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균 피신 조계사
    13년 만에 경찰 강제 진입
    조계종, 10일 한 위원장 거취 결정
        2015년 12월 09일 06: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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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악 반대 집회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한 조계사에 대규모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9일 오후 3시경부터 한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 병력과 사복 형사들이 한국 불교 본산인 조계사 내로 진입하여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조계사 직원들을 끌어내고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관음전 출입구를 통제하고 일반인들의 통행을 막았다. 그 과정에서 조계사 직원 한 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한 위원장이 있는 관음전 주변에 매트리스 등을 설치하고 건물 내 진입을 준비했다. 이날 경찰은 조계사 내외에 7500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10시 기획실장 일감 스님의 입장 발표를 통해 경찰 병력 투입을 반대했다. 일감 스님은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 병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일 우리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병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 검거 여부와 별개로 경찰은 이미 오후부터 조계사 경내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 한국 불교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사는 이미 경찰 병력에 의해 접수된 것이다. 3시부터 투입되기 시작한 경찰 병력은 4시 최후통첩 시간을 지나면서 5시를 기점으로 검거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경찰 병력을 막아서고 있던 조계사 스님들이 철수하고 5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승 총무원장은 “체포영장 집행은 또다른 갈등을 야기해 집행의 보류를 요청한 바 있다”며 더 이상의 갈등이 지속되지 않기 위해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자진 출두를 통보한 셈이다.

    이에 조계사 경내와 관음전 주변에 투입되었던 대규모 경찰병력도 검거 작전을 중단하고 대책 회의를 진행한 이후 5시 40분 경 “자승 스님의 제안을 감안하여 한상균 위원장 체포작전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 병력은 철수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경찰의 긴급한 대치국면은 내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최근에 조계사에 경찰 병력이 투입된 것은 2002년 발전노조원을 체포할 때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총무원이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그 이후 13년간 경찰이 조계사에 진입한 적은 없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 등으로 이석행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들이 피신했고 2013년에도 철도파업 등으로 철도노조 지도부들이 피신했지만 총무원은 경찰 투입을 반대했고 경찰은 강제 진압을 하지 못했었다.

    조계사

    조계사 경내에 진입한 대규모 경찰병력 모습(방송화면 캡처)

    민주노총은 이날 강제침탈 시도에 대해 규탄 성명서를 내고 “노동개악 저지 위한 중단 없는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교, 정치, 인권,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등 사회 각계각층이 정부의 조계사 침탈과 한상균 위원장 체포에 반대했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개인 한상균에 대한 법 집행이 아니라, 민중의 헌법적 저항권을 짓밟는 공안탄압이자,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한 민주노총 파괴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위원장 체포·침탈이 감행될 시 즉각 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재천명한다”며 “한상균 위원장을 끌고 간다면, 가장 빠른 시일에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은 파업에 돌입하고, 가맹산하 모든 조직이 각 지역별로 ‘공안탄압 규탄 및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조계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 체포를 위해 조계사 경례로 진입하려고 충돌이 빚어졌다. 또한 경찰이 인간벽을 이룬 스님들을 끌어내고 있다고 한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히며 “경찰은 즉각 조계사에 대한 진입을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한상균 위원장 문제를 풀어갈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조계사 관음전 진입은 불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하며 “오늘 경찰의 조계사 진입은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되기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또 “박근혜 정부는 조계사 진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수많은 해고노동자, 627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이날 오전 경찰 병력 투입 이전에 한창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비극적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 정부와 경찰의 의도가 아니라면, 한 위원장에 대한 강제 구인 시도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며 “지금 벌어지는 모든 극한 대립의 원인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과 노조 무력화 시도에 있다. 정부가 노동5법의 강압적인 밀어 붙이기를 중단하고 사회적 대타협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김영우 수석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자승 스님께서 내일 정오까지 법집행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셨다. 이것은 조계사 내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한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핍박받는 양심범이 아닌 범법자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 개혁을 명분으로 자신에 대한 법 집행을 막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 위원장이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종교 뒤에 숨는 것은 노동자의 권익과는 무관한 범법행위”라며 내일 정도까지 자진 출두할 것을 촉구했다.

    416연대와 세월호가족협의회도 이날 “민주노총 한 위원장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시작한 이유는 올해 4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강행하기 시작하여 이를 막아나서기 위한 4.16세월호참사 1주기 범국민적 추모행동에서 비롯되었다”며 “당시 한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부의 진상규명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세월호 가족을 돕기 위해 연대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차벽과 물대포 탄압으로 박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개악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정부 여당의 독단이 중단되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공권력 투입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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