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집회 때만 되면
    관계부처 장관들의 '협박'
    14일 민중총궐기 앞두고 긴장 격화
        2015년 11월 13일 07: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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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총궐기를 하루 앞두고 정부와 민주노총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법무부, 교육부, 행정자치부, 농림축산식품부 5개 정부부처 장·차관들은 13일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14 도심집회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부처는 내일 예정된 10만 명 규모의 민중총궐기를 벌써부터 ‘극렬 폭력행위’, ‘불법’ 등의 낙인을 찍으며 여론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세월호 참사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민영화, 그리고 노동개악까지,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분노한 민중들이 직접 행동으로 저항하는 날”이라며 “이를 공공질서를 해친다며 폭력시위로 매도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치고 언론인가”라고 대규모 민중총궐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부 담화문이 발표되자 일부 언론들은 가장 민감한 사안인 대입 논술을 부각해 보도를 쏟아냈다. 민중총궐기로 인한 도심 혼잡 때문에 수험생들의 대입 논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은 “지하철 이용 당부는 한 마디도 없이 오직 수험생 불편을 부풀리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매우 악의적”이라며 “민중총궐기에 대한 근거 없는 매도는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또한 입장문을 통해 “민중총궐기의 모든 행사는 오후 12시 경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오전에 입실하는 수험생 분들의 경우 집회로 인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시험을 보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민중총궐기 행사 장소들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14일 당일 논술시험을 치르는 대학 경희대(회기), 고려대(성북), 과기대(노원), 동국대(충무로), 서강대(신촌), 서울시립대(청량리), 서울여대(노원), 성균관대(명륜동), 세종대(광진), 숙명여대(남영), 숭실대(동작), 한양대(성동) 정도다. 민중총궐기 집회는 대부분 시청과 광화문, 서울역 등 도심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민생수호 범시민대회’가 성균관대학교와 인접한 대학로에서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투쟁본부는 “대회를 종료하고 성균관대와 반대방향인 종로 방향으로 내려가, 종로를 따라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성균관대의 입실 시간이 오전 8시, 오후 12시, 오후 4시인 바, 오전 8시 입실 수험생들은 집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며, 오후 12시, 오후 4시에는 대학로의 도로가 통제될 것이므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투쟁본부는 이에 대비해 ▲민중총궐기 집회 일정 모두 공개하고, ▲대학로 무대 설치 오전 8시 이후로 연기 ▲3시 행진 시작 시간을 논술고사 입실시간이 마감되는 4시 이후로 1시간 늦춰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수험생 여러분들께서는 가급적 지하철과 철도를 이용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불법 시위를 조장·선동한 자나 극렬 폭력행위자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여 사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4일 대입 논술시험이 예정돼있다고 언급하며 “집회에서 불법 폭력시위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여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말하며, 전교조를 겨냥해 “교육부는 교육자로서 직무를 벗어난 행위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임을 밝힌다”고도 했다.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 또한 “정부는 법령상 처벌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를 주도하거나 가담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하는 한편, 형사처벌을 위한 조치 또한 철저히 병행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외면한 채 ‘노동개혁 반대’만 외치면서 정치 총파업까지 간다면 이는 실정법 위반이며, ‘정규직의 기득권 챙기기’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금은 정치 총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청년들에게 만들어 주는 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노동자 민중을 배제하고 청와대 밀실에서만 이뤄지는 불통정치가 초래한 현실을 우리는 똑똑히 경험했다”며 “해고와 과로, 불안과 자살, 포기와 증오가 난무했고 ‘헬조선’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됐다. 그 책임을 정부와 재벌은 성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감시와 성찰의 매체여야 할 언론은 정권과 자본에 장악돼 부자들의 선전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민중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말하지 않는다면 변화와 희망은 어디서 시작된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민중총궐기를 불법집회로 규정짓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세종로 소공원과 KT본사 앞 인도에 집회신고를 냈으나 경찰이 금지통고를 한 바 있다. 16시부터 광화문 인도로 행진하기로 신고를 마친 상태”라며 “경찰이 인도행진조차 금지시키거나 막지 않는다면 평화적으로 행진할 것임을 밝힌다. 그러나 평화행진을 무력으로 막고 충돌을 야기한다면, 그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민중총궐기에 10만 명에서 15만 명까지 집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집회인 만큼 정부가 여느 때처럼 차벽을 설치해 행진을 가로막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충돌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개 정부부처 장관이 언급한 노동개혁, 한중 FTA,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중총궐기 11대 요구안 중 굵직한 핵심 의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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