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하고 의미 있는
    파리 기후총회를 바란다
    [에정칼럼]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2015년 11월 19일 08: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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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테러 사건으로 전 세계는 혼돈에 빠졌다.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는 한편, 미국을 주도로 하는 연합군은 IS의 중심지를 파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본격화하였고 G20 정상회의에서도 반(反)테러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테러리즘, 안보, 국가비상사태, 불안, 슬픔 등의 분위기로 압도되고 있는 프랑스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개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전 국가적,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예정대로 지구의 미래를 논의하게 될 COP21이 11월 29일부터 12월 11일까지 12일 간 프랑스 파리의 근교 르브루제에서 열리게 된다. 195개 당사국의 대표단, 정치인, 산업계 인사, 환경운동가, 피해지역 주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고 신기후체제를 만들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테러위협과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하고 무거워서 기후변화라는 의제를 다루는 것이 너무 먼 이야기이거나 덜 중요한 문제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테러 위협과 견주어 덜 심각한 문제도 아니다. 1880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온도는 0.85℃ 상승했고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지 모르는 위협에 닥친 사람들은 머리맡에 구명조끼를 두고 불편한 잠을 자고 있으며 주변국으로 난민이 되어 떠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와 가뭄, 태풍이 빈발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들은 폭염과 한파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여러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석유, 석탄, 가스 사용에 의존하고 있는 화석연료 체제인데,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국의 공업지대와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 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에서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1,600명(2014년 기준)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줄일 것이라는 약속을 해왔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과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외 석탄 산업에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약 730억 달러(약 85조 5천억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200억 달러를 투자해왔고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 독일이 각각 70억 달러 정도의 자금을 해외 석탄 산업에 지원해왔다. 선진국들의 개도국 석탄산업 투자로 인해 탄광이나 석탄 화력발전소가 있는 개도국에서는 인근 주민들의 건강문제나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이 더욱 필요하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게 될 신기후체제에 대한 채택 여부가 이번 파리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신기후체제에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핵심적인 내용은 유지되지만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뿐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된다. 신기후체제가 기후변화 대응 판을 새로 짠다는 점에서 이번 파리 총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파리 연쇄테러라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석한 대표단들의 관심이 기후변화보다 안보나 대테러대응에 쏠릴지도 모른다는 점, 회의장 밖에서는 대표단들을 향해 대안적인 목소리를 전달할 활동가들도 예측 불가능한 테러위험으로 인해 위축될 수 있으며 강화된 경찰력과 보안 문제로 인해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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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첫 번째 안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플랜 B,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망가지면 옮겨갈 수 있는 또 다른 행성 B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총회가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번 총회를 통해 새로운 기후체제가 마련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할 때이다.

    파리총회의 시작 전날인 11월 29일, 시드니, 도쿄, 런던, 뉴델리와 같은 세계 주요도시에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파리총회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후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 기후행진은 오후 1시 청계천을 출발한다고 한다. 기후행진을 통해 모인 전 세계 시민들의 열망이 파리로 전해져 이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안전하고 개최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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