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노동운동
    [인터뷰] 마틴 매이어 영국노동당 유나이트 대표
        2015년 11월 03일 12: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공공운수노조의 국제심포지움 ‘신자유주의의 위협과 운수노동자의 대안’에 참석한 영국 유나이트 노조(Unite the Union)의 마틴 매이어를 인터뷰했다. 유나이트 노조는 영국의 가장 큰 산별노조 중의 하나이며 최근 국제적 관심 인물인 영국 노동당 제레미 코빈 대표의 당선에 큰 힘이 되었던 노조이기도 하다.

    마틴 매이어는 2014년에 은퇴하기 전까지 영국 유나이트(UNITE, 영국서비스노조) 버스산업 교섭대표였다. 그는 버스 회사가 국영 기업이었던 1981년부터 셰필드에서 버스 운전사로 일했다. 그가 다니던 버스 회사는 1993년 퍼스트그룹(First Group)이 인수하면서 민영화되었다. 이 회사의 노조 대표(1990-2014)였던 마틴 매이어는 여러 차례 파업을 주도했고 노조원들의 보다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다. 그는 1994년부터 2014년까지 노조 집행부에서 9만 명의 여객운송노조원을 대표했으며,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국제운수노조연맹(ITF)의 도로운수분과 의장을 맡았다. 현재는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의 유나이트 대표를 맡고 있다. 인터뷰 통역은 건설노조의 조은석씨가 맡았으며 내용 정리는 유하라 기사가 맡았다. 인터뷰는 10월 29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

    정종권 : 유나이트(UNITE, 영국서비스노조)가 영국에서 가장 큰 산별노조 중의 하나라도 들었다. 유나이트의 규모와 주요 구성 그리고 유나이트의 기본 정신이나 강령 중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마틴 매이어 : 유나이트는 영국에서 가장 큰 노조 중 하나이다. 140만 명의 조합원이 소속해있고 일반노조의 성격으로 운수나 제조, 공공 서비스 분야를 막론한다. 운수는 조합원이 많은 편은 아닌데 운수 부문에선 가장 조합원이 많은 노조는 철도노조인데, 철도노조는 별개의 다른 노조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직하고 있는 분야는 도시교통, 도로운송, 항구, 항만, 공항 .자동차 제조업, 일반제조업, 식품 제조유통, 지방 공무원, 의료산업종사자 등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다.

    유나이트는 신생 노조다. 2008년에 2개의 노조가 통합돼서 탄생한 노조다. 통합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다. 3년에 걸친 내부 토론과 투쟁 끝에 유나이트라는 좌파 노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유나이트 내에는 ‘유나이티드 레프트(단결 좌파. 이하 레프트)’라는 좌파 활동가그룹이 존재한다. 레프트는 현장 활동가들과 상근자도 있고 지지그룹도 있다. 레프트는 유나이트의 첫 번째 집행부 선거에서 메클라스키를 위원장 후보로 내고 당선돼 2010년부터 지금까지 레프트 출신의 메클라스키가 위원장으로 있다. 레프트 지지그룹이 유나이트 집행부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노조에게는 4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로 우리는 “조직하는 노조”다. 돈과 자원을 핵심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기존에 노조의 힘이 강한 부문과 약한 부문 모두에 자원과 돈을 투입하는 노조다. 두 번째로 우리는 “투쟁(반격)하는 노조”이다.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도록 하고 파업하면 지원하고 파업기금 같은 경우 2천5백만 파운드의 파업 기금을 운용해서 파업에 돌입하면 조합원들에게 파업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세 번째로 우리는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노조”다. 무슨 말이냐 하면, 노동당을 우파로부터 탈환해 더 많은 노동계급에서 더 많은 의원을 배출하고 노조가 노동계급을 위해서 더 많은 정치적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만든다. 네 번째는 “국제주의”다. 국제연대나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노조들과의 연계 통한 활동, 초국적 기업들에 맞선 싸움을 공동 진행한다. 투쟁하는 노조에 대한 연대 지원을 통해 활동하는 산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4가지 원칙에 더해 마지막 원칙이 있다. 다만 5번째 원칙이라고 부르진 않지만 우리 노조의 정신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바로 “평등의 원칙”이다. 인종, 성별, 이주와 정주를 가리지 않고 단결해 스스로를 유나이트의 조합원이라는 동질성을 갖도록 하고 있다.

    마틴1-1

    마틴 매이어

    정종권 : 유나이티드 레프트라는 좌파블록은 유나이트 노조 내에만 있는 건지, 아니면 영국노총(TUC) 등 총연맹이나 다른 산별노조 내의 좌파그룹과도 연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마틴 매이어 : 레프트는 유나이트 내에만 있는 비공식 활동가그룹이다. 즉 공식구조 내의 조직이 아니다. 재정 문제 등도 스스로 해결한다. 사무총장뿐만 아니라 집행위원 등 최대한 많은 공식 노조조직의 후보들을 지원하려고 노력하는 활동가그룹이다.

    다른 노조에 있는 좌파그룹과 연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노조는 전혀 좌파그룹이 없기도 하고 또 노조 내 좌파그룹이 당과 연계하는 부분에서의 입장 차이 때문에 분열되는 경우도 많다. 노동당 말고도 다른 군소 좌파정당이 있는데, 이들과의 관계 등 정치적 입장에 따라 노조 내의 좌파그룹이 분열된 경우가 많다.

    레프트는 노조 민주화를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한다. 노조 정책이나 규약들을 민주적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시도, 노조가 조합원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저는 유나이트 노조의 이런 기풍과 문화를 만들고 진척시켰다는 점에서 유나이트 노조가 자랑스럽다.

    정종권 : ‘평등’을 강조했는데 한국의 노동시장에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한국의 민주노총도 전체 조합원 70만 명 중 20~30%가 비정규직 노동자 조합원이다. 140만 명의 유나이트 노조 조합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비정규직 관련해 노조의 특별한 정책이나 계획이 있는지 말해 달라.

    마틴 매이어 : 영국 같은 경우 여러 나라로부터 이주노동자 많이 들어와 있다. 이들 이주노동자의 일자리 중엔 최하의 질 낮은 일자리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고 이들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싸워줘야 할 노조가 필요하다.

    영국은 유럽 가운데 노동시장에서의 규제완화가 가장 심하게 진행된 나라 중 하나다. 즉 여러 부문에서 양질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비정규직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많은 이들이 파견, 임시, 파트타임 노동을 하고 특수고용직 노동도 많다.

    운송이나 대형 제조업, 국영화된 의료기관, 지자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사실 일자리도 안정적이고 단체협약도 상당히 양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 분야, 특히 경쟁이 심한 식품생산업에서는 일하는 대부분이 파견노동이고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부문이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들이 동유럽으로부터 저임금 노동력을 수입해서 국내 노동자를 대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시장의 규제완화가 심하게 진척돼 있어 영국은 유럽의 다른 국가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대처해나가는 일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 따라 이주민 차별 등 인종주의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나이트 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많지 않은 비율이다. 비정규직은 우선 조직화가 굉장히 힘들고 고용조건이 굉장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노조 가입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또 그들이 노조 가입을 통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노조에 가입하려 하지 않는다. 유나이트의 경우 청소노동자나 큰 사무지구나 은행에서 일하는 이주 청소노동자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을 대규모로 벌여 일정 부분 임금을 상승시켜 조직화에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단지 이주노동자만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아니다. 유통 등에 종사하는 ‘0시간 계약’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보장을 해주지 않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하라는 오더를 내리고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주는 새로운 착취 현상이 점점 늘고 있다. 2010년 이후 긴축정책이 시작된 후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5~6% 정도 줄어들었고, 단체협약 포괄율도 점점 줄어서 25%인데(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전체 노동 인구의 25%만이 단협을 적용받는다는 뜻) 유럽 국가 중에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마틴2

    민영화 이후 공공교통 시스템 질 저하

    정종권 : 영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지하철과 버스 등의 공공운수가 차지하는 여객(화물)수송 분담률은 어떤가.

    마틴 매이어 :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민영화 이후 버스의 (서비스) 질이 낮아지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 버스의 운송분담률이 많이 떨어졌다. 다만 런던은 예외인데 런던에서는 여전히 공공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지하철이 잘 구성이 돼 있어 활용이 잘 되고 있는 상태다. 버스 또한 민영화됐지만 운영은 민간업체에서 하되, 관리는 런던시 당국이 하고 있다. 런던 등 대도시 외에 민영화가 이뤄진 곳에서는 규제완화 때문에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승객 포괄률도 많이 떨어졌다.

    저는 영국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인 셰필드의 버스부문 노조 대표를 30여년 동안 했다. 민영화로 인해 버스 네트워크가 열악해지고 시내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 차를 가지고 나와 매우 혼잡해졌다.

    정종권 : 아울러 당신이 1980년대부터 일했던 버스회사가 국영이었다가 1993년에 민영화되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국영 버스회사’라는 게 낯선데 현재 국영버스와 민영화 진행 규모는 어느 정도 인가.

    마틴 매이어 : 1981년에 버스기사 일을 시작했다. 영국의 한 지역인 셰필드를 포함해 인근 도시 4개 지역을 도는 국영 버스회사였다. 셰필드 지역에는 4개의 차량기지가 있었고 셰필드 지역 전역을 운전했다. 국영버스였던 당시 버스요금도 낮은 편에 속했고 승객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1986년, 새로운 버스회사가 동일노선에서 경쟁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끔 규제완화가 되면서 민간의 작은 회사들이 동일 노선에 버스를 투입해서 운영하다보니 이 민간 회사들은 노동자에게 노조협약 임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시장임금을 지불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그러다보니까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악화 일로를 거듭하게 됐다. 운수 부문을 민영화, 규제완화를 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들은 제가 직접 경험해본 일들이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규제완화가 시작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그러다보니 서비스 질도 악화됐고 자연스럽게 버스를 타는 승객이 떠나면서 운임료도 올랐다. 규제완화 이후 5~10년 사이에 국영, 민영을 막론하고 전체 버스 승객의 50% 가량이 빠졌다.

    1993년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국영버스를 민영화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내가 일하던 국영버스회사가 1997년에 초국적 기업인 퍼스트그룹에 인수됐다. 퍼스트그룹은 노동조건, 임금을 줄여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회사였다. 이렇게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줄어들었다. 예컨대 밤 버스, 일요일 버스가 사라지고 수익성 낮은 노선은 운임 빈도가 줄어들거나 아예 노선이 사라기지도 했다. 중앙정부에선 요금에 대한 보조금을 불법화해 요금이 급격하게 올라 시민들은 점점 더 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됐다.

    규제완화 초기에는 셰필드에만 12개 정도의 민간업체들이 있었는데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로 인수합병이 돼 지금은 2개의 초국적 회사들이 버스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 중 국영버스를 인수한 회사는 앞서 말한 퍼스트그룹이다. 전국적으로는 총 5개의 대규모 민간업체가 영국 전체의 버스 시장 70%를 장악하고 있다. 일부 마을 같은 경우는 아예 민간업체 1개가 독점하고 있기도 하다.

    정종권 : 현재 런던과 당신이 일했던 셰필드과 같은 주요 도시에서 공영버스 회사로 유지되고 있는 곳도 있나.

    마틴 매이어 : 있다. 중앙정부에서 각 지자체에 국영버스에 대한 민영화를 압박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 일부 지자체는 압박에 저항해 아직도 공영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민간업체가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순 없기 때문에 민간업체는 업체대로 두고 공영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국영시스템을 유지하는 곳 중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는 좋은 예다. 공영시스템이라 굳이 이윤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버스의 서비스 질이 좋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정종권 : 에든버러와 같이 공영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는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나.

    마틴 매이어 : 그렇다. 시의회의 정치적 의지와 크게 관계가 있다. 대부분 노동당이 주도하는 시의회인 경우에 공영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중도정당인 자유민주당의 지자체장 중에도 일부 민영화가 진행되긴 했지만 공영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정종권 : 영국의 좌파 정치인이었던 켄 리빙스턴이 런던 시장이었을 때와 현재 런던 시장인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의 도시정책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나?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마틴 매이어 : 켄 리빙스턴 하의 런던에선 요금에 대한 보조금을 유지하고 공공운수를 확충하려고 했고 미래의 버스 네트워크에 투자하려 했고 실제로 버스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확충했고 요금을 낮추는 등의 활동을 했다. 존슨 시장도 우파이긴 하지만 공공운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정책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을 낮춰서 요금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버스 네트워크와 공공운수는 비교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업살인ㅂ접

    기업살인법 제정 이후 산재사고 비율 낮아져

    정종권 : 대형 안전사고가 났을 때 회사 임원에게 그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이 2007년에 제정된 것으로 안다. 이 법이 제정된 이후에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선 안전사고가 날 경우 노동자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살인법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마틴 매이어 : 기업살인법은 유나이티로 합병되기 전 운송일반노조에서 하려고 했던 법이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노동자가 근무 중 목숨을 잃더라도 기업의 임원을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1987년에 아시다시피 엔터프라이즈호 침몰사고(1987년 벨기에 연안 도버 해협에서 ‘Herald of Free Enterprise’라는 페리호는 출항하고 1시간 만에 선원들의 중과실로 침몰하고 만다. 이로 인해 193명의 목숨이 차가운 바다에서 희생되었다. 항해사 등 선원은 처벌을 받았으나 기업주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못했다.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 제정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편집자)로 19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고 민영화 이후 철로를 이탈한 철도사고로 4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이 사고 모두 기업의 임원을 기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기업살인법 제정 이전에도 4건에 대해 기업살인으로 임원을 기소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법에 이러한 기업측 인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실패했었다.

    기업살인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기소가 많이 이뤄진 건 아니다. 2011년 첫 번째 기소가 이뤄졌고 이후에도 대략 20건 정도가 기소가 이뤄져 법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이나 초국적 기업의 임원들이 기소된 경우는 없었다.

    이 법 자체도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강력하지 못해서 임원을 구속할 수 없었고 벌금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생긴 것이고, 이러한 법을 입법화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선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업살인법 말고도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것들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또 노조에서도 모든 지부마다 산업안전 담당자를 지정하고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노무사나 변호사들을 활용해서 산재를 당했을 경우, 보상이 확실히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기업살인법 제정 이후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살인법과 함께 노조들의 역할과 노력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정종권 : 징벌적 효과와 강도는 떨어지지만 사용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 등에 대한 일정한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는 건가.

    마틴 매이어 : 그렇다. 기업살인법 제정 이후에 회사들에서 특별 산업안전 담당자를 임명하기도 했고 기업 문화 자체가 바뀌는 모습을 봤다.

    코빈

    중간이 제레미 코빈 영국노동당 대표

    유나이트, 제레미 코빈 대표와 노동당을 좌파적으로 개조할 것

    정종권 : 지난 9월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제레미 코빈 의원이 당선된 것이 한국의 노동운동이나 진보정당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다. 코빈 대표의 당선에는 유나이트와 같은 대형 노조들의 지지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코빈 의원과 같은 원칙적이고 좌파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 대중적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것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틴 매이어 : 노동당의 이번 대표 선거에는 가장 많은 선거인이 참여했다. 좌파와 우파가 격돌을 했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노선을 추종하는) 우파 후보인 리즈 캔들은 4.5%밖에 얻지 못했다.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노동당에 제레미 코빈의 당선은 새로운 돌풍을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관련 기사 링크)

    2010년 노동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일부에서는 자민당과의 연정을 구상하기도 했었다. 당시 당대표가 에드 밀리밴드였는데 약간 좌파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취약했다. 또 밀리밴드 대표 하의 노동당은 보수당, 자민당과 큰 차이 없이 공공부문의 긴축정책에 동의했다. 이 당시에 노동자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하원의원이 거의 없었고 노조는 2010년 이후 5년간 집회나 긴축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통해 공공서비스 확충을 위해 앞장섰다. 유나이트는 ‘긴축정책 반대’가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밀리밴드 대표 등 노동당의 주류 지도부들은 긴축정책 반대 기조를 거부하고 2015년 총선에 임했고 거기서 패배했다.

    유나이트는 노동당에 개입해서 좌파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 노조들보다 강한 편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노동당 최고집행기구인 전국집행위에 들어가서 좌파의 목소리 대변하고 있고, 조합원들을 하원의원으로 당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총선에 유나이트 조합원 50명이 후보로 출마했고 그 중 26명이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유나이트에서 노동자 후보를 내서 당선시킨 것이 코빈 대표의 당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면 코빈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때 등록조건이 의원 35명 이상의 추천이 필수조건인데, 코빈 의원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36명을 간신히 채워서 등록했다. 그를 추천한 유나이트 소속의 하원의원이 없었다면 후보 등록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역설적인 사실을 얘기하면, 2년 전 유나이트가 조합원 중 하원의원 후보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노동당 내부에서 이에 반발하여 우파들이 굉장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유나이트 조합원 중 스코틀랜드의 한 지역구 후보를 준비하고 있었고 유나이트가 이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노동당 우파들이 노조의 당비 지불과 관련하여 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이 논란에 밀리밴드 대표가 개입해서 2014년 당대표 선거 규칙을 변화시켰다. 당원이 아니더라도 후원자 개인들이 3파운드를 내면 당대표 투표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원래 이 조치는 노동당 우파들이 좌파들과 좌파에 친화적인 노조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견제하고 축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노조의 집단투표나 집단입당 등을 견제하고 개인별 입당과 투표권 부여를 강화한 규칙 변화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히려 이런 투표권 규정의 변화가 오히려 우파에게 독이 되었고,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 청년들의 집단적 대표 경선 참여운동을 낳게 되었고 코빈 대표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5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굉장히 큰 선거인데도 59.5%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서 코빈이 당선됐다. 극좌파로 알려진 코빈이 당선됐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을 20년 넘게 실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지배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1994년 당대표로 당선될 때 그의 득표율은 57%였다.-편집자)

    반긴축

    7월 영국에서 열린 긴축정책 반대 집회 모습

    정종권 : 코빈이 당선된 이후 보수당과 친자본 세력들은 물론이고 노동당 내 의원 다수와 자유주의 성향의 언론들도 ‘코빈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는 거 같다. 범우파들의 이러한 공격을 맞서고 노동당을 제대로 된 좌파정당으로 개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마틴 매이어 : 물론 이 싸움에서 질 수 있는 위험은 있다. 당 내 우파와 보수당에서 흠집내기를 하고 있지만, 노동당 내에선 대중적 지지가 있는 편이고 외부에서도 지지가 높다. 당 외부의 열광적 반응을 당 내부로 끌어안을 수 있는 노력과 연대 활동을 강화하고 코빈의 발언이나 정책, 메시지들이 당 내외부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유나이트도 그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이다.

    정종권 : 영국 노동당의 이후 전망, 영국독립당 등 극우파들의 부상과 유럽연합 문제, 최근의 유럽 난민위기와 이주노동자, 노동운동의 국제연대 등에 대해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아쉽다. 다음 기회에 대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유나이트 노조와 노동당 코빈 대표의 발전과 건투를 기원한다. <끝>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대표 경선과정에서 부유세 대폭 인상, 철도 및 에너지 등의 재국유화, 무상 의료 서비스(NHS) 사수, 새로운 무상 공교육 시스템, “긴축이 아닌 성장” 등의 공약을 밝혔으며 지출 삭감에 반대하고 영국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인프라 및 제조업과 관련한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찍어내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코빈은 2003년의 이라크 전쟁에도 강렬히 반대했으며, ‘Stop the War Coalition’이라는 반전 조직을 설립하는 데에도 기여하했다. 핵무기와 관련하여 일방적인 군비 축소 캠페인을 장기간 지속해온 그는, 영국의 핵무기 체계인 트라이던트(Trident)를 폐기할 것을 주장해왔다. 유럽 문제에 관해서 그는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캠페인을 전개할 것임을 표명했지만 동시에 EU가 지나치게 친기업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편집자)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