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직업능력센터,
    건립 장벽과 편견 아직 커
    조희연 교육감, 건립 호소문 발표
        2015년 11월 06일 1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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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추진 중인 발달장애인 직업능력훈련센터(서울커리어월드) 사업이 무산될 위기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성일중학교의 유휴시설을 개조해 추진할 방침인데 일부 주민과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릴 예정이었던 관련 공청회도 반대 입장의 주민·학부모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일부에선 님비현상의 전형적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 중학생 아이들에게 짐이 될 수 있다?
    극복하는 장애인 인성교육에 도움된다는 설득에 “이미 특수학급 있어”

    반면 성일중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반대 입장의 학부모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발달장애인 직업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성일중학교 안에 설립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발달장애인 직업센터는 중학생과 연령대가 다른 고등학교 학생과 전공과 학생이다. 학교를 졸업한 청장년 발달장애인이 직업센터의 연령대다. 이 연령대의 비장애인 직업센터가 들어온다고 해도 반대를 한다”며 “중학교는 중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학생들에게 청장년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차원으로 발달장애인 직업센터를 공간을 같이 나누어 쓰길 강요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중학교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짊어지게 하는 그런 발상”이라고도 했다.

    직업훈련을 통해서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이 인성교육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득에 대해서도 이 학부모는 “성일중학교 안에는 (이미) 특수학급이 있다”며 “중학교 학생과 장애인이 같이 수업을 듣고 이렇게 할 때는 분명히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미 특수학급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장애인센터가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는 “지금 충분히 (장애를 극복하는 장애인을 통한 인성교육) 여건이 돼 있다”면서 “발달장애인 직업센터는 별관을 나눠 쓰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키려면 서로 부딪치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단지 담을 쌓고 갈라 쓰고 수업도 다른 수업을 듣고 연령대도 다른데 서로 마주칠 공간도 만들지 않으면서 이걸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건 그건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공간이 분리돼 있다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일도 없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그렇다면 왜 인성교육을 운운하나”라고 반박했다.

    장애

    2일 설명회에서 무릎 꿇고 장애인직업센터 설립을 호소하는장애인 부모들(사진=비마이너)

    반면 김남연 전국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 대표도 이날 같은 매체에서 ‘다른 연령대 학생이 들어오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성일중학교와 같은 형태로 다른 건물을 이용하면서 교내 6개의 초등학교와 5개의 중학교에 이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며 “현재 지금 특수학교 학급에 다니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현재 여기를 방과후로 왔다 갔다 하면서 교육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 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운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교통 혼잡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직업훈련센터를 다니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발달장애 중에서도 역시 직업에 진출하기 용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학생들 중에서는 통학훈련이 첫 번째가 된다. 그래서 이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통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직업훈련의 첫 번째 이유”라고 했다.

    ‘폐교 부지나 용두동에 있는 글로컬타워에 설치하라’는 제안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동대문구, 중랑구, 성동구 3구에 특수학교가 단 한 개도 없다. 때문에 이런 직업센터를 이 3구 안에서 열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 3구 안에서 가장 교통편의성과 그 다음에 시설들을 고려해서 성일중학교가 지정됐다”며 “이 학교 외에 다른 인근에 여중이 폐교가 된 학교가 하나가 있는데 발달장애 학생들의 직업훈련 중에 첫 번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거다. 그런데 이 중학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두동에 있는 글로컬타워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라며 “이미 그 건물 안에는 복지관과 장애인단체들이 들어가기로 이미 협약이 돼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조희연 호소문까지 발표
    “장애학생 직업능력센터 혐오시설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달라”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에 대한 호소문을 내고 성일중학교 내에 해당 센터 건립에 힘을 실어달라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장애학생들이 생존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으로서 가장 크게 역점을 두는 정책방향을 이야기하라면, 저는 단연코 ‘교육 불평등의 해소’라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을 구상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특수학교나 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는 혐오시설이 결코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사는 ‘협동능력’, ‘함께 사는 능력’을 배우는 좋은 교육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옴으로써 일반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등 반대 의견에 관해서도 “과도한 우려”라며 “그 바탕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조 교육감은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려면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며 “실제로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과 소외의 대표적인 예가 고용에서의 차별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장애인이 스스로 일할 수 있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 드린다”며 “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에 대해서 한 번 더 찬찬히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주시기를 읍소하는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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