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노동5법 강행
    야당·노동계 "전국민 비정규직화"
    파견법 확대, 심상정 "재벌의 불법파견 면죄부 법"
        2015년 11월 27일 11: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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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당론 발의한 5대 노동법안 중 핵심 쟁점인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해 야당과 노동계는 ‘전 국민 비정규직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들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지 않은 안인데다가,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까지 예고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더 이상 견해차를 좁힐 수 없다며 연내 통과를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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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노동개악 입법 규탄 기자회견

    기간제법안, 비정규직 채용 상식화 우려 제기
    “혜택 보는 사람 극소수인 반면 부정적 효과 압도적”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까지 연장하는 기간제법과 관련해선 정부는 비정규직을 남용할 경우 더 많은 인건비가 들도록 해 기업에 정규직 채용을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4년 채용 후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이직수당을 주는 것이 그 근거인데 노동계와 학계, 야당의 입장은 다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간제법의 핵심은 2년 후에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건데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안은 이 2년 기간을 다시 4년으로 늘리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최대 4년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키고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으니까 이직수당 몇 푼 내주고 보내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라는 희망고문을 당하면서 4년, 8년 이렇게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현재의 기간제법의 법적 취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또 대통령께서 대선 때 제시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그런 공약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2년보다 4년 근무한 사람의 숙련도가 높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 더 용이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 대표는 “지금까지 기간제를 도입할 때도 그런 논리를 댔다. 그런데 지금 기간제 2년 근무하고 나서 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중이 10%도 채 안 된다”며 “기업주 입장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적은 임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점에서 그런 논리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며, 오히려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더 유리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인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또한 “비정규직의 기간을 연장하면 정규직 전환이 잘된다고 주장하는데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는 이를 훨씬 압도한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2년도 안돼서 1년 미만으로 단기 고용되는 대부분의 기간제 처지에선 (기간 연장으로) 개선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2년이 지나서 정규직 될 사람들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2년 더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4년 정도가 우리나라 평균 근속 기간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정규직으로 뽑을 필요 없이 기간제로 채용하는 게 상식화될 것”이라며 “지금도 청년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는데 그 비율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대체하는 효과가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문제는 이미 2009년에도 판명이 난 문제이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지금 새로운 얘기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다시 (비정규직 기간 연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우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방법이 자꾸 퇴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선진국은 유연화 때문에 (비정규직을) 쓰는데 우리는 인건비 차원에서 쓴다”고 자인하면서도 “유연화 차원에서 채용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해선 매년 2년마다 고용불안을 느끼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부분도 내용적으로 보면 쪼개기 계약 근절, 생명안전 분야 사용 금지랄지, 비정규직을 쓰게 되면 비용이 더 들어서 숫자를 줄여가는 쪽으로 설계가 돼 있다”며 “그분들은 조금 더 일하면 숙련도가 높아져서 정규직이 되거나 다른 기업의 정규직 채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2년을 연장해주는데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안 했을 때는 이직수당까지 줘서 남용도 방지하고 그분들에게 금전적 이득이 가도록 돼 있다”고 했다.

    노동개악

    노사정 타협 관련 뉴스타파 방송화면

    이기권 “파견 허용 1%, 규제 지나치게 강해”
    김성희 “불법파견 20% 어떻게 다룰지 논의 부터해야”
    심상정 “재벌 기업의 불법파견 면죄부”

    정부여당은 전문직과 55세 이상 고령노동자, 뿌리산업까지 파견을 허용해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파견 허용 업종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 근로조건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기권 장관은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파견 규제가 강한 국가다. 학계에서도 지난달에 다 발표를 했듯이 프랑스는 파견 근로자가 3%,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 영국은 1%대, 미국은 2%대다. 현재 우리가 파견이 허용돼 있는 직종이 1.3% 정도다”며 “우리가 파견을 강하게 규제하다 보니까 그 가운데 있던 일자리가 용역이나 하도급화로 많이 흘러갔다. 근로조건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성희 교수는 “합법 파견 1%는 다른 나라보다 낮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불법 파견 20%를 생각하면 어느 나라보다 간접고용 비율이 높고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나라”라며 “1%의 합법 파견을 보고 얘기할 게 아니라 만연한 20%의 불법 파견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를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법 파견 비율이 1%라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선 이미 불법파견이 만연해, 우리나라의 파견 규제가 강하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공공부문 인천공항은 87%가 간접고용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전문적 업무에만 파견이 된다고 하는데 운전, 청소, 시설 관리 등 전문적 업무라고 할 수 없는 노무 제공 업무가 대부분 파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55세 이상 고령자 대부분이 사실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으로만 간신히 취직할 수 있는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상정 대표 또한 “오히려 자동차, 조선이나 기계, 금속 같은 제조업(뿌리산업)의 직접 생산 공장에 전면적인 파견을 허용하게 되면 정규직을 전부 비정규직화 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파견법은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된 대기업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그런 재벌기업의 불법파견 면죄부 법”이라고 비판했다.

    인력난들을 명분으로 뿌리산업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제정돼서 시행되고 있다. 뿌리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 투자를 유도했다면 어느 정도 해결됐을 문제”라며 “고령자 파견 허용 문제도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고령자들의 일자리를 빠르게 파견으로 대체할 그런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기권 “공익위원안이 노동계 의견 반영하고 있어…입법 추진할 것”
    심상정 “연내 타결 어려울 것”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27일 오전 MBC 라디오에서 “공익위원안이 노동계의 의견을 굉장히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노사정위원회에서 공익위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의미는 과거 우리가 비정규직 입법을 할 때도 구체적인 합의가 안 돼서 공익안을 중심으로 저희가 입법이 됐다. 이번에도 더 이상 좁혀질 가능성 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공익위원안에 대한 논란도 많다. 기존에 노사정위 내 자문역할을 하던 공익위원 다수의 교수와 학자들도 정부의 독단적 정책 추진 방향에 반발하며 사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이 언급한 공익위원안이라는 것은 정확히 하면 공익 전문가 그룹이 낸 안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노사정위원회 내에는 공익 전문가 그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익성 자체를 인정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공익위원은 재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들 공익 전문가 그룹은 친정부·자본의 성향이 강해 여당이 발의한 5대 노동법안보다 더 개악된 형태의 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기간제법 관련, 나이 제한을 폐지하고 전 연령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공익 전문가 그룹의 견해다. 전 세대의 비정규직화를 가능케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기도한 심상정 대표는 “(국회에서)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정부의 입장에 동의가 되면 노사정 합의를 들먹이고 불리하면 노사정 합의가 필요 없다, 이런 식으로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역대 정부 중에 이렇게 노동자들하고 약속을 안 지키는 그런 정부는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우리 사회 양극화 해소나 경제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민주적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거라고 본다. 어렵더라도 사회적 합의과정을 존중하고 이해관계 조정하는 관행을 정착시켜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데 지름길”이라며 “원래 약속한 대로 특히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은 고용의 질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그런 중요한 법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서 입법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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