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예산 심의도
    민생입법 처리도 관심 밖"
    심상정 양당 비판 "대통령 관심법안 대행사와 지역구 예산 혈안당"
        2015년 12월 03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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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등 5개 쟁점법안과 함께 2016년도 예산안을 묶어 합의 처리한 것과 관련,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지역구 예산 몇 푼에 민생법안을 맞바꾸는 제1야당의 무책임과 무기력함에 화가 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 상임대표는 3일 오전 당 상무위원회에서 예산·법안의 본회의 처리와 관련해 “대통령 관심법안 대행사로 전락한 집권여당이나 지역구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된 제1야당에게 철저한 예산심의도 민생입법 처리도 관심 밖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도 “신뢰도 민주주의 원칙도 없는 끼워넣기, 나눠먹기만 난무한 한밤의 습격이었다”며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권이 철저히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19대 국회동안 쟁점이 되었던 관광진흥법을 포함해 전혀 상관이 없는 법안을 양당이 교환하면서 해당 상임위원들은 법안 심사 권한을 박탈당했다”며 “여야 대표는 합의라는 명분 아래 자당 국회의원들을 거수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예산

    심상정, 새정치연합에 “야당 책무 던져버리면서 혁신이 무슨 의미냐”

    양당 원내지도부는 5개 쟁점 법안들에 대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야당 위원들의 심사 거부로 무산되는 듯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전날 양당 원내지도부 간 합의 내용과는 달리 법안과 예산을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법안은 충분한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했지만 돌연 예산과 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뜻을 바꿔 직권상정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이 분리 처리에서 연계 처리로 입장을 바꾼 데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은 결국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남양유업법)과 함께 2016년도 예산안을 일괄 처리했다.

    이 가운데 학교 앞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은 학습권 침해와 소수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외국인 환자 유치와 해외 진출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자칫 의료민영화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새정치연합 또한 이 같은 이유로 이 법안들을 반대해왔다.

    이 법안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나 시정연설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과 함께 수차례 국회 처리를 강조해왔던 대통령 관심 법안 가운데 하나다. 반면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등은 관광진흥법이나 국제의료사업지원법만큼 여야 간 이견 차가 많았던 법안도 아니어서 ‘법안 맞바꾸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새정치연합이 민생법안을 지역구 예산과 맞바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서 예산안과 법안을 연계하는 횡포를 부리며 압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을 통과시키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을이 되어 끌려다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구 예산 몇 푼에 민생법안을 맞바꾸는 제1야당의 무책임과 무기력함에 화가 난다”며 “결정적인 순간에 야당의 책무는 다 던져버리면서 입에 달고 다니는 혁신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심 상임대표는 “선거를 목전에 둔 국회의원들은 꼼꼼한 예산 심의는 뒷전으로 한 채, 지역구 예산 따기에 혈안이 됐다”며 “지역 SOC 예산은 무려 4,000억이나 증액됐다. 증액분은 양당이 기반하는 지역에 몰렸다. 정권 실세들은 예산 한 보따리씩 챙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면서 2조 1,000억이 되는 누리과정 예산에 고작 3,000억 원만 배정했다”며 “당장 내년 1월 보육대란과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은 불가피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야 실세들은 지역구 예산을 정부안보다 증액해 두둑이 챙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 하양역까지 대구 지하철 1호선을 연장하는 ‘안심~하양 복선전철 사업’에 288억 4천만 원,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사업비’로 168억 원 등을 받았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의원도 ‘순천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설치’에 7억6천만 원, ‘순천경찰서 해룡파출소 신축’에 6억9천만 원 등 총 34억5천만 원을 챙겼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평택 진위파출소 신축’(4억1400만원)과 ‘평택 서탄 파출소 신축’(3억5300만원)을 따냈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역구인 대구 달서에 월배지구대 리모델링 사업비로 3억 5천 900만 원을 따냈다.

    야당에선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호남 고속철도 건설사업’(광주~목포)에 정부안보다 250억 원 증액된 800억 원을 확정했고, 2018년 완공을 앞둔 ‘목포항 대불 철재 부두 사업비’도 113억8천만 원에서 20억 원이나 증액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지역구인 ‘경기 안양 석수역 주변 하수관로 정비’와 ‘하수 박스 설치 사업’으로 10억 원을 받았다.

    일각에선 관광진흥법 등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이 당론발의한 5대 노동법안이나 테러방지법 등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할 굵직한 법안들이 예산과 연계돼 졸속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야당에 대한 불신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 상임대표는 “양당의 대결정치의 본질이 당리당략에 있음을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았다”며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양당의 기득권 담합정치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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