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서울대병원,
    장애인 의무고용 ‘최하위’
    “함께 일하자는 것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본질”
        2015년 11월 05일 06: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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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대병원에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라며 오병희 병원장과의 면담을 촉구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상황을 정리해야 할 경찰은 시종일관 장애인단체를 향해 불법집회 운운하며 사진 채증에만 열을 올렸고,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진료 받을 권리를 빼앗겼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는 다수의 장애인이 노동권을 빼앗겨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 차별에 얼마나 무감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불법적 임금피크제 강행으로 논란이 된 서울대병원이 이번엔 공공기관 중 장애인 의무 고용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대병원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 지난해만 20억 원에 달하는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고용부담금이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정한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경우에 내야 하는 범칙금 성격의 돈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통해 사업을 하고 그로 인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이 고용부담금 전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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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의무고용 외면 서울대병원 규탄 회견(이하 사진은 유하라)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무려 25년 전인 1991년에 만들어진 법으로, 공공기관은 3%의 의무고용률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공공기관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 위반은 매번 등장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서울대병원, 장애인 고용비율 최하위…부담금 20억은 혈세로
    “함께 일하자는 것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본질”

    서울대병원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은 316명이지만 현재 고용된 장애인 노동자는 고작 111명이다. 이 조차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의무고용률을 어겨 지난해만 18억 4천만원의 부담금을 냈다. 뒤이어 의무고용률이 낮은 부산대병원이 5억 9300만원, 한국 산업은행이 5억 1400만원을 납부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국내 최대 국공립병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전장연은 5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정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관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서울대병원에 의무고용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고용부담금을 냈다고 자기들은 법을 지켰다고 말하는데, 장애인 의무고용 3%는 벌금 내라고 만든 법이 아니다. 같이 일하자는 것이 이 법의 본질적 의미”라며 “장애인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25년 전에 이 법이 나왔다. 그런데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의술은 몸만 치료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의사와 병원은 인간이 어떻게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 먼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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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단체 때문에 편하게 진료 받을 권리를 빼앗겼다는 시민,
    채증은 잘 되고 있느냐는 경찰… 노동권 잃고도 비난받는 장애인

    이날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병희 병원장과 면담을 위해 병원장실이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200인 미고용 장애인에 대한 고용 약속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장연에 따르면 이들은 미리 병원장실에 공문과 전화통화를 통해 면담 요청을 해놓았다.

    그러나 이들이 병원장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하기도 전에 병원 관계자들은 건물 안에서 입구를 봉쇄해놓은 상태였다. 건물 주변엔 사복경찰과 의경들도 배치돼 있었다. 이들이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자 경찰은 병원장과 연결해주겠다고 했지만 30분이 지나도 병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약속과 달리 경찰도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오늘 면담이 어렵다면 다음 면담 약속이라도 해달라”며 “발달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장치가 있고 정부의 지원도 있다. 공공기관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제일 먼저 돈으로 때우려고 하나”라고 외쳤다.

    그는 또한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법을 악용하고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대 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변해야 다른 공공기관도 변할 수 있다”고도 말했지만, 끝내 병원장실엔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어떻게 해서든 대표단 면담 약속을 받겠다며 병원 본관 로비로 향했지만 그 곳 또한 병원 내 비상계획과 직원 10여명이 입구를 차단하고 있었다. 경찰 2명은 그 옆에 서서 수차례 ‘허가된 공간에서 기자회견만 하라. 이건 불법집회다’라고 방송을 했고, 간간이 건너편에서 채증하고 있는 경찰에게 채증이 잘 되고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한편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은 찾은 한 시민은 장애인단체를 향해 “편하게 진료 받을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병원에 와서 이러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가서 하라”고 10여분간 항의했다.

    경찰 또한 이 단체를 향해 “그만하면 됐지, 뭘 계속 하려고 하느냐”며 “법 테두리 내에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나무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전장연은 끝내 오병희 병원장과의 면담 약속도 받지 못한 채 병원 입구에 막혀 오후 3시 50분경 서울대병원을 떠났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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