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의 정부 목표,
공포심 통한 ‘신공안 정국’
“복면, 무차별 채증 대한 정당방위”
    2015년 12월 01일 07: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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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복면시위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 IS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라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석한 10만 규모의 시위대를 테러 단체인 IS에 비유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축소한다는 비판에도 새누리당은 즉각 ‘복면금지법’을 발의하고 나섰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사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발화되는 일종의 정치적 폭력 내지는 정치테러”라고 질타했다. 복면이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발의된 복면금지법이 반대로 국민 전체에 입법 폭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한상희 교수는 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정의당과 민변 주최로 열린 ‘복면금지법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긴급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해 복면금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토론1

정의당 민변 토론회 (사진=유하라)

정책비판 시위에 IS까지 운운하며 불허한 정부
“폭력 불법으로 매도해 총선 전기 마련하려는 것”

우선 한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10만 규모의 시민이 모여 외치는 함성을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중총궐기는 ‘체제 도전적인 시위’가 아니라 ‘정책 비판적 시위’”라며 “정권을 거부하고 타도하기를 외치는 시위가 아니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노동개악, 경제실패 및 민생고의 가중, 농업정책의 실패 등 현 정권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계급화된 정책을 보다 친서민적인 것으로 바꾸어낼 것을 요구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는 정책 비판형의 시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발본색원적 대응이 아닌 집회 참가자들과 대화를 통해 비판을 수렴하는 것이 옳다며 “하지만 이 정권은 계속하여 집회·시위 그 자체를 불법으로 선언하고 계속하여 강경진압의 방식으로 시민들이 더 이상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가로막고 나서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정부는 IS의 비유를 통해 일부의 폭력성을 보다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집회=복면=ISIL=테러라는 일련의 충격요법적인 의미연상 기제를 동원하면서 마치 민중총궐기대회의 전 과정이 쇠파이프와 각목과 돌덩이의 폭력으로 점철된 듯한 이미지를 조성하고 또 유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향후의 정국 운영에 적어도 마이너스적인 요소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폭력적인 집회로 묘사하고 그것에 대한 오도된 환영을 야기함으로써 정부는 내년 총선까지의 정국을 공안정국으로 내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계종 등이 평화집회를 약속했음에도 신고제로 운영되는 집회를 불허하는 등 정부의 행태를 언급하며 “집회가 합법이냐 혹은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법리적, 혹은 규범적인 주장들은 이 정부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며 “오로지 이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이 민중총궐기를 하나의 사건-폭력과 불법이 난무하는, 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건-으로 만들고 이를 빌미로 정국의 주도권을 계속하여 잡아가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혼란’에 대해 어떠한 대응력도, 지도력도 보이지 못하는 허약한 야당의 무능함을 부각시킴으로써 오는 총선에서의 전기를 마련해 보고자 노력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민중총궐기 시위대 IS 비유한 대통령
“막연한 공포심 불러와 정책 실패로 인한 위기 돌파”

박근혜 대통령은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제시한 요구 사항에는 일언반구 답변 없이 일부 시위대의 과격함만을 지적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생명이 위태로운 백남기 농민에 대한 유감 표명도 없었다. 그저 복면을 착용한 시위대를 IS에 비유하거나 시위대 안에 테러분자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한 교수는 “대통령의 이런 무리하고도 무모한 발언은 국민들에게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현 정부의 인간안보 실패, 시장안보 실패 등 위기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부가 민중총궐기 참가자 일부의 ‘폭력성’에 ‘테러’의 외피 덮어씌워 신공안체제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들을 IS에 비유한 것이 아니라, 그 시민들 자체가 IS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공국가체제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했던 ‘북한의 위협’이 광화문 사거리의 차벽을 돌파하고자 몸을 던지는 저 시위자들의 ‘테러적 폭력’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집회시위가 ‘체제 도전적’인 것인지, 아니면 ‘정책 비판적’인 것인지는 관계없다”며 “그냥 다중들이 모이고 그들이 다중들이기 때문에 발하게 되는 약간의 물리적 위력만이 있으면, 그것은 언제든지 우리의 소중한 법질서를 교란하는 테러로서 규정될 수 있고 이를 통제하고 제거(혹은 예방)하기 위한 강력하고도 전방위적인 국가감시와 국가통제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2차 민중총궐기, 모든 집회 참가자가 복면을 쓰자!
“시위대의 복면 착용은 무분별한 채증에 대한 정당방위”

시위대는 보통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을 피하거나 캡사이신이 주는 고통을 덜기 위해 복면을 착용한다.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복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복면금지법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정부여당은 독일에도 같은 법이 있다는 근거를 댄다. 하지만 복면금지법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 경찰처럼 집회 현장에서의 채증이 심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작은 집회에도 늘 경찰의 채증 카메라가 따라 다니는 우리나라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 교수 또한 “우리의 집회현장에서의 채증은 상시적으로 무조건적이다. 그리고 그 채증의 결과는 끊임없는 괴롭힘으로 비화된다”며 “마구잡이식의 소환과, 소환에 불응할 시에 발부되는 체포영장의 횡포는 비록 그 채증된 사진의 주인공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 엄청난 폭력이 되어 그들의 생활을 훼손한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집회현장에서의 복면은 적어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신분은닉용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런 불법의 경찰과정에서 그나마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채증의 피사체가 되기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일종의 정당방위로서 복면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회가 이뤄지면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하며 해산을 명하고, 제3경비선이라고 지칭되는 광화문 사거리만큼은 그 어떠한 집회에도 공간을 내어줘선 안 된다고 고집하는 현재의 경찰의 행태에서는 집회에서의 복면은 어쩌면 우리의 당연한 헌법적 권리를 찾기 위한 가장 사소한 저항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 교수는 “제2차 민중총궐기에 모두가 복면을 착용하고 참가하자는 제안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며 “어쩌면 아주 유쾌한 반란의 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마치 쇼핑몰 게릴라들의 장난이 자본의 스펙터클을 우롱하듯, 집회 현장에서의 이런 저런 복면과 그 복면들이 내뿜는 다양한 언어들은 강경일변도를 향하는 이 정부의 고집불통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의 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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