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인까지는 사이비 언론
    5인부터는 건전한 언론?
    “신문법 개정안, 대안언론 옥죄기”
        2015년 11월 03일 07: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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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인 미만의 인터넷 언론사 등록을 제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신문법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존폐의 기로에 놓인 소규모 대안 언론과 언론인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21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날 통과시켰다. 시행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재가만 떨어지면 바로 시행이 가능하다.

    신문법 개정안은 기존의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을 취재 및 편집 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향후 등록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물론 기존 인터넷 언론사도 모두 취재 및 편집 인력을 5명 이상으로 상시 고용해야만 운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존에 명부를 제출하는 방식 대신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가입한 내역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문사 경영 문제로 취재 기자를 5인 이상 고용하기 어려운 지역 언론,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1인 미디어, 소규모 풀뿌리 대안 언론 등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이 매체들에 속한 언론인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신문법 개정안이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적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뷰징과 유사언론 행위 해소’라는 정부가 제시한 신문법 개정안의 추진 근거와 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예상 효과가 맞아떨어지지 않고, 5인 미만의 소규모 인터넷 언론 다수가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진보성향의 매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한국방송학회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신문법 개정안을 비롯한 인터넷상 게시물에 대해 제3자가 명예훼손 등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 온라인 기사·댓글·펌글 등을 언론중재위가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위협 비판 토론회(사진=유하라)

    박근혜 정부, 영구집권을 위한 전방위적 언론 탄압
    “신문법 개정안, 정부 비판적 소규모 언론 퇴출시키기 위한 것”

    토론회가 진행되던 중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동안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구지역 신문인 <평화뉴스> 편집장은 신문법 개정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만큼 토론회 내내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여당의 인터넷 언론 탄압, 장악 시도는 포털사이트 편향성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여당은 다음, 네이버 등 유력 포털들이 청와대, 정부, 여당에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제공한다며 포털 대표들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진 신문법 개정안 등의 추진은 정부여당의 언론 장악을 위한 ‘굳히기’ 행보로 볼 수 있다.

    토론회 발제자인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정책들에 대해 “전방위적 언론 억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신문법 개정안에 관해선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 5,900여 개 중 약 85%의 인터넷 언론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인터넷 신문사 대부분의 문을 닫게 만드는 신문법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정한 경제적 기반을 갖춘 개인이나 조직에게만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매우 불공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5인 미만 인터넷 언론 퇴출하면 선정적·어뷰징 기사 사라질까
    “신문법 개정안, 정치권·재계·주류언론의 합작품”

    정부는 인터넷 언론 등록 문턱이 낮아 ‘사이비 언론’이 늘었다며 유사언론 행위와 어뷰징 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뷰징 기사의 경우 다수가 대형 언론사에서도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인터넷 언론사의 인력 규모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어뷰징 문제를 발생시켜온 주범은 소규모 언론사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닷컴’들”이라며 “한국광고주협의회가 유사언론으로 꼽은 매체 중에 5명 미만의 취재인력을 두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터넷 언론을 대대적으로 정리해 언론 통제를 좀 더 손쉽게 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토론자로 나선 대구지역 인터넷 언론인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은 “신문윤리위원회에서 선전성 보도를 매달 발표하지만 소규모 언론은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며 “선정적 보도로 걸린 많은 언론사에 접속해보면 바이라인 하나도 없다. 전부 온라인 뉴스팀이다. 이것이 어뷰징과 선정성의 실태다. 현실이 이러한데 소규모 인터넷 언론을 규제한다고 선정성·어뷰징 기사가 사라지나”라고 질타했다.

    유 편집장은 “대구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제들에 관한 기사만 열심히 써왔지만 기자 수가 3명이 넘어간 적이 없다. 대안언론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기자가 4명이면 사이비 유사 언론 취급을 하고 5명부터는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에 1%도 납득할 수가 없다”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유 편집장은 “언론사 경영이 좋으면 기자를 더 뽑을 수 있는 거고, 아니면 적게 뽑을 수 있는 거다. 왜 국가가 기자 수를 가지고 언론의 인정 여부를 따지나”라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앞서 최진봉 교수는 “인터넷 언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정해진 광고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려는 주류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소규모 언론사들을 퇴출시키고 손쉽게 통제하려는 시도로, 여론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민주주의에의 역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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