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죽이고
    핵발전소만 밀어 붙여
    [에정칼럼] 문제는 ‘돈’이 아니라 그 분의 ‘기운’이었다?
        2015년 11월 16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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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들 ‘뿔났다’…송전 중지 결의

    “‘지역경제 결합’ 선진국 벤치마킹…영덕에 ‘친환경 원전’ 4기 짓는다”

    11월 들어 보도된 에너지 관련 2가지 주요 뉴스의 제목이다.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두 기사를 읽다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에너지정책의 ‘기운’이 느껴진다. 역사책을 보면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기운이 온다는 그 분의 ‘신통력’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

    먼저 첫 번째 기사부터 살펴보자. 9,000여개에 달하는 100kW이하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 수익성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발전차액지원제도(이하 ‘FIT제도’) 재도입 등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12월 1일부터 태양광 발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송전을 중단하겠다고 결의했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의 기준가격과 전력거래가격의 차액을 지원하는 FIT제도를 시행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지만, 2012년 이를 폐지했다. 대신에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이하 ‘RPS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RPS제도는 의무공급자들이 대규모 집중형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거나 외부에서 싼 가격에 많은 공급량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소규모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환경성과 수용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거나 재생에너지 전기를 헐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실제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공급인증서(REC)가격은 2011년 하반기 21만 9,997원에서 2015년 상반기엔 7만 707원까지 떨어졌고, 입찰경쟁률은 3대 1에서 10대 1로 높아졌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년 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답변은 초지일관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재정 부담’이다. 소규모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FIT제도를 재도입할 경우에 돈이 들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기사로 넘어가보자. 산업부가 영덕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지역 내 관광자원 개발, 일자리 창출 등 4개 분야 10대 지역 발전사업안을 제시하면서 2029년까지 2조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원전 건설 지원에는 아낌없이 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덕주민들의 동의 없이 원전 건설 추진을 강행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원전 건설이 지역 경제가 아닌 일부 대기업들만의 이익이 될 뿐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현대건설-삼성물산-두산중공업 등의 소수의 핵발전 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주변 주민-송전선로 주민-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것이다.(관련 칼럼: 핵마피아의 저 현수막들을 보라 – 2015년 11월 10일)

    만약 정부가 원전 건설 추진에 쏟아 부을 돈을 소규모 FIT제도를 도입해 사용한다면, 9,000여개의 소규모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살고, 태양광 산업이 살고, 영덕 등 원전 주변 주민들이 살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살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핵발전 산업체만 빼고 모두가 사는 이런 긍정적인 기운을 외면하고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산정한 비용 추계에 따르면, 태양광 분야 발전차액 단가를 기준으로 70원/kWh을 지원하면, 5년간 7,038억 3,200만원, 100원/kWh으로 하면 향후 5년간 1조 54억 7,500만원, 150원/kWh으로 하면 향후 5년간 1조 5,082억 1,500만원이 각각 소요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영덕 원전 추진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라는 2조 2000억원을 소규모 FIT제도에 사용하면, 150원/kWh을 지원하고도 약 7000억원이 남는다. 아니면, 더 많은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을 살리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전력이 2015년 사상 최대로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 중에 일부만 지원해도 충분하고도 남고 남는다.

    FIT제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채택된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정책으로, 해외 주요국들은 FIT제도와 RPS를 병행하고 있다. 한국이 2012년 FIT제도를 폐지할 때, 일본은 RPS제도를 폐지하고 FIT제도를 도입했고, 영국과 이탈리아의 경우는 RPS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으로 FIT제도를 추가로 도입했다.

    독일은 2014년 기준 총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6.2%로, 핵발전(15.8%)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의 주요 요인 중 FIT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2012년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중 47%는 시민들과 협동조합의 투자로 설치됐고, 에너지 공급회사들의 비중은 12%에 그쳤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벤치마킹할 대상은 원전 선진국이 아니라 독일과 같은 재생에너지 선진국이다. 이런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리 없는 그 분이지만,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그 분의 말씀을 믿으며 간절히 소망한다.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 주민투표 결과, 원전 건설에 대한 압도적인 반대 여론 확인…한국 에너지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장식하다”라는 기사를 이 글이 실릴 때쯤에 확인할 수 있기를.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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