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군 해수담수화 논란,
    '물 민영화'의 다른 이름인가?
    물 공공성을 위한 싸움, 기장 만의 싸움 아냐
        2015년 12월 21일 11: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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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기장군의 해수담수 공급 반대의 열기가 높다. 학부모들의 등교 거부 선언과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 반대 열기는 곧 주민투표 청구 발의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수돗물 공급과 관련해서 주민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아마도 현대화된 상수도 시설 도입 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 민영화

    *기장읍 해수담수공급반대 촛불집회-김세규(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 협의회) 제공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와 삼중수소

    이런 뜨거운 반대 열기의 원인은 먹는 물의 안전이 방사성 물질에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장군 대변리 해안에 위치한 해수담수화 시설의 취수구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불과 1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올 여름 월성원전 인근 주민의 삼중수소 검출율과 농도가 경주시내 주민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며(1) 삼중수소에 대한 역학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결과가 본격적으로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을 앞둔 기장군과 송정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며 경수로의 삼중수소 발생량이나 역삼투 공법으로 삼중수소를 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해수담수화는 말 그대로 염분이 있는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같은 제목의 책을 본 적 있는 사람은 바닷물을 끓여 그 증기를 모아 마실 물을 얻는 방법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에 적용되었다는 역삼투 공법의 원리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삼투압의 원리는 우리가 김장할 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추에 소금을 뿌려 놓으면, 배추 안은 소금의 농도가 낮고 밖은 높은 상태에서, 농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추 속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 나와 배추가 숨이 죽는다. 이 때 농도 차이에 의해서 물이 이동하는 힘이 삼투압이다. 삼투압은 외부의 에너지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역삼투는 이 반대로 농도가 높은 쪽은 더욱 농도가 높게, 반대쪽은 순수한 물이 얻어지게 하기 위해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을 인위적으로 가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량의 담수를 만들어 내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투여해야 한다.

    이러한 부자연스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물 분자는 통과할 정도이지만 염류 이온들은 통과하지 못하는 크기의 구멍을 가진 막(membrane)을 사용하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걸러낼 수 있다, 없다 논란이 생긴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수담수화 시설은 삼중수소를 걸러낼 수 없다. 아니,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삼중수소(T, Tritium)가 일반수소(H, Hydrogen)의 자리를 뺏아 물 분자의 일부가 되어, 삼중수소수를 형성한다. 다시 말하면 물에 삼중수소라는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 분자 자체를 변형(H2O → T2O, HOT 등)시켜 버리기 때문이다.(2)

    경수로의 삼중수소 발생량이 경주 월성원전의 중수로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하며, 역치(문턱 값)는 없다”는 미국과학아카데미의 결론에 따르면, 발생량이 적다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3)

    또한, 삼중수소가 인체에 얼마나 머무르며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특히 성인이 아닌 어린이나 임산부에 대한 위해성에 대해서 특히 그렇다. 논란이 많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그 불안감과 불확실성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아래의 협약서를 보면 공급 찬성 측이 안전하다는 근거로 삼고 있는 미국 국제위생재단(NSF: 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은 그 책임을 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삼중수소 : 삼중수소(三重水素) 또는 트리튬(tritium)은 수소의 동위원소로 일반적인 수소가 양성자 1만 가져 원자 질량이 1인데 반해, 삼중수소는 중성자 2개를 더 가져 3의 질량을 갖는다. 삼중수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데에 있으며, 약 12년의 반감기를 가지고 헬륨(He)으로 붕괴한다.

    담수화 문서

    미국 국제위생재단과 부산상수도사업소 사이의 협약서-김세규

    우리는 수돗물을 선택할 수 없다.

    기장군 해수담수화 논란은 대부분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특히 삼중수소와 관련된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 초점을 조금 돌려, “그렇다면 먹는 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와 “그런 시설이 왜, 누구에 의해서 거기에 자리 잡았는가”의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짚어 보자.

    상하수도를 포함해 물과 관련된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물은 공공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독점적으로’ 관리해 왔다. 물은 인터넷이나 TV처럼, ×× IPTV를 볼 것인지, OO 케이블TV를 볼 것인지,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이고 품질이 좋은지 생각해서 ‘선택’할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공급해 주는 대로, 그 물로 씻고 마실 수밖에 없다.

    정부를 통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물 관리 주체를 좀 더 명확히 찾아보면, 수도의 관리 주체는 크게 중앙정부(환경부,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수도사업자로 구분되어 있다. 좀 웃긴 것은 수도시설의 인가권이 광역상수도의 경우 국토교통부에, 지방상수도의 경우 환경부에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자체의 역할이 가장 큰데 환경부가 가지고 있는 지방상수도의 인가 폐지와 관련된 권한이 시도지사나 기초단체장에게 위임되어 있고, 광역상수도의 경우도 수자원공사로부터 물을 공급받은 이후부터는 지방상수도와 동일하게 시설의 관리 및 요금책정, 사용료 징수 등을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정부에게 상하수도 사업은 유지관리 차원에서도 재정적으로 득이 되는 사업이 아니면서 앞으로는 상하수도 노후화 등으로 인해 보다 많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중앙정부와 기업들은 ‘물산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Blue Gold’ 산업을 통한 이윤 창출을 위해 지자체 직영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근거로 들며 실질적인 ‘물 민영화’의 길로 지방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태백시의 경우 상수도 민간위탁을 강요하는 환경부와 이를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부 및 지역시민단체의 갈등으로 표출된 바 있다.(4)

    천천히 티 안나게 민영화 쪼개기(5)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로부터 2년 후, 2010년 10월 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국토해양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물산업 육성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내 놓았다. 바로 이 보고서에 기장군 해수 담수화 시설의 주역인 두산중공업의 이름이 해수담수화와 함께 언급되어 있다.(6)

    또한, 추진 전략에서는 “해수담수화-향후 해수담수화 시장의 60%를 차지할 역삼투압 방식에 대한 기술개발 추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업 초기의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은 물산업 해외수출을 위한 실험적 성격의 사업임이 명확했다.(7) 그 사이 두산중공업은 해외에서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이런 시작과는 달리 기장군과 송정동의 수돗물을 대체하기 위한 관망 설치 등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주민들의 동의 절차는 없었다.

    예의 ‘물산업 육성전략’보고서에서 계획한 내용 그대로다. 총 1,954억의 사업비 중에 국비,시비와 함께 706억의 민자를 유치해 시설을 설치하고 상수도를 공급하려는 과정은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기업 참여는 곤란. 단순 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경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단계는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서서히 민간기업의 몫을 늘려 나갈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M&A를 통한 기업 대형화와 실질적으로 완전 민영화의 단계까지 나아가려고 할 것이다.

    ‘독점’과 ‘민영화’가 만나면…

    문제는 상수도와 같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점적’인 사업이 ‘민영화’가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독점적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시장의 논리’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먼저 언젠가는 물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상수도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산업이다. 취수한 물을 정수처리하고 나서 중간 거점인 배수지까지 보내는 송수관망, 배수지에서 각 가정까지 연결된 급수관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시 아래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이 관망을 유지 보수하는 데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게다가 해수담수화 시설은 결코 꿈의 시설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수처리 과정 자체도 에너지 집약적이며 많은 비용이 든다. 섬이나 사막처럼 하천수가 거의 없는 지역이 아니면 상수원으로 해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기업이 적자를 감수할 리가 없고 결국 수도요금을 인상하거나 지자체에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수도의 특성상 우리는 주는 대로 마시고, 지불하라는 만큼 지불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기술의 문제이다. 운영 노하우나 기술이 사기업의 영역으로 이전되고 자체적으로 발전되어 공공의 영역으로 되돌릴 수 없다. 특히 해수담수화 공법처럼 하이테크 기술이면서 유지관리에 전문성과 큰 비용, 에너지가 들어가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사기업이 독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물 민영화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먹는 물의 안전성(safety)과 안정성(stability)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장군과 송정동의 경우 심지어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공급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서 기업을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 1991년 두산전자(이 때도 두산이다)의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이 사건이 단순히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고의성과 비용 절감을 위한 비밀 배출구를 통한 상시적인 방류가 있었다는 데 있으며,(8) 결국 비윤리적인 기업경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25년이 지난 지금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거라 많은 이들이 기대하지만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은 100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살리겠다더니, 상수원 기능 포기하나?

    22조원을 들인 4대강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었다. 총 16개의 보 중, 8개가 낙동강 중상류에 자리 잡았으며, 보의 규모들 역시 4개 강 중 가장 크다. 정부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사업만 완공되면 낙동강의 수질 문제, 물 부족 문제, 홍수 문제 등 모든 물 문제가 사라질 것 같은 달콤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수질이 악화되고 녹조가 급증한 결과만 낳았다.

    이번에 해수담수를 공급하겠다는 기장군과 송정동은 낙동강의 물금 취수장에서 강물을 떠올려 화명 정수장에서 정수 처리를 해서 상수를 공급하던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서 현재 기준으로 경제성도 훨씬 나쁜(9) 해수 담수를 주민들에게 강요하며 낙동강 수질에 대한 불신감과 상수원의 다변화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톤당 150원을 지불하는 물 이용 부담금을 상수공급을 위한 비용으로만 보는 것도 맞지 않는다.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결과는 상수원으로서의 가치로만 환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수원으로서의 낙동강을 포기하지 않고 그 수질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장군과 송정동은 섬도 사막도 아니다. 해수를 담수화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곳이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물이 부족한 지역도 아닌 큰 강의 하구에 가까운 지역이고, 지금까지 낙동강 물을 이용해서 잘 살아 왔다.

    여러 지자체가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물 민영화를 진행하는 지금 시점에 갑자기 해수담수 공급을 강행하는 이유는 큰 틀에서 물 민영화 실현 계획의 일부로 보인다. 물 민영화는 결코 그 이름을 걸고 왁자지껄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걸리적거리는 프레임을 집어 던지고 훨씬 조용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실리를 취하며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물의 공공성을 지켜낼 것인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 첫 싸움은 이미 기장에서 시작되었고, 그러므로, 이 싸움은 기장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이 싸움을 꼭 이겨내야 하는 이유다.

    <참고>

    1. 관련기사: 연합뉴스, 월성원전 주민 체내 삼중수소 농도 타 지역보다 높아

    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8/17/0200000000AKR20150817176200053.HTML

    2. 참고: 미국 국립 의학 도서관 웹사이트

    http://webwiser.nlm.nih.gov/getSubstanceData.do?substanceId=423&displaySubstanceName=&STCCID=&UNNAID=&selectedDataMenuItemID=44

    3. 관련칼럼: 작은 것이 아름답다, 김익중, 방사능 기준치 아래도 안전하지 않다

    jaga.or.kr/?p=2069

    4.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상수도민간위탁강요,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6299

    5. 이 소제목은 2012년 시사인의 기사 “설마했던 ‘물민영화’, 이미 시작됐다”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정부의 물민영화 장기 계획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실려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일독을 권한다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25

    6. 국내 물산업 여건 파악에서 “해수담수화 -증류식 방식은 국내기업(두산중공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40%)”라고 언급되어 있다.

    7. 관련기사: 뉴스타파, ‘두산 중공업의 실험’에 동원된 주민 10만 명(newstapa.org/27045)

    8. 관련기사: 시사저널, ‘유출사고’인가 ‘고의방류인가

    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939

    9. 관련기사: 서울경제, 기장해수담수 시설, 낙동강 취수때보다 오히려 적자

    economy.hankooki.com/lpage/201512/e20151208165905143120.htm

    필자소개
    (주)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 진보결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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