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사망,
    후임엔 김완수, 원동연 등 유력
    온건 대화파 공백으로,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
        2015년 12월 30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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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를 총괄했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대위원인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는 교통사고로 주체104(2015)년 12월 29일 6시 15분에 73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양건 동지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비서의 중책을 지니고 우리 당의 자주적인 조국통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고 밝혔다.

    김 비서는 대남뿐 아니라 국제 분야에 대해 김정은 제1원장에게 직접 조언하는 최측근으로, 남북관계에 있어 대화를 강조하는 비교적 유연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망으로 인해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0일 오전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김양건 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소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라며 “특히 5월에 7차 당대회가 준비되어 있고, 내일 모레에는 신년사를 해야 한다. 여기에 대남분야 정책이나 제의가 있어야 하는데, 실질적인 책임자가 사망했다면 남북관계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양건 비서의 경우에는 대화를 통한 대화주의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약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양건 비서의 사망 자체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양 교수는 “그렇다. 북한에서는 (남북문제를) 대남비서가 다 한다”며 “민간 교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건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양건 비서밖에 없다. 그런데 김양건 비서가 사망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건의할 사람이 없고, 자연스럽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만 받아야 한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를 못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아마 영향을 다소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또한 “북한에서 당의 비서, 권력층의 측근들이 사망했을 때는 정치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일례로 2002년 한창 잘나갔던 김용순 비서나, 김양건 이전의 비서도 그렇고 특히 조직지도부의 제6부 부부장으로 잘 나갔던 이재강 부부장도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 당시에도 정치적인 암투가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 짐작하고 해석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또한 김 비서의 사망으로 남북대화의 장기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김 비서가 사망해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 강석주의 와병으로 김양건 비서가 사실상 국제비서 역할까지 최근에 수행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중 관계 개선도 지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김양건 비서의 사망이 알려지면서 향후 남북관계를 주도할 ‘포스트 김양건’이 누가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은 김완수 조국전선 서기국장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순이다.

    정 연구실장은 “국가장의원회 명단에 나와 있는 대남 엘리트 명단을 가지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자 지명 가능성을 판단해보면 (명단에서 원동연보다 먼저 언급되고 있는) 김완수 조국전선 서기국장과 최근 복권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정 연구실장은 “김완수는 우리 사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의장 겸 서기국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의장, 6.15공동선언실천 남북공동위원회 북측위원장, 조선-폴란드친선협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대남 분야에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보다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숙청 또는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던 원 부부장은 김양건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돼 있어 복권이 확인됐다. 원 부부장은 작년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때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연구실장은 “김양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깊게 관여해온 원동연의 대남 사업 경험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져 김정은 제1비서가 원동연의 복권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포스트 김양건’ 후보 중 한 명인 맹경일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선 “김양건 국가장의원회 명단에서 이름조차 빠져 있어 그의 북한 지도부 내 위상이 높지 않아 김양건의 후임자로 임명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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