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노동법 날치기 옹호,
노동자 투쟁이 IMF 위기 단초라고?
서청원 "노사정 합의된 것" 한국노총 "합의 안 된 것"
    2015년 12월 07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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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김영삼 정부 시절 ‘노동법 날치기’ 사태의 주역임을 자청하며 “당시에도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투쟁으로 노동법 통과가 무산돼 IMF 단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은 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간혹 과거 역사 속에서 교훈 얻을 때가 있다”며 “이번에 노동법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20년 전에 노동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당시 내가 원내총무(원내대표) 시절”이라며 “그때 똑같은 야당에서 노동계와 강하게 반대 투쟁을 했다. 결국 통과된 법은 무산됐고 그 것이 IMF가 오는 단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오는 역사의 교훈이 있다. 지금 국회 계류 중인 노동 5법은 노사정이 합의한 것”이라며 “노동의 유연성으로 투자와 고용창출을 골자로 한다. 노동계와 야당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20년 전과 똑같다. 야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서 최고위원이 언급한 ‘노동법 여당 단독 처리’는 국회 초유의 ‘법안 날치기’ 사태로도 불린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서울 시내 호텔에 나뉘어 대기하던 신한국당(여당) 의원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국회로 비밀리에 이동해 본회의장에 없던 국회의장 대신 국회부의장의 개의로 법안을 단독 날치기 처리했다. 이 법안은 정리해고 법제화 등을 골자로 한 것으로 야당의 항의농성과 노동계의 총파업 등으로 무산됐다.

날치기

96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개악 날치기 통과 현장

서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김영삼 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도 비판적으로 보는 ‘노동법 날치기 사태’ 자체를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노동계 등과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함에도 법안 통과를 위해 근거 없는 ‘공포심 조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이 재벌의 차입 경영과 무리한 중복투자,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경유착, 국제투기자본의 개입 등이라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상식인데, 노동자의 노동법 날치기 반대 투쟁을 IMF가 오는 단초라고 하는 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몰상식에 가깝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나온다.

서 최고위원의 발언에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실정과 재벌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더러운 짓이다. IMF도, 실업도, 비정규직도, 국민소득 저하도 다 노동자 때문이라니…. 정부, 국회, 재벌이 아니라 10%도 안 돼 버티기도 힘든 노조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 한다는 말과 다름 없는 미친소리”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더군다나 합의를 끝낸 사안이라는 서 최고위원의 말과 달리, 새누리당이 당론 발의한 5개 노동법안 중 파견법, 기간제법 등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5개 노동법안 모두 노사정위 합의를 끝냈다고 말하고 있다.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도 “일부에서는 5개 법안 중 몇 개는 되고 몇 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개 법안은 하나로 뭉쳐진 법안”이라며 “5개 법안은 운명공동체로 하나로 처리되어야 한다. 노동개혁 입법은 지난 1년간 노사정이 밤을 새워가며 토론해서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합의의 한 부분”이라며 5개 법안 전부를 싸잡아 합의된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여당에서 ‘합의하지 않은’ 노동법안 강행 처리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노사정위에 참여했던 한국노총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이미 지난 달 20일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에 대한 입법을 강행할 경우 노사정위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달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의 5대 입법안은 노사정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독소조항까지 담고 있다”며 “정부는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기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9.15 노사정 대타협의 취지와 내용을 훼손하거나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포함된 기간제법 등 정부여당의 개악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19년 전의 역사를 기억하기 바란다”며 “96년 12월 노동계가 합의하지 않은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한 정권은 다음해에 노동자와 국민의 손으로 교체됐다.”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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