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결혼 영화 이유로
    숭실대, 인권영화제 대관 일방 취소
        2015년 11월 11일 06: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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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실대학교가 동성결혼을 다룬 영화 등을 상영할 예정이었던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 행사를 기독교 이념에 맞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해 논란이다. 행사를 주최한 숭실대 총여학생회 등은 성소수자 차별 행위에 대한 학교 측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에 따르면 전날인 10일 오후 교내 벤허관에서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과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등의 주최로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행사가 채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측이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이 영화제에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한국 최초의 공개적인 동성결혼을 다룬 영화 ‘마이 페이 웨딩’을 상영하고 이후 부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상영회 전날인 9일 숭실대학교 측은 총여학생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우리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교내 행사 및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며 대관 불허를 통보했다. 학교 측은 “차후에도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체의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학 측이 대관 취소를 통보한 것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등의 항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숭실대 총여학생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한 웹페이지에 ‘숭실대 인권영화제 항의 동참해주세요!’라는 게시글이 등록된 후 총여학생회장의 휴대전화로 협박과 모욕을 포함한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 학교 관계자는 8일 총여학생회장에게 행사 취소를 권유했고 이를 거절하자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했다.

    이들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수자 인권 옹호 책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학생자치에 대한 탄압 즉각 중단할 것 ▲대관 취소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대학 측에 요구했다.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행사 취소를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서울여자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는 학생자치모임의 주도로 기독교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주교 이야기를 다룬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의 상영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 세력의 항의로 행사가 취소된 바 있다.

    아울러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11일 논평을 내고 “이는 학생들의 자치를 짓밟는 행위”라며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보장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학생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규제한다면, 대학교가 대학이라 불릴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대학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학교 측”이라며 “인류를 사랑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자 기독교 정신이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에 동조하는 행위가 오히려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짓”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성소수자위는 “인권영화제 내용이 동성애 관련 내용이고, 동성결혼 부부가 학교에 온다는 이유로 장소 사용 불허를 내린다는 것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 측에 성소수자 차별행위에 대한 사과와 영화제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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