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관심법 집착에
    비상사태와 혼란 맞고 있는 국회
    심상정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 충성 경쟁 가관"
        2015년 12월 17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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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벽을 쌓은 채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며 국회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만 쏟아 내면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확고해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당·청의 국회 압박 등 정치공세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재차 경제 관련 법안 직권상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의화 의장 겨냥 … 새누리 말끝마다 “비상이다” 여론몰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1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이라는 단어를 말끝마다 강조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며 직권상정을 거부한다는 정 의장의 견해에 반박하는 동시에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경제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을 언급하며 “그야말로 대외 악재 비상사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절박한 법안들 처리가 새정치연합의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한 무책임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입법 기능이 거의 마비돼있다는 것이 그야말로 큰 문제다. 그야말로 입법 비상사태다. 대외악재의 비상사태와 입법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어제 정의화 의장의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경제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에, 저는 또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며 “이런 위기의 상황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비상한 전환점을 갖는 지혜를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18년 전의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딱 하나다. 위기가 폭발하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5대 노동법안에 반대하는 점을 언급하며 “정말 비상상황이다. 뭔가 돌파구를 열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선진화법, 명백히 위헌인 법률이다. 왜 거기에 굴복해야 하는가.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가 대타협을 해서 의회주의 원리에 의해 원만하게 개혁안이 처리가 돼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비상구를 열어야 한다”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법률적으로 직권상정이 어렵다는 정 의장의 지적에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또 다른 법률적 해석까지 내놓았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쟁점법안 처리는 국회의 절차를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야당독재로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관계로 법안을 바로 본회의에 올려서 심사를 하자는 것”이라며 “직권상정 조항 자체도 아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해놓은 입법불비의 조항이다. 현대의 정치위기는 다양한 형태로 전개가 됨으로 한정적으로 직권상정 조항을 규정해서는 안 되고, 기타 국가에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와 같은 포괄조항이 당연히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직권상정 조항을 제한적으로 규정해놓은 입법불비의 현행법 하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폭넓게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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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화 “국가비상사태 선언하면 경제 더 위축”
    직권상정 요청 압박에 강경하게 ‘거부’

    정 의장은 여당의 계속되는 압박 공세에도 경제 관련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은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의장은 1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은 법 논리로는 전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억지로 국가비상사태라고 지칭하고 초법적인 방법을 썼을 경우 정국의 대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경제는 심리인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순간 전 세계에 안 좋은 메시지만 주고 경제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하나를 얻으려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직권상정이나 긴급재정명령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앞세운 여당의 공격에 정 의장은 역으로 국가를 비상상태로 규정할 경우 경제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맞선 것이다.

    정 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는데 의장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서 할 수 밖에 없다”며 “(직권상정은) 국가비상사태에 가능하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과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 제 개인도 그렇지만 여러 법률 자문 전문가들의 의견도 그렇다”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 정병국 “대통령 문제제기만 하지 말고 야당을 설득해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극소수이긴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야당을 만나 쟁점법안 통과를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를 향해 호통과 모욕적 발언, 직권상정 압박만 하는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비박계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는 야당 대표라도 만나셔 가지고 설득하셔야 한다”면서 “대통령께서는 계속 문제제기만 하시는 것 가지고는 저는 안 된다고 본다. 또 수석이 와 가지고 국회에 와서 요구하고 하는 방법도 뭐 그렇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이럴 때일수록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시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도 말했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국회의장님 생각은 국회의장님으로서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 법을 근거로 해서 집행을 해야 된다는 의장님의 뜻을 저는 존중한다”며 여당의 직권상정 요청에 대해선 “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고 의지들은 충분히 알겠으나 이 문제는 이렇게 해가지고 풀릴 것은 아니다. 이게 바로 정치실종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비상사태’를 운운하며 대통령의 긴급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일부 주장에 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과연 긴급권을 발동할 수 있는 요건이 되는지 다시 한 번 봐야 한다”며 “결국은 정치권을 파국으로 끌고 가는 경우다, 이런 건 지금 뭐 전시 상황에서나 있을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인데 아직은 대화의 여지가 있고 설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거듭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도입할 때에도 긴급권을 발동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도 정 의원은 “그때 상황하고 지금 상황하고는 다르다”며 “그때는 긴급명령을 발동하지 않으면 금융실명제로 인해 가지고 대혼란이 올 수가 있다는 게 명약관화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시급하다고 하는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경제가 어떻게 된다 라고 하는 것에 대한 답이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내 경제 위기에 관해 짚으면서도 IMF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 대한 우려는 경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면서, 경제 위기를 앞세운 직권상정에 관해선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정해놓은 국가비상상황은 전쟁 상황을 이야기 하는 거다. 전쟁 상황하고 지금 이 경제가 어려운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아니겠나”라며 직권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종걸, 쟁점법안과 야권분열 연결 짓는 대통령 비난에 반박
    심상정 “대통령, 대의민주주의 유린한다면 중대 결심할 수밖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청이 쟁점법안 통과를 목적으로 국가 위기 국면을 조장해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가 비상사태를 운운하는 할리우드 액션이 안하무인, 점입가경”이라며 “대통령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법안 처리를 지시하면서 국회 비난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국가 비상사태가 생기고 경제위기가 등장했다. 내일이라도 대한민국이 좌초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법, 원샷법 하나가지고 국가 비상사태가 초래됐다고 책임을 돌릴 수 있겠는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만약 정부여당의 현실 인식이 이와 같다면 박 대통령은 멀쩡한 나라를 물려받은 지 2년 6개월 만에 나라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야당 내부 문제 때문에 법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취지로 비난한 것에 대해 “서비스발전기본법, 박 대통령의 집착 법안에 대해서 우리 당의 기본 입장은 이미 지난 11월 정기국회 때 정해졌다. 이미 당론처럼 정해졌다”며 “보건의료서비스 행위만 수천 개의 서비스행위에 제외시키고 우선 서비스발전법을 통과시키고, 보건의료서비스업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하고 검토해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라며, 당 내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위헌적인 직권상정에 매달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민과 야당이 동의할 수 있도록 쟁점법안도 수정할 수 있도록 의회주의를 복원하자”고 당·청과 대화를 통한 협상의 여지를 열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 의원들의 충성 경쟁도 가관”이라며 여당 일부의 긴급권 발동 주장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들의 이런 몰상식한 행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 뽑는다는 서글픈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심 상임대표는 “불법적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위헌적 작태와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이라는 초법적인 발상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제는 이 정부에서 국회해산 얘기가 나와도 놀랍지 않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쟁점법안과 선거법에 대한 직권상정과 같은 초법적인 행태를 거두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의민주주의를 계속 유린하려 한다면 중대결심에 도달할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강력한 저항을 암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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