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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정보의 기본
    [에정칼럼] 단열재에 대한 생각
        2015년 12월 10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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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 민중의집 랄랄라(이하 ‘랄랄라’)는 주택가 골목의 1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골목치곤 넓고 길을 따라 늘어선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그리고 그 나무들과 어울리는 마당을 가진 주택들이 꽤 남아있어 동네 사랑방이 자리 잡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계약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랄랄라 주변은 공사판이다. 300m 밖에 안 되는 골목길에 지난 10월부터, 다세대 주택을 짓는 공사가 3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시끄러운 것은 기본이고 넓은 골목길이건만 공사 차량들이 막혀 통행이 불편하다. 지나는 이들 다들 한마디씩 했다. “아니 갑자기 무슨 공사가 이렇게 많아!”

    사실 단독주택이 많은 은평구는 골목골목의 단독주택이 하나씩 허물어지고 원룸과 빌라와 같은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는 광경을 흔하게 목격되어 왔다. 현재 서울시 자치구 중 소규모 공동주택의 공급과 매매가 가장 많은 곳이 은평구라고 한다. 곳곳에 빌라나 원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전봇대마다 광고 전단지가 어지럽게 붙어져 있다. 어제 오늘이 아니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한 분이 내년부터 건축법이 바뀌어 단열재 기준이 강화되어 서둘러 공사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아 진짜? 뉴스 검색으로 찾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를 뒤져 겨우 찾았다.

    2015년 9월 1일,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 기준(안) 행정예고”를 장관 명의로 공고했다. 주요 내용은 단열기준 강화 및 건축용도별 구분 적용 확대이다. 서울이 속한 중부지방은 현재 단열재 두께 기준이 120mm이나 내년부터는 155mm로 강화된다. 그리고 남부지방은 90mm에서 125mm로, 제주도는 70mm에서 85mm로 강화된다.

    한국의 단열재 기준은 느리게 강화되어 왔다. 1980년부터 20년 동안 50mm였던 단열재 두께가 2001년 75mm로 바뀌어 10년을 버티다가 2010년 85mm로, 10mm 두꺼워졌다. 그리고 2013년에 와서야 120mm가 되었다.

    정부는 2013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잡으면서 건물 부분에서 2020년 BAU 대비 26.9%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단열 기준을 강화시켜, 2017년까지 패시브 하우스 수준, 2025년에는 제로에너지 하우스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2017년에는 단열재 두께 240mm를 예고하고 있다. 2016년부터 155mm로 강화하는 행정예고를 한 것은 2017년에 바로 두 배, 240mm로 강화하면 시장의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표와 사진

    사진 : (사)마을과사람 제공

    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한 번씩 가는 1981년에 지어진 부산의 아파트의 단열재는 50mm고, 두 달 전까지 살던 집은 2010년 건축되었으니 85mm고, 지금 사는 집은 2002년 건축으로 75mm의 단열재가 들어있는 것이다. 어쩐지, 남부지방인 부모님 집이 더 춥고, 이전 집보다 이사 한 후 더 춥다고 느껴진 것은 느낌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

    물론 단열재의 두께가 절대 치수인 것은 아니다. 어떤 단열재를 쓰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단열재의 두께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정부는 단열재의 두께와 함께 열관류율(고체벽 양쪽의 기체나 액체의 온도가 다를 때, 고체벽을 통해서 고온 측에서 저온 측으로 열이 흐르는 현상. 건축 단열부재 및 벽, 창, 문 등의 단열성능을 측정할 수 있음. 단위는 W/㎡․K. 중부지방은 0.270 W/㎡․K 이하. 독일 패시브 하우스 기준은 0.15 W/㎡․K) 기준도 정하고 있다.

    단열재가 두꺼워지면 건축비가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 두께만큼 벽체가 굵어지니 집의 면적이 좁아지게 된다. 외벽 기준으로만도 4면에 각 35mm씩 줄어든다. 그러니 기준이 강화되기 전, 몇 달 상간에 집을 빨리 지어야할 수밖에. 소규모 공동주택을 지어 집 장사를 하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이렇게 건물에 대한 단열을 강화하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환영한다. (건축연도 1년 차이로 무려 단열재 두께가 35mm가 차이난다는 정보. 이런 정보는 뉴스에서 좀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도, 좀 더 인간다운 주거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단열재 두께 기준은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만 해당된다. 상당수의 건물들이 2000년도 전에 지어져 단열재 두께가 겨우 50mm이다. 그런 기존 건물에 대한 단열 개선 정책은? 현재는 단열성능 향상, 창호교체 등을 통해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공사를 할 경우 저리로 대출받게 하는 제도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는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별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고, 전월세 세입자가 60%에 육박하는 서울에서, 대다수 시민들에게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현재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주거용 이외의 건축물은 연면적 3,000제곱미터 이상의 업무시설은 부동산거래(매매․임대)시에 에너지평가서 첨부가 의무화 되어있다. 하지만 그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적용되지 않는 건축물이 더 많다.

    그래서 도시재생과 주거복시 사업을 하는 (사)마을과사람 윤전우 이사장은 건물 외벽에 준공연도와 단열재의 두께, 창호 등급을 표시하는 시나 구 차원에 조례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한다. 이 시대에 흔한 세입자로, 또한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는 나 같은 ‘을’들은 해당 집이나 상가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건물주인 ‘갑’에게 물어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을 하고 싶지만 말 꺼내기 솔직히 힘들다.

    어떤 경우, 겨울철 가스요금은 월세나 대출한 은행 이자만큼 부담이다. 그렇게 요금을 내고 충분히 따뜻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겨울이면 에어캡, 일명 뽁뽁이와 문풍지를 동네 상점 곳곳에서 팔고 또 잘 팔린다. 최근에는 방이나 침대에 설치하는 난방텐트가 인기 상품이 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따뜻하게, 아니 덜 춥게 살아내기 위해 개별 가정의 노력으로 감내해야 하는 사회이다. 그러하기에 누구나 볼 수 있게 건물외벽에 준공연도와 단열재의 두께, 창호 등급이 표시되어 있다면, 집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것을 기본으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 해당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건축물 에너지효율에 대한 인식이 넓어질 것이고 기존 건축물에 대한 단열 개선 사업도 더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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