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옥 "대통령 주변,
    대부분 환관 노릇만 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이슬람 근본주의' 같은 것"
        2015년 11월 04일 11: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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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정치권 안팎으로 들끓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에도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확정고시를 발표했다. 야당들과 학계, 교육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행정예고를 요식행위로 치부하는 정부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을 넘나드는 거침없는 논리와 화법으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 한신대학교 석좌교수는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대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 종교개혁 할 때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김용옥 교수는 4일 오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검정 국사교과서가 8종으로도 우리 삶의 모습을 충분히 가르쳐주고 있지를 않다. 자유발행제로 나아가서 보다 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게끔 만들어도 시원찮을 시점에 그것을 단 하나의 국정으로 돌린다는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대학을 나오신 분인데, 역사라는 용어는 일 ‘事’자가 아니고 역사 ‘史’자로, 역사적으로 이미 해석된 사실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인정 체제의 기존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며 ‘객관적 사실’만을 기술하는 역사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1961년 5월 몇몇 연대 군인들이 한강을 건넜다’ 이게 과학적인 사실이지만 역사가 안 된다”며 “이것을 5.16혁명을 일으켰다든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든가 이렇게 말을 해야 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라 해석된 역사다. 이런 것을 토론 속에서 합의해 국론을 일치시켜가야 할 판에, 무리하게 하나로 임의적으로 국가에서 지정하는 방향으로 역사를 몰고 간다? 이것은 역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역사교과서가 ‘패배주의’를 심어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젊은이들의 헬조선이라는 말이 검정교과서로 배웠기 때문에 나온 건가”라고 반문하며 “그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정치인들이 아무런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 삶에 비전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내 국정화 찬성 세력들이 꺼낸 ‘색깔론’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김무성 의원님께서도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본인이 제일 먼저 잘 알 것”이라며 “할 수 없이 몰려서 하는 얘기이고 정치적 발언이지, 지금 이 문제에 관해서 무리수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식 이하의 인간밖에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최고의 권력을 가진 분이 국정화 방향으로 추진코자 하니까 할 수 없이 동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있는 분들”이라며 “우리가 상식을 가지고 얘기할 때 이게 과연 가능한 얘기인가 하는 것은 본인들이 제일 먼저 잘 알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친박계 등 인사들을 ‘환관’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터무니없는 국정교과서의 문제는 김무성 대표 등 모든 여당 국회의원들이 다음 총선, 대선에 상당히 불리한 함수로 작용할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강행하기 때문에 거기에 예스만 하자는 것은 환관”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목이 잘리더라도 뭔가 바른 말을 할 때에 그 사람이 차기 대통령도 될 수 있는 것이고 새로운 이 시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지, 대부분 환관 노릇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교수는 “누구보다도 우리나라의 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며 “지금 어떤 의미로든지 구태의연한 방식에 의해서 새로운 세계를 준비해나가는 비전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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