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의 '희망퇴직',
    신입사원 포함 강제퇴직
    두산인프라, 청년 신규고용의 모범?
        2015년 12월 16일 0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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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사무직 3천 명 전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에는 입사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20대 신입사원까지 포함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2월, 9월, 11월(기술·생산직)에 총 3차례 퇴직프로그램을 실시해 8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번까지 하면 올해로 벌써 4번째 구조조정으로, 이번에는 사원·대리급 직원까지 포함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구조조정에서 전체 사무직 가운데 40%를 내보낼 예정이고 최대 80%까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부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출근한 신입사원 중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자가 있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경기 침체, 건설기계시장 축소 등으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하는 막무가내식 구조조정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다.

    우선 회사의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노동자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두산인프라코어지회가 소속한 금속노조는 16일 성명을 내고 “해외법인에 대한 무리한 투자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및 이자비용 증가 등 경영 실패에 (원인이) 있다”며 “국가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을 축소시키고 사람을 자르면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드는 등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었다. 후계 구도를 위한 경영 세습으로 구태연한 친족 재벌의 작태도 여전하다”며 두산그룹 경영난의 원인 일부가 경영진들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창원시 성산구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입구.

    창원시 성산구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입구.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또한 이날 CBS 라디오에서 “총수가 돈을 안 가져간다든지,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임금을 3분의 1로 줄인다든지 이러한 구조조정 회피 노력을 조금만 기울여도 이렇게 신입사원까지 해고시키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며 “자신들은 어떠한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어린 신입사원들한테 이렇게 가혹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 두산그룹을 다시 평가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는 모범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동조합 탄압 의혹도 나온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20여 명의 대기발령자 중 12명이 금속노조 전·현직 간부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계열사는 금속노조 탈퇴 종용, 친사측 노조 설립, 단체협약 무력화, 노동조건 저하 등 이미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탄압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금속노조가 회사 관리자의 말을 인용해 밝힌 대기발령자의 선정기준은 ▲그룹정책에 융화되지 못한 자 ▲역량평가 제도 ‘하’등급 ▲몸이 아픈 자 등이다.

    이와 관련해 객관적인 데이터는 공개된 바 없다. 희망퇴직자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직원들은 대기자 선정의 정확한 기준에 대한 자료 요청하고 있으나, 회사는 제3자에게 공개 시 징계 및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비밀유지 서약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퇴직자와 노조 등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 시행은 사실상 ‘해고’, ‘강제퇴직’에 가깝다.

    입사 5년차인 20대 희망퇴직자 대상자 A씨는 이날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 상담을 통해서 ‘안 나가면 더 크게 손해를 본다’고 협박조로 말을 해서 전부 다 나가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모두가 못 견디고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에 한해 회사와 떨어진 곳으로 보내 노무교육을 보내는데 이 교육의 내용 등을 살펴보면 사실상 퇴사압박용 교육이나 다름없다.

    회사는 생산직 대기발령자 21명을 대상으로 특정 컨설팅업체를 통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하루 8시간 교육을 진행한다. 이 업체는 노무교육 중 휴대폰 압수는 물론 화장실을 가는 것에도 경고장을 발부하고 있다. 교육 내용 또한 매일 5장의 회고록이나 자기소개서 쓰기, 정리해고와 무급휴직을 선택하라는 식의 협박에 가까운 말도 자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키고 첫날부터는 화장실도 못 가게 하더라. 화장실을 또 가면 경고장을 발부한다는 식으로 겁박도 있었다”며 “회사에 가봤는데 회사 출입문 카드까지 전부 통제를 해서 회사에 못 들어가게 만들었다.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홍영표 의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희망퇴직은 아닌 것 같다”며 “노무대기를 시키고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하고 심지어는 화장실도 못 가게 하면서 강제로 해고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노무교육을 담당하는 컨설팅업체가 노조파괴 컨설팅 업체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홍 의원은 “몇 년 전에 어떤 컨설팅 회사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아주 비인간적인 상황을 만들어가지고 강제로 이렇게 사퇴하도록, 노조를 탈퇴하도록 하는 일이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크게 됐던 적이 있다”며 “제가 볼 때 그런 회사가 여기에 지금 개입돼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노동부의 긴급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저성과자 일반해고제’ 도입에 앞서 두산그룹이 선도적으로 이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비판도 있다.

    금속노조는 “두산그룹이 현 정권의 ‘모범생’을 자처하며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는 셈”이라며 “금속노조는 이런 두산그룹의 노조 죽이기 책동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고 재벌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두산그룹과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두산의 가혹한 구조조정과 강제퇴직이 일반해고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규탄 입장을 밝혔다.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의 기업광고는 기만적이다. 두산에겐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던가, ‘해고가 미래’라는 자신의 속내를 감추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노동개악이 관철된다면 모든 노동자의 미래가 해고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두산의 대기발령자에 대한 자의적 선정기준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런 선정기준이 제도화 돼 쉬운 해고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제”라며 “사용자가 압도적 우위에 선 한국사회에선 법도 아니고 행정지침 발표만으로도 충분하다. 제도가 도입되면 학대하느라 컨설팅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그래서 쉬운 해고”라고 비판했다.

    또 “일반해고제는 노조원을 탄압하는 무기로도 사용된다. 두산이 대기발령시킨 학대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은 전현직 노조간부”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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