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문명,
그리고 은폐된 노동
인간 생태계에도 '분해자'가 있다
    2015년 11월 23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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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문명,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드러나지 않는 노동에 대해 이현정씨의 연재 글을 3차례 정도 게재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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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들이 버섯을 먹어도 되나요?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단어인 생태계(ecosystem)에 대해 배울 때 가장 처음 배우는 내용이 생산자-소비자-분해자의 관계다.

지구의 흙, 물, 공기 등의 무기물을 생명활동에 필요한 유기물로 바꾸는-우리가 광합성이라고 부르는-과정을 담당하는 생산자와 이 유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만 있다면 무기물은 금방 고갈되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사라질 것이다. 이 과정을 순환 고리로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유기물을 다시 무기물로 분해하는 분해자이다.

채식주의자 친구들과 버섯매운탕을 먹으러 가서 “어, 버섯은 식물 아닌데~”라는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비난을 받곤 했는데, 온라인상에 “채식주의자들이 버섯을 먹어도 되나요?”라는 글이 올라 와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한 게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1)

버섯은 식물이 아닌 대표적인 분해자이며 균계로 분류된다. 버섯, 세균 등의 분해자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인 식물과 동물이 죽어서 남긴 잔해를 분해하고 자연으로 돌려줌으로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고, 그래서 ‘자연의 청소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음지에서 일어나는 이런 분해자의 역할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사실 인간생태계에서도 분해자 역할을 하는 노동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음지’에서 수행되고 있다.

누군가는 매일 저기 들어가요.

얼마 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부제를 가진 대학 교양수업에서 도시하천 답사 특강 안내를 했다. 말이 도시하천 답사 수업이지, 있었던 지도 모르는 캠퍼스 구석의 외진 댐 앞에서 집합을 하고, 철망의 개구멍을 지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복개된 하천을 통과하고, 학교를 한참 벗어나서야 끝나는 수업인지라 수강생들의 얼굴에서 불만의 기색이 역력했다.

몇 년 째 같은 코스로 답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얼굴이 가장 찌푸려지는 지점은 항상 같은 지점, 같은 순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곳, 복개되어 하수도로 쓰이고 있는 작은 물길이 본류와 만나는 지점의 철문을 들어 올리는 순간, 학생들의 얼굴은 일제히 일그러졌다.

현정1

한 학생이 도르레를 돌려 우수토실의 문을 열고 있다.

그 곳은 도시가 생기기 전에는 작은 물길이 본류와 만나는 지점이었지만, 지금은 우수토실(雨水吐室, overflow chamber)이라는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지천을 복개해 하수도로 사용하면서 하수와 계곡수가 함께 섞여 흐르는데,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이 물을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 관으로 보내고, 비가 오면 빗물과 하수가 섞인 물이 하천 본류로 넘쳐 흐르도록 구조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 몇 년 전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하면서 무거운 철문을 만들어 덮어 놓았는데, 도르레를 돌려 그 철문을 열자, 학생들은 일제히 얼굴을 찌푸리며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하수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안심시키려, 그 하수는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본인들이 곧 점심을 먹을 캠퍼스 내 식당에서 설거지한 물, 화장실의 세면대 물 등이 모여서 흘러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저녁 식사시간에는 유량이 늘어난다는 설명을 했다.

빨리 문을 닫았으면 하는 바람의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계속 이어서, 문을 열자 드러난 빗자루가 왜 거기에 있는지를 설명했다. 여러분들이 잠시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이 냄새가 누군가에겐 너무나 익숙한 냄새인데, 왜냐하면 그 누군가가 비가 오기 전 항상 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하수가 들어가는 유입구를 저 빗자루로 치워주지 않는다면, 역류가 일어나 여러분이 공부하는 캠퍼스가 하수에 잠길수도 있는 시스템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정2

현정3

하수가 들어가는 유입구 역시 누군가 직접 치워줘야한다

그냥 조금 더러운 일이 아닌 생존의 문제

누군가에게그런 ‘더러운’ 장소가 일터가 되는 것은 지금의 구조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일이 그냥 조금 더러운 일을 수행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오래 전,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린 남자 간호사 친구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 안에 다른 봉투를 넣으면 절대 안되겠더라.”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듣지 않고 있다가 이어진 친구의 얘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대형병원 응급실 간호사였다. 어느 밤, 엠뷸런스에 실려온 환자의 온 몸에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났고 입,코,귀는 모두 음식물 쓰레기가 차 있었다. 급하게 옮겨 기도를 확보하고 처치를 했지만, 결국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 환자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업체의 노동자였다. 여느 날과 같이 음식물 쓰레기를 혼합하는 기계에 수거해 온 쓰레기를 넣었는데 기계의 작동이 멈췄다 한다. 이유는 봉투 안에 또 다른 봉투가 있었고, 그 봉투가 음식물 쓰레기를 잘 섞기 위해 돌아가야 하는 교반날개의 회전축에 끼어서였다. 기계가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그 음식물쓰레기 안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들어간 직후 음식물 쓰레기가 뿜어내는 가스에 정신을 잃고 그 안으로 빠져버렸다. 그는 결국 음식물 쓰레기에 익사한 것이다.

많은 산재들이 그러하듯,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고 은폐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공식적으로 정화조와 하수도 맨홀에서 작업 도중 질식사로 ‘사망’에 이른 노동자만 83명에 이른다(추락사 제외)(2).

문명은 공짜가 아니다.

거의 20년 전, ‘환경공학과’에 입학했을 때, 나는 내 예상과는 다른 커리큘럼에 무척이나 실망했다. 나는 좀 더 그럴듯하고 거대한 무언가, 자연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멋들어진 방안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환경공학과의 커리큘럼은 도시의 ‘배설물’들을 어떻게 처리/처분 할 것인가와 관련된 과목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처리방안들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후, 전공 수업에 들어가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위생매립지, 소각장 등등을 견학하면서 그 규모와 모습을 보며 그 심증은 더욱 굳어져 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 교수님이 냄새가 난다고 얼굴을 찌푸리던 동기생을 혼내시며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절대 그런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시던 순간이다. 나는 그 교수님이 왜 그렇게 얘기하셨는지 이해하고, 심지어 그 분의 직업정신을 존경하기도 하지만, 그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히려 더 드러내야 한다. 잠시 노출되는 것만으로 얼굴 찌푸리는 그런 곳이 누군가의 일터이고, 아무 일 없는 듯 화려한 이 도시들의 구석에서, 지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위태위태하게 이어지고 있는 그런 노동 덕분에 이 도시가 그나마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또한 어찌되었든 잘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 문명사회의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지, 그로인해 얼마나 많은 취약 계층의 사람들과 인간 이외의 생태계 구성원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올바른 대안과 진정한 전환은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만 시작될 수 있을 테니.

* 2편에 계속: 생산과 소비의 왜곡: 노동자에게 해로운 물질은 생태계에도 해롭다.

<참조>

(1) “Can Vegetarians Eat Mushrooms?”에서는 균류인 버섯이 생물의 분류법으로 봐서는 식물계보다는 동물계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음식으로서 채식주의자들에게 더 적합한 이유는 찾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북미 채식협회 등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을 육고기, 조류, 조개, 생선 및 그 부산물을 먹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서 버섯이 채식에 적합하지 않는 식재료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관련 글 링크)

(2) 관련기사: 한겨레, 지하에서 ‘살인’ 똥냄새에 쓰러지는 사람들.(링크)

필자소개
(주)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 진보결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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