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개악 논의 중단하라"
    노동개악 법안, 환노위 상정 규탄 기자회견
        2015년 11월 16일 09: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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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을 16일 본격 심의하는 가운데 국회 밖에선 해당 법안들이 환노위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악법’ 환노위 상정에 대해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9.13 야합까지 거의 1년 가까이 논의해온 것에 비해 비정규법 논의는 불과 한 달 동안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치웠다”며 “노사정위원회는 오로지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한 거수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노사정위에서 지난 한달 동안 비정규 관련 법안들의 논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졸속적인 논의과정을 끝내고 오늘 국회로 보낸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해당 법안들을 환노위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간 노동개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덜컥 합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에 노동개혁 통과를 조건으로 제시할 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점에서 연내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야당 내 환노위 위원들 일부조차도 당 지도부가 5대 법안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향후 노동개혁 저지 입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처럼 여야 지도부의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 가능성도 현재로썬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법안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하지 못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관해선 충분한 협의 후에 처리하기로 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환노위 법안 심사 일정을 핑계로 이 법안들을 채 한 달도 논의하지 않았다.

    비정규직화

    노동개악 규탄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정부 거수기 공익 전문가그룹… 전 연령 비정규직 기한 연장 적용해야
    노동계 “전 세대, 전 국민 비정규직화 하자는 건가” 우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내 자문 역할을 하는 공익 전문가 그룹의 친정부·자본적 성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사정위 내에는 공익 전문가 그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익성 자체를 인정받은 적이 없는 그룹이라는 뜻이다. 이미 구성된 전문가 그룹에 속한 다수 교수와 학자들도 정부 정책 독단적 정책 추진 방향에 반발하며 사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가 임의로 공익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노동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전문가를 참칭해 새누리당 개악안 통과를 지원하는 자들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공익 전문가 그룹은 정부여당이 낸 노동개악보다 나아간 개악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 법안에 있어 나이 제한을 폐지하고 전 연령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 전문가 그룹이 나서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비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전략실장은 “노사정 야합 내용을 병기해서 국회로 보낸다고 하더니 그 아래에 공익 전문가그룹의 의견도 병기돼 있다. 노사정위 내에는 공익 전문가그룹 자체가 없다”며 “더군다나 기존에 있던 전문가 그룹은 합의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노사정위) 보도자료에는 공익전문가가 전문가 그룹을 대표하는 것처럼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비전실장은 “공익 전문가그룹이 발표한 내용은 정부의 노동개악안보다 더 심한 개악”이라며 “이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에 있어 35세 이상으로 제한하면 위헌 소지 있으니 전 연령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 정신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900여개 업종에 속한 고령자, 전문직의 무제한 파견 허용도 문제”라며 “성직자, 시민단체 활동가, 보조출연자(엑스트라 배우) 등 전문가라고 분류하기 어려운 직종까지 포함돼 있다. 어떤 직종이든 전문가로 포장만하면 파견을 허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비전실장은 “공익 전문가그룹은 뿌리산업은 인력난 때문에, 전문직종은 고소득자만, 고령자는 그 수가 많이 늘지 않는다는 등의 각기 다 다른 이유로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며 정부 안을 뒷받침하는 것을 넘어 더 나아간 개악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전문가를 참칭하는 공익 전문가들이 전 국민을 비정규직화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파견 허용 업종 확대 관련 법안에서 기자, PD, 교사, 유치원교사, 보험·금융 전문가, 간호사, 치위생사 등 의료 업무 관련 직종에 대해서도 대폭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잘만 자르면서… 더 얼마나 거리낌 없이 해고하려고”
    생명과 직결된 고위험 업종까지 파견 허용도 비판

    이날 회견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 개악 법안에 대한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발언 도중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담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양회상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비대위원장은 “10년 넘게 불법파견 싸움을 하면서 5번에 걸쳐 불법파견 확정 판결 받았지만 정몽구는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을 축소하고 있다”며 “현행법도 지키지 않는데 2년에서 4년으로 기간 연장하고 정규직 전환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양 비대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가 노동개혁이라 부르는 이 정책을 노동개악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며 “재벌들에게 한 없이 퍼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끝없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게 하는 노동개악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장 “병원 내 간접고용은 점진적으로 확대됐지만,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전문 직종만은 정규직로 운영했다”며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30대는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으로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고, 파견법 허용 업종 확대로 40대 중반 5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직원은 파견 노동자로 채용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렇게 되면 병원에서 정규직은 찾아볼 수가 없고 모든 직종과 모든 연령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위원장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비정규직들이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환자를 이송하고 대면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사회적으로 대두된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하는 간호사, 의료기사까지 파견업종으로 내몬다는 것은 돈을 위해서 환자들의 생명도 팽개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종화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건설현장에선 지금의 근로기준법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자유롭게 해고하고 있으면 왜 굳이 뿌리산업에까지 파견법을 허용하려 하나. 정부와 자본의 횡포가 끝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 직무대행은 “특히 건설현장에서 그간 파견이 허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대단히 위험한 석유 화학물질을 다루기 때문이다. 파견을 허용하게 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부 스스로가 묶어놨던 것”이라며 “예컨대 원자력발전소 현장 노동자를 싼 임금으로 마구잡이로 일시키다가는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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