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고발돼,
    취업규칙 변경 불법 강행
    병원장, 임피제 기습 통과 당일 상품권 돌리고, 술 마시고 춤추고
        2015년 11월 02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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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은 불법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혐의로 서울대병원 이사회를 서울고용노동청에 2일 형사고발했다. 만약 노동부가 노동자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로 한 서울대병원 이사회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에서 사회적 논의 과정의 근거로 삼은 노사정합의체를 정책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로만 여겼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에 있는 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을 형사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법 규정, 법원의 판례 및 법해석, 노동부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 개정은 효력이 없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서울대병원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근기법 위반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기도 하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노조를 통한 집단동의나 투표를 통해 노동자 과반 동의를 구해야하지만,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과반 노동자가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자 중 과반이 찬성했다는 논리를 대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기습 통과시켰다.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기준을 투표 전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지난 달 20일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목적으로 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7일 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으나, 전체 직원 6,045명 중 52.56%(3,177명)만이 투표하고 28.59%(1,728명/6,045명)만이 찬성해 부결됐다.

    서울대병원노조

    서울대병원 고발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이번 서울대병원 사태는 정부가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에서의 ‘합의’와 국회를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는 첨예한 대립 끝에 만들어 낸 노사정위원회 합의에도 추후 논의키로 했던 사안이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입법 절차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과반 동의도 구하지 못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통과시키는 뻔뻔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입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회 구성원에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명백하게 과반 노동자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회통념상 합리론이 있다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독단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현장 곳곳에 파고들어 사용자의 불법적 행태를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민변 노동위원회 대회협력부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부의 이런 방침과 태도들이 현장에 어떤 신호를 주고 있나”라며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많은 사업장에선 근로기준법 개정도 없이 집단적 동의 없이도 당장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이번 형사고발에 대해 노동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하고 있다.

    민주노총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대병원의 취업규칙 불법 변경은 명백한 임금 삭감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다”라며 “서울대병원이 불법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노동개악의 시작이며, 전체 노동계에 확대될 것으로 생각해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대회협력부장인 이용우 변호사은 “직원 과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며 “노동부가 ‘법과 판례에 따른 내용을 단순히 정리해서 구체화하겠다’는 주장으로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법과 판례에 따라 오늘 고발 사건에 대해 분명한 처벌을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노동부의 결정이 노동부 지침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 무너진 공공 의료병원…
    오병희 병원장, 임피제 기습통과시킨 날 상품권 돌리고 술 마시고 춤추고
    서울대병원분회 “대통령은 국민 우롱, 기관장은 직원 조롱”

    오병희 병원장은 지난 달 29일 오전 8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가결한 후, 이날 저녁 직원 교육에 참석했다.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오 병원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상품권 다발을 돌리고 술에 취해 춤까지 추며 노래를 불렀다. 이사회 기습 결정으로 인해 강제 임금삭감을 당해야 할 노동자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박경득 분회장은 “병원에 의뢰한 법률자문 기관인 화우와 태평양, 이 보수적인 법무법인에서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며 “대통령은 국민을 우롱하고 기관장은 직원을 조롱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분회장은 회견에서 “서울대병원 직원은 법을 기준으로 의사 표현을 했다. 그러나 병원장은 이제 법도 필요 없다고 병원장은 얘기한다”며 “병원에서 법과 매뉴얼이 얼마나 중요한가. 기준과 원칙이 무너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곳이다. 원칙대로,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곳이 병원이다. 지금 그 질서가 무너지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박 분회장은 “오병희 병원장은 대부분 직원들의 반대에도 소수의 말 몇 마디만 믿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강행했다”며 “말 한마디로 법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증명해낼 것이다. ‘법을 더 낫게 바꾸라’는 투쟁이 아니라 ‘법을 지키라는 투쟁’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함께 전 국민이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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