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사용기간 연장,
    경영계 요구면서 노동자 위한다 포장
    정부, 노동개악 위해 거짓과 왜곡 등 수단 안 가려
        2015년 12월 15일 05: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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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기간제법에 대해 경영계의 요구가 있었다고 자인했다. 정부는 기간제법을 두고 기간제 노동자 당사자들이 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해왔다. 경영계의 민원사항 처리를 위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도구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기권 장관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한 기간제법 관련 질의에 대해 “(정부가) 처음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경영계에선 유연화 요구가 많았다”며 “비정규 관련법(기간제법)에서 2년을 (더) 늘리는 것은 경영계에서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계는 이직 수당, 1년 미만 퇴직금 등 비용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간제법이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우리는 그 분들(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 서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간제법의 핵심인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선 경영계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해놓고도, 기간제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을 생각해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이 5대 노동법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기간제법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강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장관은 기간제법을 주제로 한 <매일경제> 12일자 연속 특별기고문에서 “기간제 근로자들의 82.3%가 기간 제한 연장을 원했고, 현장에서 들어본 목소리도 한결같았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단체의 입장이 아닌 비정규직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이 장관은 ‘현장’, ‘여론조사’ 등을 거론하며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다.

    그는 8일자 같은 매체 기고문에서도 “노동경제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71.7%는 최대 2년까지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기간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민의’임을 국회가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또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물론 민주노총이 기간제법을 강력하게 반대하자,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 사수에만 매몰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또한 정부가 내고 노동계가 반대하는 기간제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내용이라는 논리다.

    이 장관은 11일자 기고문에서 “시대는 변화했지만 노사는 진영논리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는 퇴행적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비정규직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합의가 가능한데도 말이다. 노동개혁을 위한 5대 법안이 노사의 기득권 논리에 휘말려 표류할까 염려스럽다”며 “비정규직을 볼모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동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이 장관이 특별기고문에 인용한 2개의 여론조사는 문항 등에 있어서 이미 객관성이 깨진 여론조사라는 평가가 많다. 더욱이 ‘71.7%가 기간제법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는 문항의 객관성은 물론 조사기관 명의 도용·참칭 논란에 휩싸여 여론조사 왜곡 문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하반기 국정과제인 5대 노동법안과 2개 행정지침이 경영계의 민원사항이라는 비판은 일찍이 나왔었다.

    환노위 소속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달 14일 공개한 기획재정부의 ‘2014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 과제접수 목록’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가장 쟁점이 되는 법안인 기간제법 및 파견법 개정안은 전경련의 민원사항이었고, 근로기준법은 중견기업연합회의 민원사항이었음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반해고요건 완화(쉬운해고)는 경총, 임금피크제 법제화 도입은 중견기업연합회의 민원사항으로 확인됐다. 이번 새누리당의 5대 노동개혁법안 중 가장 핵심이 되는 3가지 법안인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과 2대 지침인 ▲일반해고 ▲임금피크제 모두 사용자단체의 요구사항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이기권 장관은 기간제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정부 홍보를 강해야 한다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에 “기간을 늘이면 경영계를 위한 것이고 줄이면 노동계를 위한 것처럼 보이는 초기 논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며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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