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퀴리는 왜 죽었는가
노동자에게 해로운 물질은 생태계에도 해롭다
    2015년 12월 03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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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문명,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드러나지 않는 노동에 대해 이현정씨의 연재 글을 3차례 정도 게재할 예정이다. 이번 글은 두번째 글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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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그늘, 산재 사망률 1위 진폐증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나 각자의 직업은 결국 우리가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뒤처리를 하는 과정의 어느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전 글인 ‘인간생태계에도 분해자가 있다’에서는 그 중 청소 노동자나 정화조 노동자 등 ‘분해자’의 역할을 하는 노동은 특히 문명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임에도 불편해서 숨기거나 점잔빼며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앞에서 전제한 ‘분해자’의 역할을 하는 노동에만 해당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인 산업재해 사망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1차 산업인 광업이다.(1) 2014년 말 기준 광업의 사망만인율(노동자 만 명 중 산재 사망자 수)은 전체 평균 1.08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342.3명이다.(관련 통계 링크)

광업 노동자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망자 수로 따지면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높지 않은 것처럼 비춰지지만 사망비율로 따지면 다른 업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으며, 그 중 대부분은 질병재해, 즉 진폐증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광업 중에서도 사망만인율이 가장 높은 세부 업종은 석탄광업으로 1,077명/만명에 달하며, 금속 및 비금속 광업이 492명/만명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2)

진폐증, 미세먼지, 기후변화의 관계는?

진폐증이 단순히 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노동자들의 이야기 같겠지만, 이 문제는 사실 요즘 계절과 관계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혹은 미세먼지) 문제나 전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어떤 물질이 첫째 ‘적절하지 않은 장소’에, 둘째 ‘잘못된 형태’로, 셋째 ‘너무 많거나 적은 양’이 존재하는 (혹은 너무 빠르거나 느린 속도로 늘거나 줄어드는)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진폐증-미세먼지-기후변화는 모두 지하에 수억 년 동안 축적되어 온 화석연료를 불과 몇 백 년 만에 대부분을 꺼내어(3) 이를 ‘소비’하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대기 중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 혹은 후유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석탄 등 화석 연료의 생산 과정에서 1차적으로 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밀폐된 공간에서 가장 강한 형태로 영향을 끼친 결과가 진폐증이라면, 미세먼지(4)는 그렇게 생산된 화석연료의 소비과정이면서 동시에 에너지의 생산 과정에서 그 부산물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어 나타난 부작용이며, 그 결과 수억 년 동안 지구의 지하에 축적되어 있던 탄소가 너무 빠르게 기체의 형태로 전환되면서 지구 대기의 조성을 바꿔 나타나는 원치 않는 후유증이 기후변화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지구의 순환시스템 속에서 화석연료뿐 아니라 모든 영역의 생산-소비, 그리고 이후의 폐기과정을 통해 나타나며, 우리의 삶은 그 고리를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 노동자에게 해로운 물질은 인간 이외의 수많은 생물들과 생태계 시스템에도 위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것들은 하나하나의 개별 사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보아야 올바른 파악이 가능하다.

퀴리부인도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퀴리

1934년 7월 5일자 퀴리부인의 사망 기사 -The Burlingtom Free Press, Albany, New York. (출처: http://www.rarenewspapers.com/view/54824)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는 “연구는 노동이 아니”라며 임금피크제의 정부출연 연구소 적용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한 국회의원이 있었다.(5)

그는 국내에서 여성 최초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장을 지낸 전력을 가진 민병주 의원이다. 연구는 노동이 아니라던 그가 퀴리부인도 산재로 사망했다는 이 소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6)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세계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이자 민병주 의원의 학계 대선배로 볼 수 있는 마리 퀴리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암,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이 명확한 사실이며, 이 질병들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산재 질병이기도 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퀴리부인은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음에도 연구를 이어나갔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 역시 감내한 것이지만,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경우 그러한 위험성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결정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다. 그 책임은 당연히 1차적으로는 직접 업무를 설계하고 인력을 투입한 회사에게, 2차적으로는 그러한 산업에 대한 안전망을 만들지 못한 사회에 있으며, 우리는 함께 그 책임을 져야한다.

방사능과 핵발전소의 문제 역시 앞에서 살펴본 전 지구적 시스템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소 내부의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주변 거주지 및 생태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 인식은 많이 바뀌기 시작했고, 유출된 방사능이 해양 생태계를 통해 우리나라의 먹거리에, 특히 학교 급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들로 이어지고 있다. 조금 더 바라자면, 이러한 인식이 광우병 사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를 넘어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안전’ 못지않게 중요한 시스템의 안정성(stability)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시스템의 한계와 자기 노동 사이의 괴리

지구의 생태계 자체를 원금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론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생산되는 이자 부분만이다. 또한, 우리가 버리는 폐기물 역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처리될 수 있는 만큼만 내놓은 것이 정당하다.

물론 이러한 사고는 지구라는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어디까지나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수억 년 동안 축적되어온 화석연료는 거의 고갈시키고, 우리 대에서 책임질 수도 없는 핵폐기물만 남기려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선대에서 물려받은 가산을 다 탕진하고, 자식들에게 어마어마한 빛만 물려주는 탕아와 다름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 글에서는 공교롭게도 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에 대해 주로 썼지만, 이러한 문제는 다른 모든 산업 분야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먹거리를 생산하는 축산업, 농업, 수산업에서 조차 농약, 화학비료, 유전자조작식품, 항생제 등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몸에서 농축되거나 자연 환경으로 흘러들어 가 시스템의 안정성을 파괴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우리 각자는 그 과정들을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는 무엇을 생산할지 결정하고,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는커녕 직접 다루는 물질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구조 안에 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먼저 일차적인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왜곡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3편: 무엇이 은폐를 구조화 하는가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참고>

1. 고용노동부, 2014, 2014.12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

2. 물론 이렇게 압도적인 사망만인율 통계는 1980년대부터 이어진 진폐증 재해자들의 싸움과 그 결과 제정된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역할이 크다.

3. 우리는 이 과정을 석탄 석유의 ‘생산’이라고 부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역시 긴 세월동안 지구의 다양한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산물을 소비하는 과정에 가깝다.

4. 그린피스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배출원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9%(2011년 기준)라고 하며, 한국은 총 전력생산량의 39%(2014년 기준)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5. 관련기사: [국감현장]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의 ‘눈물’…”연구는 노동 아냐”-민병주 의원, “노벨상때문에 안타깝고 속상하다” 눈시울 붉혀..”임금피크제 출연연 적용 안돼” (관련 기사 링크)

6. ‘연구는 노동이 아니’라는 발언과 함께 연구를 신성시하며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와 같은 위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동’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고 저급한 것인지 많은 이들이 확인했을 것이다.

필자소개
(주)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 진보결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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