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포데모스와 시민당 약진
인민당-사회노동당 양당체제 휘청
    2015년 12월 21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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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치적 관심을 모으며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으로 나선 신생정당인 포데모스(Podemos)와 시민당(Ciudadanos)이 약진하면서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30여 년간 이어진 인민당(PP)과 사회노동당(PSOE)의 양당 체제가 붕괴됐다. 포데모스와 시민당은 지방선거,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전국 단위의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참여했다.

집권 우파 정당인 인민당(PP)이 제1당이 되었으나 과반수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인민당의 잦은 부패 스캔들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고 긴축정책과 21%에 이르는 심각한 실업률이 현대 스페인을 지배해왔던 인민당과 사회노동당의 양당 체제를 무너트렸다. 21%의 실업률은 비록 2013년 가장 높았던 27%에서 다소 낮아졌지만 유럽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의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은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2012년 7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여 2013년 말 구제금융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20일 밤 99.9% 개표 상황에서 인민당(대표 마리아노 라호이 60)은 28.7%의 득표율로 123석을 얻었다. 이는 전체 350석의 과반(176석)에 한참 모자란다. 2011년에 인민당이 얻는 186석의 2/3에 불과하다. 사회노동당(대표 페드로 산체스 43)은 22.0%의 득표율로 90석을 얻으면서 제2당이 되었다. 사회노동당은 이전 선거에서 110석을 얻었다.

반긴축 좌파정당인 포데모스(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37)가 그 다음으로 20.7%의 득표율로 69석을 얻었고 중도우파 신생정당인 시민당(대표 알베르트 리베라 36)은 13.9% 득표에 40석을 얻었다. 선거 결과에서는 포데모스가 돌풍을 일으켰지만 선거 이전의 여론조사에서는 시민당이 과대평가되고 포데모스가 4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과소평가되었는데 결과는 포데모스가 득표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

포데모스는 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포데모스’는 2011년 5월 마드리드에서 정부의 과도한 긴축정책과 서민경제 파괴에 반대하며 시작된 ‘분노하는 사람들(인디그나도스)’운동과 시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외에 지역정당 등 군소세력들이 7.1%의 득표율로 26석을 차지했고, 공산당이 주축이 된 통일좌파(IU)는 3.7%의 득표율로 2석을 얻는 저조한 결과를 얻었다. 

위의 4개 정당과 통일좌파 외에 카탈로니아 공화-좌파당 ERC 9석, 민주주의와 자유(DiL) 8석, 바스크 민족주의당 EAJ-PNV 6석, 우스칼 에리다 빌두 2석, 카나리안 연합-카나리안 민족주의당 CC-PNC이 1석을 얻어 총 10개 정당이 원내에 진출했다.

스페인의 인구는 한국보다 작은 4천670만 명이지만 의원수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350석이다.

스페인 도표

스페인 총선 정당별 득표와 의석수

스페인 총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라호이, 산체스, 이글레시아스, 리베라

스페인 선거를 앞두고 경제위기와 높은 실업률, 가혹한 긴축정책은 유권자들이 수십년간 서로 돌아가면서 집권을 했던 인민당과 사회노동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양당의 득표율은 과거 평균 70~80%의 득표율을 차지해왔던 과거에 비하여 이번에는 50% 가량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포데모스는 스페인 전역에서 선전을 했는데 독립 국민투표를 지지하면서 카탈로니아와 바스크 지역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포데모스의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오늘은 스페인에서 역사적인 날” 이라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변화를 바라는 힘이 커져 왔다”고 말했다.

시민당의 대표 알레르트 리베라도 결과를 자축하며 “오늘은 희망과 흥분의 시간이 시작됐다. 수백만 명의 스페인 시민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집권을 기대했던 인민당은 4년을 다시 집권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 협상에 의지해야만 한다. 향후 연정을 위한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헌법에서는 총선 후 내각 출범 시한을 정해두고 있지 않아 앞으로 연정 구성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파 인민당과 중도우파 시민당의 연정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들로도 과반수에 한참 미달한다. 사회당과 포데모스의 연합으로도 과반에 미달한다. 어떤 연정이든 제3세력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인민당과 시민당이 지역정당과 함께 연정을 꾸리는 시나리오도 예상되지만 카탈로니아 독립 국민투표를 강력히 반대하고 바스크 지역에 대한 조세 특례 근절을 주장해왔던 시민당이 포함되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많은 분석가들은 인민당과 사회노동당의 대연정을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양당의 대표자들은 선거 내내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는 포르투갈(제1당 우파 사회민주당의 연정이 붕괴하고 제2당이 사회당이 3, 4당인 좌파블럭과 공산당 주도의 민주단결연합과 함께 정부를 꾸렸다)과 같이 사회노동당-포데모스-시민당의 연정을 예상하기도 하는데, 시민당의 대표 리베라는 선거 전 “패자들의 모임”이라고 지칭한 이 연합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사회노동당이 포데모스와 작은 규모의 지역정당, 예를 들어 9석을 얻은 카탈로니아 좌파 공화주의자나 8석을 얻은 통합당의 지지를 얻어 연정을 꾸리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인민당의 강세의 한 요인으로는 스페인의 선거제도 탓도 있다. 이 제도에서는 도시지역보다 농어촌지역에서 당선 가능 득표수가 훨씬 적다. 포데모스와 시민당이 강세를 보인 대도시에서의 당선 가능 득표 수와 인민당과 사회노동당이 강세를 보이는 농어촌에서의 당선 득표 수가 3~4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필자소개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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