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연대, 세력화만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힘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배워야
    2015년 11월 13일 08: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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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탈리아는 긴축법안인 ‘일자리 법(Jobs Act)’에, 미국은 ‘15달러를 위한 캠페인’을 통해 최저임금 밖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모두 조직화, 연대, 세력화만이 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 중심엔 청년이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같았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민주노총 2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이 12일 오후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다. ‘경제위기-노동개악에 맞선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첫 번째 토론 주제였다.

발제자로는 안드레아 빌러(남반구노조연대회의 미래위원회/ 영국노팅엄대 교수), 살바토레 마라 (이탈리아노총 CGIL/ 유럽노총 청년위원장), 호세 오마르 후아레스 (아르헨티나 리오 산티아고 조선소 노동조합 사무처장/ ATE-CTA), 니콜라스 러디코프 (전미서비스노조 SEIU),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노동시장구조개혁 이후 1년, 이탈리아…
“부모세대 고용불안 증가, 청년 일자리 생기지 않아”

이탈리아에선 이미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부의 노동개악이 지난 2014년 12월에 ‘일자리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살바토레 마라 유럽노총 청년위원장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일자리법을 강행하려 했던 당시의 모습은 현재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청년 일자리 확대 명분으로 부모세대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제하며 그것만이 청년 실업 해결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굴었다. 일자리법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탈리아 청년들에겐 그 어떤 좋은 일자리도 주어지지 않았다. 반면 기존의 노동자들은 쉽게 해고됐고 비정규직은 대폭 증가했다. 이것이 이탈리아의 일자리법, 노동조합에서 ‘노동개악’이라고 규정한 정책의 결과라고 마라 위원장은 전했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이탈리아의 가장 왼쪽에 있는 이탈리아노총 CGIL 소속이다. CGIL의 조합원 수는 5,686,210명(노조 가입자 중 퇴직자는 2,698,012명)이다. 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노조 가입률 35%다. 한국의 노조 가입률이 10%도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높은 편에 속한다. CGIL 내 35세 이하의 청년 조합원은 조합원 수 대비 18% 정도다.

이탈리아 정부는 8개 시행령으로 구성된 일자리법을 추진했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법을 노동시장 구조개악이라고 일컫는다. 8개 시행령에는 ▲근무연수에 따라 고용보호가 강화되는 무기계약 도입: 외부적 유연성 ▲실업급여 개혁 및 정리해고 조치, 국가고용청 창설 ▲고용계약 재검토 및 직무기준 개정 ▲근로감독/ 사회입법 단순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및 공공서비스 개정 ▲노동시장행정 간소화 및 동등 기회 등이다. 얼핏 이 8개의 시행령은 ‘개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마라 청년위원장을 비롯한 CGIL은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놓는다.

그는 일자리법에 대해 포괄적으로 “긴축법안, 노동개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 보호 수준이 낮아지고 해고가 쉬워졌다. 실제로 계약직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 점검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보다 먼저 노동개악을 시작한 유럽의 모습은 노동개악 이후 한국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유럽연합 국가들이 노동개악을 시작한 지 8년 정도 지났다. 개혁의 결과를 보면 새로운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았다”며 “노동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기존의 일자리를 다른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는 노조와 노동시장 전체를 공격한다. 이는 결국 전체 노동자의 수준을 낮아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일자리법과 8개 시행령에 관해 구체적으로 “노동자 활동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사용자가 노동자의 휴대폰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고 카메라를 설치해서 노조에 적극적인 노동자 활동을 감시하게끔 했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법 중 가장 우려스러운 내용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 축소’를 꼽았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굉장히 부정적 조치라고 본다”며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어려운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선 할당제를 도입해 대기업이 일정 인원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를 약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CGIL은 대대적 파업을 진행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거대 언론은 노조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언론을 통해 노조의 입장을 설명하기 어렵고 노조는 스스로 여러 사업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노동자들에게 직접 일자리법에 대한 설명 간담회를 갖고 거리 캠페인을 통해 직접 시민들과 만났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자리법 홍보를 위해 부모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을 조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마라 위원장은 “이탈리아 정부는 나이 든 사람들이 더 보호되고 청년들이 덜 보호된다며, 일자리법을 통해 우리에게 우산이 주어질 수 있다고 광고했다. 정부가 세대 간 갈등을 촉진한 것”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부모세대의 일자리는 고용 불안이 가중됐고 청년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았다. CGIL은 정부의 광고를 부정하며 부러진 우산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토론회

민주노총 2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움(사진=유하라)

노동시장 불안정화 지속되면 노조 언젠간 사라져…
“청년 조직화와 연대만이 답이다”

마라 위원장에 따르면 유럽노총(39개국)의 가맹조직은 90여개다. 조합원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유럽노총이 언젠가 존재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년 조직화는 미래의 노조의 힘일 뿐 아니라, 현재 사용자에게 가장 손쉽게 착취당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청년들에겐 노조가 필요하고 노조에겐 청년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체 조합원 수는 물론 청년 조합원 수는 점차적으로 줄고 있다. 조합원 수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청년 노동자들이 노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마라 위원장의 지적이다. 노조가 청년 노동자 조직화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높은 실업률과 고령화로 인해 젊은이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청년 노동자들이 개인주의적이고 노조에 호의적이지 않아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소수의 청년들만이 노조에 적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청년들은 노조에 대해 잘 모른다. 노조가 뭐냐고 물으면, 그들은 ‘정당’ 내지는 ‘NGO’, ‘모른다’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불안정화는 청년 노동자가 노조에 대해 점점 더 알기 어렵게 한다”며 “그들은 노조에 대한(혹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실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더 많은 정보 제공해야 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조 내 더 많은 자원을 청년 조직화해 투입할 필요가 있다. 이주, 여성, 장애인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 조직에 자원 투입해야 한다. 롤 모델 또한 만들 필요가 있고, 청년노동자의 대표성을 더 늘여야 한다”며 또한 “지도부에는 더 많은 여성이 진입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노조가 성공하기 위해선 현장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 기반을 제대로 대표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화의 방법으로 “민주노총 내 관료주의와 위계질서 줄이고 활동가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야한다”며 “유럽노총은 유럽노총의 청년위원회가 제출한 사업계획안을 채택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노조 이름이나 로고를 사용하지 않는 캠페인을 하는 것도 청년 조직화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노조에 대한 편견이나 무지 등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속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투쟁에서 초국적 기업이 전문직의 유능한 젊은이를 원하다고 하지만 결국 채용해선 사소한 일만 시킬 것이라는 문구 사용했다”며 “청년노동자들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폭로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청년 이주노동자 조직화 캠페인도 진행했다. 북아프리카, 동유럽의 많은 노동자들이 이탈리아로 건너온다. 이 미등록 노동자들은 마피아 범죄조직에 심각한 착취를 당하면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미등록 노동자들이기에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노총은 직접 그들을 찾아 조직화를 이뤘다.

마라 청년위원장은 “취약한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노조 사무실로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노조가 가야 한다. 캠핑차를 개조해서 이동식 노조 사무실을 만들었다. 미등록 노동자 조직하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려면 노조 간부들은 언어는 물론 젊은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훈련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이탈리아 노조의 투쟁과 한국의 노조 투쟁은 비슷하다”며 “한국 정부는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고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 분할정책을 쓰고 있다. 우린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결국 연대라는 한마디가 해답이다.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15달러를 위한 투쟁
“패스트푸드 노동자, 노동권 아닌 인권 위해 싸우는 것”

올 초 한국에서 열정페이 논란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포함한 청년노동자들의 노동 착취 문제가 부각된 바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 예측할 수 없는 근무일정, 고정적이지 않는 월 수입.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뉴욕시의 200명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참지 않고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의 ‘15달러를 위한 투쟁’은 그렇게 뉴욕 내 소수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며 시작됐다.

전미서비스노조(SEIU) 소속의 니콜라스 러디코프는 “사용자는 노동자가 조직화하려고 할 때 협박과 회유, 뇌물, 불법적 해고로 가로막는다. 사용자들은 외주화를 위협하며 임금을 압박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노조 세력이 약화되고 있고 노조 가입률도 낮아지고 있다. 빈부 격차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부유층은 더 많은 돈을 축적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통제권 행사한다”며 “15달러를 위한 투쟁은 이 위기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출현했다”고 말했다.

러디코프는 “뉴욕시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임금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 당 8달러 75센트였다. 이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2~3개의 직업을 가져야만 했고 70시간을 일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정부보조금에 의존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6천 4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부정의한 시스템에 저항하며 파업을 시 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디트로이드, 뉴올리언즈 등 수백 개의 도시로 투쟁이 번졌다”며 “이 노동자들은 혼자 혹은 소수의 동료들과 파업에 나섰다. 천 명의 노동자들이 이들 투쟁에 연대하기도 했다. 노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매장 단위로의 투쟁이 이뤄졌고 전체적인 투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러디코프는 15달러를 위한 투쟁의 가장 중요한 특징에 대해 “파업을 했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정부들은 노동권과 파업권을 제약하려 한다. 파업권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는 노동자와 노예가 구별되는 핵심적 특징이며 인권이다. 어느 정부가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권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노동권이 아닌 인권을 위해 싸웠다”라고 강조했다.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대대적 투쟁은 미국 국민들의 파업에 대한 인식까지 변화시켰다. 그들의 투쟁 이전에 파업을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권 챙기기라고 봤다면 이후 사회 전체의 임금에 대한 담론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최저임금 15달러를 정책으로 도입했다.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투쟁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정치권이 움직일 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파업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전국에서 즉흥적으로 벌어졌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이었기에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정치권에서의 임금에 대한 담론을 바꿔나갔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했을 때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 투쟁 이후 오바마와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15달러를 도입했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도 이 정책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선 이들의 파업에 대한 지지도도 높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15달러 이하 노동자 72%가 이 파업을 지지했고, 일반 국민은 58%가 지지했다.

노동자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은 누구인가?
전 세계 노동자 연대해 초국적기업에 대응해야

노조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15달러 투쟁을 통해 하청·비정규직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청·비정규직 문제 또한 패스트푸드 노동자와 무관하지 않다.

러디코프는 “맥도널드는 가맹점에 광고비, 로열티 등을 받고 어떤 재료 사용해서 무엇을 얼마에 판매할지, 심지어 직원 수까지 결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부분 통제하고 있음에도 임금과 노동조건은 가맹점주의 책임이라고 한다. 노조 또한 가맹점주 차원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한다”며 “우린 이게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말한다. 소규모 사업자나 가맹점주 대상이 아닌 맥도널드라는 초국적 자본에 대응해 직접적으로 싸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청,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이러한 고용 형태는 노조를 더 어렵게 하고 자본은 이 고용 형태를 통해 우리의 요구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린 전 세계적인 노동운동을 만들어 초국적 투쟁을 해야 한다. 공동의 적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우리의 활동을 최대한 조율해서 싸워야 한다”며 “국제식품노련 지도력 하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단결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덴마크, 스웨덴은 적정임금을 받고 있지만 우리의 투쟁에 함께 한다. 브라질도 맥도널드의 잘못된 노동 관행을 폭로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맥도널드의 착취를 파업을 통해 막아내길 바란다”고 했다.

노동자, 힘 키우기 위해선 정부 밖 투쟁 이뤄져야
“노동법, 정부가 게임의 룰을 정하도록 놔둬선 안 돼”

러디코프는 비교적 젊은 층으로 구성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노조에 긍정적 변화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년 노동자들이 향후 진취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도 노조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진보의 투쟁을 통해 산업 보건, 아프리카계 시민권 투쟁 등 역사 속 변화를 얻었다는 것을 노조에 가입해야만 배울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제 정부가 정해 놓은 룰에 따라, 노동법에 따라, 주어진 방식에 따라 노조를 설립하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적이 게임의 룰을 정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법정과 거리, 언론을 대상으로 우리는 우리의 투쟁 방식을 정하고 알린다. 패스트푸드 15달러를 위한 투쟁에서 얻은 교훈이 바로 이 것이다. 생활임금이든 강력한 노조든 법적으로 불가능하면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노조의 권리와 파업권이 약하다. 이 노동법 개정하려면 노동자들은 힘을 키워야 한다. 힘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 밖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러디코프는 “전 세계 노동운동은 위기이고 많은 것이 걸려있다. 불안정한 세상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며 “대안적인,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선 투쟁이 필요하다. 우리 손자를 무릎에 앉혀 놓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섰다. 그 덕분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참가자 모두 정부 주도의 사회적 합의기구에 비판적 시각

유럽 전체에는 사회적 합의가 전통적이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노동법을 대대적으로 개악하는 일자리법을 시행하면서도 사회적 합의기구를 가동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정부는 노동시장구조개혁을 추진하며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는 이 타협안을 노동개악에 형식적인 정당성만 부여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 기구를 가동하건 그러지 않건 보수적인 정부들은 결과적으로 노동개악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평가는 발제 이후 참석자 토론의 열띤 논의 주제 중 하나였다. 노사정대타협기구에서 노동계가 들러리로 전락해 버린 지금, 과연 민주노총이 이 기구에 들어가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테이블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민주노총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 여부와는 별개로 발제자 전원이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안드레아 빌러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사회적 파트너십(사회적 합의기구)이라는 것이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됐고, 현재 노동자의 힘을 간과한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빌러 교수는 “지금 노동계 지도부는 이러한 제도(사회적 합의기구)가 있다는 이유로 투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투쟁의 역사를 잃어버린 것 같다”며 “나도 교수노조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의 얘기를 경청하는 척 하지만 사용자는 결국 노조에게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얘기한다. ‘노조가 무슨 말을 하든 우린 들을 필요 없다’라는 말에 노조는 ‘파업을 하겠다’라고 맞대응하면 그들을 코웃음을 친다. 조직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사용자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세 오마르 후아레스 아르헨티나 리오 산티아고 조선소 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사회적 합의기구에 굉장한 불신을 표했다.

그는 “지금은 ILO 회의에 아예 기업가들이 오지 않는다. 대신 기업은 변호사들을 보낸다. 이 변호사들은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한다. ‘파업권을 법으로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 아나’, ‘파업권을 보장한다는 문서 가져와봐라’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한다”며 “사회적 파트너십(사회적 합의기구)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오히려 해악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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