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이병석 중재안
    야당 수용, 새누리당 거부
    자기당 중진 중재안과 대표 제안도 거부하는 여당
        2015년 11월 24일 1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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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제안한 ‘지역구 260석 증원·균형의석 비례제’에 대해 윤석근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상당히 의미 있는 방안”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를 중심으로 단 한 석의 지역구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당 의원이 낸 ‘균형의석’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의석 비율 현행 유지 주장을 접고 균형의석제도와 여당이 그동안 요구해온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묶어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23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윤석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은 ‘균형의석’을 골자로 한 이병석 중재안에 대한 질문에 “중재안에 대해 선관위 차원에서의 의견이 정리되진 않았다. 다만 선관위 간부, 조직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의견과 제가 생각하는 의견을 말하겠다”고 전제한 후 “정개특위에서 논의했던 주요 쟁점들, 대부분 합의하지 못하는 현안들에 대한 고민을 가장 잘 녹여낸, 의미 있는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농어촌 대표성 확보에 대한 고민 그리고 비례대표제의 경우 전국구제도를 취하면서 일부 연동제를 가미해서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자 한 의견은 저에겐 상당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병석 위원장은 “협상이 완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는 전제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중재안을 낸 바 있다”며 “중재안의 기본 원칙은 표의 등가성과 농어촌 대표성, 사표 방지에 대한 관심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거듭한 끝에 나온 중재안”이라고 설명했다.

    정개특위

    정개특위 전체회의 모습

    선진화법 개정까지 양보했지만 완강한 새누리
    “자당에 불리한데 이병석 중재안 어떻게 받아들이나”

    제한적 연동형 비례대표 성격의 ‘균형의석’을 골자로 한 이병석 중재안에 대해 야당들은 이미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여야 4+4 회동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 카드를 내놓았고, 새정치연합은 균형의석 제도를 수용한다면 선진화법 개정까지도 긍정 검토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 회의에서 틀어지면서 결국 비례대표 축소라는 기존 주장으로 돌아왔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지난 12일 지도부 회동을 마치고 나와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대신 ‘이병석 중재안’과 국회선진화법 개정안까지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최종 결렬됐다”며 여당을 비판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지난 4+4 대표 협상에서도 여당에서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개혁에 성의를 보여준다면 야당도 전향적으로 양보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며 “그래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도 법제화만 하자, 21대부터 하자는 수정제안도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여러 가지 이유로 권역별 연동형 받기 어렵다고 해서 야당이 양보해서 이병석 의원이 제안한 균형의석을 수용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의석으로) 여당에서 염려하는 과반이 무너질 리는 없다”며 “김무성 대표가 선진화법 개정한다면 균형의석을 수용하겠다고 해서 새정치연합에선 무리한 제안이라고 생각하지만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에서 또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합의를 위해 양보하는데 계속 거부하고 있는 쪽은 여당 아닌가”라며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뭐는 되고 안 되고 딱 제한을 두면 협상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균형의석 받아들여도 거대정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의석에는 많아야 1~2석 정도 차이밖에 없다”며 “단순히 비례 의석수 변화만 보면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만 늘어나는 지역구 의석수를 양당이 가져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제도 때문에 양당의 의석수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고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막아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관해서도 “비례대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거제도이고 지금도 부족한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하면 (비례대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농어촌과 지방이 소외되고 정치적인 조건에서 늘 피해를 보고 있다”며 “(농어촌 축소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의원은 “정개특위가 다른 건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선 무엇이 관계법의 규정이고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그 기준은 정하고 가야 한다”며 “이것까지 모두 뭉뚱그려서 여야 협상의 대상으로 하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 소속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병석 중재안이 자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선거구획정 논의 과정에서 표의 등가성 보장을 가장 중요시해왔던 정의당도 아쉽지만, 균형의석 제도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우리당은 비례의석 축소 단 한 석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례대표는 사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최소한의 국민 여론을 국회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그렇지만 정개특위 논의를 진전시켜야 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위원장이 제안한 균형의석 제도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까지 후퇴했다. 그런데 여전히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무조건 축소해야 한다고만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개특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안을 한 번 제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위원장이 진전된 내용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특히 정 의원은 “어떤 당은 과반 점유할 수가 없어서 (균형의석 제도를 비롯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불가하다, 이런 내용이 어떻게 국회 안에서 제기될 수 있나. 이것이야 말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낳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더 나은 걸 모색하고 정치 불신을 해소해가자는 것이 정개특위 목표이고 결과물로 제시할 내용인데, 우리 당에 도움이 안 되니까, 과반 의석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어느 당만 제1당이 되는 제도가 어디 있나”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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