ‘게으르고 나태한 청년들’이라고 부정적으로 규정되고 있는 ‘청년 무업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 준다. 6명의 ‘청년 무업자’가 무업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분투해 온 과정을 인터뷰 형식의 글로 구성하여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는 ‘무업 사회’의 냉혹한 진리를 담담히 웅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운영이 확고히 자리 잡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청년 무업자’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무업자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해 등교를 거부하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 현재는 가전제품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년, 대학 중퇴 이후 15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다 현재 청소 회사의 현장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청년 등 6명의 인터뷰는 ‘무업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본과 동일하게 ‘무업 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의 이면을 살펴보는 데 더할 수 없는 참고 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무없사회

<이 책의 특징>

의미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일본 최초의 ‘청년 무업자’ 실태 보고서

<무업 사회>는 일본 사회에서도 거의 최초로 ‘청년 무업자’에 대한 의미 있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10여 년 동안 현장에서 NPO(Non Profit Organization) 활동을 하며 만난 수만 명의 무업자에 대한 정성조사와 2,300건의 정량조사를 통해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청년 무업자’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단순 통계 분석을 넘어 일본 사회의 역사와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소개함으로써 ‘청년 무업자’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아 출간과 함께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의 ‘청년 무업자’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책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번역되지 않고 그 자체의 로마자 표기로 영어권에 수출된 것이 상징하듯이, 일본의 ‘청년 무업자’ 문제에 세계 각국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찍부터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청년 무업자’ 현황과 정책은 세계적 관심사이다. 그 중에서도 유교 등 문화적 배경에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가진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는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특히 일본과 많은 면에서 동일한 청년 문제에 직면한 나라이다. 이 책 본문의 일본이란 말을 한국이란 단어로 바꾸어도 아마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무업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정책적 대안들은 한국의 ‘청년 무업자’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한·일 양국 시민단체가 연대해서 발간

<무업 사회>는 ‘청년 무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시민단체의 연대와 정책 교류의 산물이다. 실업 문제와 사회 양극화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의 (재)함께일하는재단과 청년 취업 지원에 주력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NPO 법인 소다테아게넷이 손을 맞잡고 청년 무업자 문제에 함께 대처해 나가고자 공동 사업으로 이 책을 발간하였다.

양국이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의 경험과 연구를 공유하고 정책 개발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한·일 청년 교류 행사 및 정책 심포지엄 등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이 책의 상세 내용>

‘무업 사회’는 이미 도래했다

얼마 전까지 한국 사회에서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보통의 평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2010년대 들어서며 이제는 일을 하게 되거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거나 평범치 않은 상황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니트족’의 비중이 청년층(15~29살) 가운데 15.6%에 이르며 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니트족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뿐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일본 사회보다도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도 당면한 ‘무업 사회’와 ‘청년 무업자’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미 우리보다 앞서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다.

‘무업 사회’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무업 사회’라고 정의한다. OECD 추계에 의하면 일본 사회는 잠재적 ‘청년 무업자’가 48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일본 사회는 이미 ‘무업 사회’인 것이다.

한국은 이 책에서 정의하는 ‘청년 무업자’에 대한 통계가 없다. 다만 ‘청년 무업자’와 가장 유사한 개념인 청년 니트(14~34세) 수는 2010년 현재 약 130만 명에 이를 것이라 추산된다(고졸 NEET와 대졸 NEET, 남재량, 월간 노동리뷰 2012년 4월호). 한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청년 문제에 대한 정책이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한 실업자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청년 무업자’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는 조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청년 실업률은 10%를 상회하고 있다. 완전고용의 신화를 일구었던 일본의 경우도 청년 세대의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지속은 ‘청년 무업자’의 수도 증대시킨다.

이 수치는 100명당 10여 명이 완전실업자임을 의미하며,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동창생 중에 반드시 몇 명은 여기에 해당되는 셈이다. 누구나 자신의 지인 중에 반드시 ‘청년 무업자’가 존재한다고 말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서 보여 주듯이 이제 ‘청년 무업자’ 문제는 우리들과 관련 없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평범한 친구이자 이웃이 무업자인 시대

그렇다면 ‘청년 무업자’는 누구인가? 현재 히키코모리, 니트, 프리터, 장기 실업자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 무업자’들은 어떻게 무업자가 되는가?

저자들은 ‘청년 무업자’를 ①학교 및 입시학원, 직업전문학교에 다니지 않는 자, ②배우자가 없는 미혼자, ③평소에 수입이 발생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15세 이상 35세 미만인 자로 정의하고 있다. 즉 ‘청년 무업자’는 ‘무업 사회’에서 ‘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없는 상태’,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처해 있는 청년층을 대상화한 개념인 것이다. 장기 실업자, 니트, 히키코모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무업자가 되는 과정과 배경은 다양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교육 과정에서 탈학교 또는 중퇴하거나(할 수밖에 없었음), 학교를 졸업했지만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거나(할 수 없었음), 취업했지만 이직 또는 퇴직하게 되어(할 수밖에 없었음) 장기간의 무업자의 길에 들어선다.

이들 중에는 학교나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수개월에서 길게는 10여 년이 넘도록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청년도 있고, 부상이나 질병 치료에 전념하였거나 교정 시설에 갇혀 있었던 청년도 있다. 공통적으로는 대부분 사회적인 소속이 없고 친구나 지인도 거의 없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무업 상태가 되기 쉬운 청년은 ‘저소득, 저학력, 비정규’ 이력을 가진 청년이지만, 누구나 알 만한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해도 ‘무업자’가 되는 길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무업 사회의 무서움이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청년 무업자’들의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도쿄의 유명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무업자가 되어 현재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대학 졸업 후 불합격 메일 100통에 좌절하고 현재 구직 활동 중인 청년, 휴일도 없는 회사생활에 지쳐 퇴직 후 장기간 실직 상태를 벗어날 수 없어 취업하기를 포기한 청년, 어려운 세무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면접에 서툴러 7년이 넘는 기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 일할 의욕은 있으나 회사의 도산으로 연속해서 해고를 당하고 현재 구직 중인 청년, 창업에 실패하고 재취업에 거듭 실패해 장기간 실직 상태에 있는 청년, 고등학교 중퇴 후 10년이 넘게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며 꿈도 일할 의욕도 없는 30세 초반의 청년 등 사회가 게으르고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무업자가 사실은 우리의 평범한 친구이자 이웃인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청년 무업자’가 된 경로와 배경이 다양하듯이, 현재의 상태와 취업에 대한 의지 여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무업자가 존재한다. 저자들은 청년 무업자를 구직형, 비구직형, 비희망형으로 유형화하고 있다.

구직형이란 ‘취업을 희망하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자’를 말하며 우리가 아는 장기 실업자와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비구직형은 ‘취업을 희망하지만 구직 활동은 하지 않는 자’다. 그리고 ‘취업에 대한 희망조차 없는 자’를 비희망형(은둔형 외톨이)으로 분류한다.

특히 비구직형과 비희망형 청년들은 구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으르다’거나 ‘의욕 부진’ 때로는 ‘근성이 없다’는 투의 여론몰이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채찍질은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탈학교, 니트, 히키코모리, 우울증 등 무업자의 왜곡된 이미지가 문제 해결의 걸림돌

‘청년 무업자’ 문제가 현재의 젊은 세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임에도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20세기 말부터 사용된 니트나 히키코모리, 프리터 등의 용어도 혐오적인 시선이 반영된 개념이다. 이들 용어는 게으른 청년들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다.

그 결과 ‘청년 무업자’ 이미지는 여러 해 동안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사는 이상한 사람, 하루 종일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있고 일할 의욕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과도하게 정형화·경직화되었다. 탈학교, 은둔형 외톨이, 발달장애, 우울증, 자율신경실조증을 겪었거나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과 같은 사회 부정적인 이미지만이 부각되고 있다. 무한 경쟁에서 비껴 선 청년들을 낙오자, 실패자라고 낙인찍으며 그 이유를 게으름이나 나약함, 인내력 부족 등의 지극히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저자들에 의하면 이런 부정적이고 왜곡된 이미지들이 ‘청년 무업자’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무업자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부터 파생되는 것임에도 당사자 책임론이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첫 발을 올바르게 내딛기 위해선 먼저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일하지 않는 청년은 게으르다’는 오해이다.

저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청년 무업자’의 75.5%가 취업 경험이 있었으며,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는 사람은 24.5%에 불과하다. 마지막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도 40.5%나 된다. 더구나 통계분석뿐만 아니라 수천 명에 달하는 각종 인터뷰와 상담 조사를 통한 정성조사 결과를 보면 문제의 원인이 당사자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기 위해 일을 고르고 있다’는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 흔히들 “알아만 보면 일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 “무업 상태를 벗어나고 싶으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에서라도 일하면 된다”라고 의지 부족을 지적하지만 이는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통계를 보면 ‘청년 무업자’가 무업 상태로 머물고 있는 이유에는 ‘질병·부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취업 상태였을 때 무리한 업무와 작업 환경의 문제로 질병을 얻어 장기적인 실직 상태에 빠진 것이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돈은 없지만 매일 자유롭게 놀고 있는 것 아닌가? 부모가 도와주니까 일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빈둥거리며 인생을 낭비하고 있으며 살 만한 집안 출신이라는 근거 없는 오해도 팽배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윤택하기는커녕 대학 진학도 불가능하고 운전면허나 컴퓨터 같은 필수적인 요소도 보유할 수 없는 어려운 형편이 대부분이다.

무척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은 수입이 없기 때문에 비용이 드는 여가를 즐길 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다. ‘청년 무업자’ 4명 중 1명은 양복조차 없다. 저자들은 이처럼 ‘청년 무업자’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오해들을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반박한다.

비희망형, 비구직형, 구직형 등 무업자의 단계에 맞는 지원 절실

무업 기간이 3년을 넘기면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태에 처한다. 수십 군데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거나 사회로부터 장기간(때론 10년을 넘기도 한다) 고립되면 긍정적인 자기인식이 불가능하게 된다. 더 이상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도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더구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거의 전무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청년 무업자’들 대부분은 현재의 무업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괴로워하고 있으며 어떻게든 고립된 상황을 탈피하고 싶어 한다. 질병, 고립, 자신감의 상실, 사회적 지원의 부재 속에서 악순환에 빠져 실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은 구직형에서 비구직형, 비희망형으로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청년 무업자’가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점은 개별적으로 상당히 다르다. 대체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현실화하기 위한 도움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일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 계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청년들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남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구직을 바라는 청년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에 주목하기보다는 취업(매칭)이라는 목표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희망형에서 비구직형으로, 비구직형에서 구직형으로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각각 해결해야 할 과제와 욕구는 매우 다르다. 유형마다 문제 해결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직업 소개 기능과 직업훈련 확충이라는 한정적인 대책만을 갖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 치의 실수나 여유도 용납하지 않는 빈틈없이 짜인 차가운 경쟁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 청년들을 품어 주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청년 무업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일본의 낡은 사회 시스템

이 책의 1부 4장과 5장은 ‘청년 무업자’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조건과 역사적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청년 무업자’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이다. 저성장 시대에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청년 세대의 수가 현격히 축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 중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각종 사회보장과 부가가치 창출의 지속성에 큰 위기를 불러온다.

청년 세대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노동과 취업에서 소외되고 소극적이게 된다면 앞으로 적은 수의 청년 세대가 미래의 GDP 생산과 사회보장을 담당해야 한다.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이다.

‘청년 무업자’ 문제를 그들 ‘당사자의 책임’일 뿐이라고 하는 소극적이고도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서 계속 방치한다면, 조만간 특정인이나 특정 세대가 아닌 일본 사회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진단한다. 어떻게 하면 ‘청년 무업자’를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하게 할 것이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닌 납세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 무업자’ 문제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일본 사회의 각종 시스템적 한계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는 인구구성, 노동시장, 안전망 등 모든 영역이 크게 변하고 있다. 종신 고용도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고, 취직 정보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채용 활동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이 작동 불능의 상태에 빠져 청년 무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청년 무업자’ 문제라고 하는 각론적 접근을 통해 일본 사회의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제도 설계를 위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일본형 시스템의 붕괴와 일본적 복지 사회의 한계가 ‘무업 사회’ 등장의 배경

그렇다면 일본 사회에서 ‘무업 사회’는 어떻게 등장하였는가? 저자들은 ‘일본형 시스템’이라 불리는 경제 체제의 붕괴와 ‘일본적 복지사회’라는 소극적 사회 안전망의 한계가 ‘무업 사회’ 등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타성에 젖은 채로 이어져 온 전통적 사회 시스템 및 교육 시스템과 급속히 변해 버린 노동시장과의 괴리가 ‘청년 무업자’를 낳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일본형 시스템’은 ‘일본적 경영’, ‘일본적 복지사회’, ‘중앙집권적 재분배 시스템’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적 경영’은 ‘신규 졸업자 일괄 채용’, ‘종신 고용’, ‘연공서열형 임금’, ‘기업별 노동조합’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일본적 경영’의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청년들이 이러한 제도를 의식해 오랫동안 취업준비를 하며 교육기관 역시 이에 맞추어 취업지도를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이러한 기업 사회에서 배제되면 재진입이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일본적 경영’의 문제이다.

일본의 사회 시스템에서는 노동시장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과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이 거의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기업이 유사 공동체로서의 기능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평일 낮 동안 주된 사회참여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직장으로부터 이탈하면 공동체나 타인과의 연결 고리도 함께 상실하기 쉽다.

‘일본적 복지사회’란 ‘중(中)복지·중(中)부담’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까지의 일본 사회보장 시스템을 표현한 말이다. 개인과 기업과 정부가 각자 부담을 분담하며 적극적인 복지사회의 구상을 갖지 않은 상태로 발전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이 서구 복지사회와는 차별적인 일본 복지사회의 모습이다. 즉 최소한의 복지 정책만을 실시해 온 것이다. 이 복지 정책에는 ‘청년 무업자’와 같은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복지나 취업 지원은커녕 노인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복지조차도 충분하지 않았다.

90년대 말 ‘취업 빙하기 시대’가 2010년대 ‘무업 사회’로 악화

이런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하고 일본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1993년 버블 붕괴, 90년대 후반 대졸자도 취직하기 힘든 ‘취업 빙하기’ 시대를 맞이한다. 특히 출생자 수가 많은 제2베이비붐 세대의 취직 시기와 겹치면서 이 시기를 중심으로 수많은 니트, 프리터를 포함한 ‘청년 무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그 후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 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경기침체는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되었다.

2000년대 전반에는 파견 노동에 대한 규제가 원천적으로 해제되는 고용조건의 악화가 전면화 된다. 그리고 저출산의 영향으로 이제 청년 세대는 과거와 같이 수적으로도 많지 않게 되어 세대별 인구 비율로 보면 오히려 희소한 존재가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적 대불황의 영향으로 일본의 노동시장은 침체의 수렁을 지금까지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 청년 세대 비정규 고용률이 30%를 넘어서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런 악화된 사회적 환경을 배경으로 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사회 양극화 속에 약자로서의 청년 세대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격차 사회’, ‘사요나라 1억 총중류 사회’, ‘니트-프리터의 등장’, ‘무연(無緣)사회’, ‘고족(孤族)의 나라’, ‘고립무업(孤立無業)’ 등 청년 세대 담론이 2000년대 이후 상당히 일반화된 것이 이를 보여 준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정량화된 수치들만을 활용한 이러한 논의들은 ‘청년 무업자’의 실체적 존재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평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신규졸업자 일괄 채용, 종신 고용, 연공서열형 임금과 같은 일본형 경영의 전제 조건과 고용 관습, 그리고 청년 세대의 위상은 사회가 명확히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크게 변하였다. 동시에 일본적 복지사회의 전제조건도(고도 경제성장) 사라져 가고 있다. 적극적인 관점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상하지 않는 일본형 복지사회의 부정적 측면만은 계속 이어져 왔다. 정치적으로도 고령 세대에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에 특화된 지원 정책의 확충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의 시대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소극적인 사회 안전망이 ‘청년 무업자’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 그 기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일본에서 청년 지원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부터이다.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한 지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은 질적 양적으로 모두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인식과 깨달음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며 붕괴되어 버린 사회 시스템의 구체적인 보완과 확충을 시급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회 전체가 ‘청년 무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청년 무업자를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저자들은 ‘청년 무업자’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현 단계에서 곤궁한 사람을 긴급히 구제할 것, 이미 ‘청년 무업자’가 된 사람이 빨리 취직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 또한 무업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다시 한 번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시스템을 사회 안에 구축할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성별, 수입, 사회적 속성과 같은 여러 조건을 넘어서 모든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지원(포섭성), 청년 무업자 지원의 다단계화·다양화·다각화(연속성), 무업자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지원(재도전의 지원)이라는 핵심적인 기조를 제안한다. 이런 정책적 방향 하에 ‘청년 무업자 지원의 강력한 비전 수립’, ‘조사의 확충’, ‘민·관 연계에 의한 통합적 사회참여 기회의 창출’이라는 세 가지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들은 청년 무업자 문제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 못지않게 시민단체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청년 무업자 문제는 무업자 개개인의 다양한 존재적 특성으로 인해 어느 분야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상황적 특성에 맞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간의 지원 활동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시민단체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거나 거의 인지되지 못하는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데 어느 사회조직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다. ‘청년 무업자’ 문제야말로 아직은 그 단어조차 잘 인지되지 않고 있는 사회문제인 것이다.

시민단체가 나서 ‘청년 무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에코시스템(생태계)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고 청년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청년 무업자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라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시민 각자의 입장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가치를 통해 협조할 수 있는지를 제안함으로써 ‘무업 사회’ 극복을 위한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일할 수 없었던 괴로움에 비하면 노동으로 인해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책의 2부는 여섯 청년의 무업 탈출 분투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묶어낸 글이다.

일할 수 없었던 아픈 경험을 가진 ‘청년 무업자’들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일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를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사회학적 이론과 통계로는 알 수 없는 ‘청년 무업자’의 실제 모습을 통해 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해 등교를 거부하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 현재는 가전제품 매장에 서 근무하고 있는 청년, 대학 중퇴 이후 15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다 현재 청소 회사의 현장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청년 등 6명의 이야기는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는 ‘무업 사회’ 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말 일하기 싫어서 일을 안 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일할 수 없었던 괴로움에 비하면 노동으로 인해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무업 상황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면 변하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게 된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삶은 싫은데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어떤 사회적 관계도 없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고립되어 지냈다는 점이다. 일을 해야만 한다는 조바심과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절망감에 일이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버린다.

아무것도 안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안고 살며 사회불안장애 등의 정신적 문제에도 직면한다. 무리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나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무력감에 빠진다.

무업자들도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늙어가는 부모님을 걱정하고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는 갖고 있다. 사회로의 첫 한 걸음이 무섭고 어려운 것이다. 이들이 사회로 재진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젊은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순 아르바이트조차 시작을 몹시 두려워한다. 이들에겐 평범한 직장도 너무나 무서운 공간인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한 상처, 사회에서의 좌절, 오랫동안의 고립된 생활이 원인이다.

이들의 경험에 의하면 무업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 이제 일을 해 보자는 결심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업 상태를 벗어난 이들의 공통점은 조롱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오랜 시간 기다려 주며, 고립된 생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가족이나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청년 무업자’들은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취직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현재 상태에 따라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그것을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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