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
    [책소개]<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이충렬/ 레디앙)
        2015년 12월 05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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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대표하는 세 개의 산맥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가치와 이념 측면에서 보면 김일성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산주의 혁명에, 박정희는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모델로 삼은 근대화 혁명에, 김대중은 인류사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혁명에 일생을 바쳤다. 경제적으로는 김일성의 사회주의 경제모델, 박정희의 재벌 경제체제,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으로 압축할 수 있다. 통일론은 김일성의 적화통일론과 박정희의 멸공 통일론, 그리고 김대중의 평화통일론으로 각각 설명할 수 있다.

    마치 삼국시대처럼 이들은 지역적으로 자신의 홈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김일성은 북한, 박정희는 대구ㆍ경북, 김대중은 호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이들이 20세기 후반 한반도에 세 개 혁명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주인공이며, 살아서 뿐 아니라 죽어서도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탁월한 지도자의 통찰력과 민중의 열망이 결합될 때 혁명의 에너지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 <본문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역사 교과서 제도 강행으로 역사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현대 정치사르 전혀 새로운 틀(프레임)로 분석하고 평가한, 흥미진진한 책이 나왔다.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를 보면 박 대통령의 ‘무모한 도전’의 배경이 단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기술을 바꾸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는 세 개의 혁명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쟁투해 왔다고 말한다. 김일성(1912년생), 박정희(1917년생), 김대중(1924년생), 이 세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혁명 vs 근대화 혁명 vs 민주주의 혁명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현재까지도 한반도는 세 개의 혁명을 이끌었던 세 명의 정치적 리더의 ‘유훈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반도 삼국지

    김일성

    식민지 해방을 위한 항일 투쟁 시기 혁혁한 전과를 올린 김일성은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시켜서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공산주의 사회로 건설코자 했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적화통일 노선을 채택했다.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과 친일파 척결 등으로 단숨에 북한 인민의 민심을 사로잡고, 높은 지지를 받았던 김일성은 집권 초기 남한보다 월등했던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무력을 통한 적화통일 노선을 실천-1950년 6.25 전쟁-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인민의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는 ‘수령의 왕조’를 만들고 말았다. 김일성은 집권 기간 중 박정희에게 경제적 역전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노태우에게는 사회주의권을 대상으로 한 외교전에서 참패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체사상과 그의 유훈은 여전히 공식적인 북한 사회 운영 원리가 되고 있다.

    박정희

    정통 사무라이 ‘박정희’는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 밖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 특히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무사 계급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일본이 만주 지역을 점령한 후 실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만주 관동군 시절 이를 접했던 박정희에 의해 5.16쿠데타 직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국에도 적용됐다.

    박정희의 멸공 통일 노선은 아직도 남한의 수구와 상당수 보수 세력들 사이에 면면히 흐르고 있으며, 그가 정초한 재벌 중심 한국 경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아주 먼 박정희는 가난한 나라를 국민들과 함께 부자로 만들어 놓은 지도자로서 아직도 민중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죽은 박정희’는 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대중

    남과 북 집권 세력의 반민주적 성격에 맞서, 그리고 그들의 통일 정책(적화통일론, 멸공통일론)과 경제정책(사회주의 경제모델, 재벌 중심 발전 모델)에 맞서 평화통일과 대중경제론의 깃발을 들고 싸운 사람이 김대중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를 민주주의 혁명의 중심에 서서 일생을 살아 온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야권 분열의 한 당사자로서 전 국민적인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와 특정 지역의 정치적 대표자로 격하된 정치인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혁명의 중심 세력은 사분오열 찢어진 상태에서 소수파로 밀려나 있으며,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한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한반도의 미래 대안에 대한 새로운 전망 필요

    저자가 한반도 신판 삼국 시대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은 한반도 현대 정치사에 대한 새로운 틀, 이 틀을 통해서 본 새로운 해석과 전망을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현재 지리멸렬해 있는 ‘야권’의 주체와 전망, 그리고 전략적 경로가 이 프레임을 통해서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과연 대안 세력은 누구이며, 어떤 비전과 전망 그리고 전략이 필요한가?’에 대한 실마리가 이 프레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 세력이 치명적 분열을 극복하고, 대안 세력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당면 과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이런 더 그렇다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 세력은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한 정통성과 대의명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청사진을 가진 유일한 집단이었다. 남북의 군국주의 체제가 해방 후 외세의 후견 아래 세워진 정권이고, 본질적으로 비민주적인 전제군주제라는 점에서 민주 세력은 한반도의 유일한 대안 세력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민주 세력이 자초한 치명적 분열은 군벌독재 세력(박정희 세력)에게 반격의 기회를 허용하고, 민주화 세력은 스스로를 만년 비주류 세력으로 부르게 됐다. 뼈아픈 역설이 일어났다. 기득권 세력과 지역주의라는 높은 장벽에 둘러싸인 민주 세력이 여하히 장벽을 돌파할 것인가.”

    저자는 한반도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세 개로 6.25 전쟁과 5.18 광주 항쟁, 87년 6월 혁명을 꼽는다.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한국 사회 보수의 출발점이 됐으며, 광주 정신은 진보의 출발점이 됐다.

    저자는 특히 87년 6월 항쟁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단재 신채호가 묘청의 난을 ‘조선 역사상 1천 년내 제1대 사건’이라고 말한 것이 견줘 6월 항쟁을 ‘한반도 역사상 1천 년내 제1대 사건’이라고 부른다. 그는 87년 6월 혁명 정신은 자유, 평등, 평화에 있으며, 우리에게는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역사적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역사상 민중의 힘에 의한 최초의 승리였다. 동학혁명의 전봉준이 참수당하고, 안중근이 사형당하고, 김구가 암살됐던 나라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차례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6월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한 혁명이었기 때문이었다.

    6월 혁명이 위대한 점은 6월 혁명으로 말미암아 이 땅에서 처음으로 민주공화제가 실현됐다는 점이었다. 이전까지 대통령이건, 공산당 주석이건 이름에 관계없이 다 ‘군주’였다. 나라님이었던 것이었다. 민중이 주인 된 나라는 아니었다. 대통령이라는 군주, 인민의 수령이라는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였다. 6월 혁명의 성공으로 한반도에서 비로소 민주공화정이 명실상부하게 시작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6월 혁명 세력은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하면서 민중들에게 악몽과 같은 충격을 남기며 뿔뿔히 흩어졌다. 6월 혁명 주도 세력 누구도 이제 그 혁명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한 채 죄인이 됐다.

    민주파의 분열과 근대화 세력에게 당한 패배는, 6월 혁명의 가치를 계승하고, 실현하는 주체의 실종을 가져온 것이다. 이후 한국 정치는 가치 중심에서 공학 우선으로 변했고, 이질적 가치를 가진 집단이 오로지 집권을 위해 ‘교배’하는,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유전자 변형 정치’(GMO 정치) 시대를 맞게 되고 말았다. 저자는 1987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 세력의 상층부는 이후 김영삼과 김대중의 집권 전략에 흡수됐고, 6월 혁명의 정신과 가치가 자리 잡아야 할 자리에 정치 공학과 합종연횡이 들어섰다.”며 비감해 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남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평화와 민주주의 ‘기운’을 높이기 위해서, 재벌 체제 아래서 신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민주주의 세력은 지리멸렬한 현재의 모습을 극복하고 잃었던 국민의 신뢰와 민주, 진보적 가치를 높이 들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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