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악,
이미 현장에서 진행 중
취업규칙 악화, 성과 평가 악용 등
    2015년 11월 18일 06: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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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전 국민 비정규직화’, ‘쉬운 해고’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노동개악 5대 법안이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됨에 따라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환노위 야당 위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정부의 뜻대로 연내 통과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업장에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노동개악이 현실화되고 있어 입법 여부를 떠나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노동개악이 입법도 되기 전부터 각 부문별 사업장에 어떻게 파고들고 있는지에 대한 ‘불법 노동개악 신호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폭로 증언대회’를 가졌다.

이날 증언대회는 우지영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분회 사무장, 심미향 보건의료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장, 박정호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법규국장, 노영민 사무금융연맹 정책실장, 장영배 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연구노동조합 과학기술정책연구원지부장, 유명환 화학섬유연맹 법규국장이 참석했고,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대외협력부장, 정길태 새정치민주연합 노동전문위원, 정경은 정의당 국회정책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토론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폭로 증언대회(사진=유하라)

한솔홈데코 “한솔의 오늘은 노동개악 통과 후 모습”
성과 평가제도… 노조 탄압 도구로 전락

한솔홈데코는 지난 2012년 6월 초 취업규칙을 개정해 대기발령 조항을 삽입했다. ▲대기발령 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하되, 3개월이 경과하면 당연 퇴직한 것으로 본다 ▲대기발령 시 근무지는 회사가 정할 수 있다 ▲2년간 고과성적이 하위 5% 이내인 자에 대해 대기발령 없이 타 업무로 전환배치 할 수 있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노동개악 내 일반해고 조항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명환 화학섬유연맹 법규국장은 “한솔홈데코의 오늘은 노동개악이 통과된 우리들의 내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법규국장은 “노동개악의 가장 큰 문제는 인사평가를 통한 해고인 저성과자 해고와 근무성적 평가에 따른 성과급제 도입”이라며 “이러한 것들이 한솔에선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신설 도입된 대기발령 조항은 일반해고와 동일한 시스템이다. 결과적으론 아직 시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 회사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 또한 문제가 있다. 찬반동의서에 성명과 부서, 직급을 쓰도록 해 어떤 직원이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회사에서 전부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재적인원 153명, 찬성 116명, 반대 1명, 기권 12명, 불참 24명으로 참가 인원 대비 찬성비율 89.9%가 나왔다. 그나마 반대 1명도 당시 조합원이었다.

한솔홈데코는 2013년부터 인사평가를 통해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고과등급을 S, A, B, C, D 5개로 나눠 생산직 직원의 기본급 최대 6만원을 삭감하고 있다.

유 법규국장은 “지금은 D등급에 한해 6만원을 깎지만 언제까지 6만원이겠나. 앞으로 10만 원, 16만 원을 깎는다고 해도 막아낼 방법 없다”며 “기본급의 삭감은 곧 통상임금의 삭감이고 그에 따라 시간외 수당과 기본급에 연동된 상여금까지 떨어지는 연쇄적 삭감도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솔홈데코 내의 인사평가에 따른 성과급제는 노조 탄압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인사평가 등급 중 가장 낮은 D등급 절대 다수가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2012년 하반기 인사고과에서 D등급을 받은 직원 5명 중 4명이 조합원이고 2013년 상반기에는 4명 중 3명, 2014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D등급 받은 직원 3명 중 전원이 조합원이었다. 2012년 전체 인사고과를 기초로 2013년 3월부터 당시 조합원 17명 중 12명이 기본급이 삭감됐다.

회사는 당초 S, A, B 등급에 각각 200%, 100%, 5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D등급을 받더라도 상여금을 깎진 않았다. 하지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이후부턴 S, A 등급의 상여금을 각각 300%, 150%로 올리는 반면 D등급에는 상여금 100%를 깎았다. 이로 인해 D등급을 받은 절대다수의 조합원들은 100%의 상여금이 삭감됐다.

이와 관련해 유 법규국장은 “S등급 300%로 올렸지만 D등급은 1년에 마이너스 200%다. D등급을 받은 직원의 임금 빼앗아서 S등급에 임금을 더 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높은 등급에 상여금을 더 지급해도 회사는 큰 손해 보지 않는다”며 “내가 임금 잘 받으면 누군가의 임금은 깎이게 되는 구조적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D등급 대부분이 조합원이라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노동개악 강행 기조로
사용자, 노조 갈등 겪으면서 ‘쉬운 해고’ 못 버려

서울대병원 임금피크제 불법 도입과 더불어 경상북도 교육청의 저성과자 해고 조항이 포함된 것은 정부의 노동개악 강요 분위기에 따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경북교육청은 취업규칙 내 ‘근무성적 평가결과 3회 연속 최하위 등급(불량)을 받을 경우에 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게 맞지만 경북교육청에선 “새로 제정한 것이지 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기존 학교별 취업규칙 내용을 반영했을 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관련해 의견 수렴 과정만 거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경북지부는 ‘취업규칙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다른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에도 유·불리를 달리하는 근로자집단 규모를 비교할 필요 없이 불이익한 변경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호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법규국장은 “경기도교육청 등 다른 지역 교육청의 취업규칙을 살펴보면 해고 조항에 근무성적을 바탕으로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며 “경북교육청이 유일하다고 볼 순 없지만 다른 교육청보다 앞장서서 일반해고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법규국장은 “교육청은 기존 학교별 취업규칙 내용에도 근무 성적을 이유로 해고한 적이 있었다고 하지만 확인이 안 되고 있고 일부 기존 취업규칙에 근무 성적을 통한 해고 조항이 있었어도 일부 직원에게는 불이익 변경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청이 저성과자 평가에서 5단계 등급제를 도입해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한다고 하나,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가령 급식실에서 일하는 분들을 평가할 때 능동성, 책임성, 협조성, 성실성 등 극히 주관적 평가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두고 노조가 설득하고 압박하면 조항에서 뺏는데 정부가 노동개악을 강행하는 분위기 때문에 지금은 교육청이 이 조항을 계속 붙들고 있으려고 한다”고도 전했다.

새정연 “노동개악 반대가 우리 당론이다”
정의당 “양당, 노동개악 두고 예산 문제와 딜할 가능성이 있어”

노동개악 5대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야당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노동개혁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밝히거나 지도부도 지속적으로 노동개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오기는 했지만 다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새정치연합에 정부의 노동개혁 반대하는 당론 채택을 요구해왔다.

정길채 새정치연합 노동전문위원은 “우리 당은 노동개악 5대 법안과 관련한 행정지침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노동전문위원은 “저희 당의 당론이라는 것은 4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가 법안을 당론 발의하는 것, 두 번째는 총선 및 대선, 지방선거에서 공약하는 것, 세 번째는 의원총회에서 의원의 결의를 통해 당론을 인정하는 것, 네 번째는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공식 발언한 것을 준당론으로 인정한다”며 “지금 노동개악 5대 법안과 2가지 행정지침에 반대한다는 것은 당론법안으로 갖고 있고 공약으로도 총·대선에서도 말했다. 문재인 대표과 이종걸 원내대표가 노동개악을 저지해야 한다고 했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관련된 것들을 추진하겠다고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 노동전문위원은 “노동계의 요구처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정할 수도 있지만 130명 의원이 다양한 의견 말할 텐데 행여 잘못된 방향으로 알려지거나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시기와 절차를 보면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노조 만들기 참 어려운 사회다.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를 선택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며 “현장에서 싸우면 국회에서도 최대한 지원하고 행정부 경계할 수 있는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면 원내정당 중 노동개악 저지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정의당의 경우 양당이 노동개혁 법안을 두고 다른 현안이나 예산과 거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정경은 정의당 국회정책연구원은 “12월말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새정치연합이 당론으로 방어한다고 하지만 막판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새누리당이 예산으로 압박할 것이고 예산 앞에 자유로운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법, 저 법을 가지고 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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