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동강난 대통령 시정연설
    국론분열 야기하며 국론통합 강변
    정의당 불참, 새정연 침묵시위, 새누리당만 박수갈채
        2015년 10월 27일 0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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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이 이뤄진 국회는 국민 분열 상황을 고스란히 투영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설명하는 자리인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27일 오전 10시 15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정연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안팎의 최대 쟁점이 된 국정제 역사교과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입장과 해법을 내놓을 지였다.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어렵사리 5자회동을 가졌지만 별 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보이는 시정연설에 많은 관심이 몰렸던 것이 사실이다.

    ‘두 동강’ 난 시정연설,
    새정연 ‘침묵’, 정의당 ‘불참’ 속 여당만 박수 갈채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 우선’, ‘국정교교과서 반대’라는 인쇄물을 본회의장 각자 자리에 놓인 노트북 겉면에 붙이고 시정연설 내내 침묵했다. 원내 3당인 정의당은 시정연설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불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두 동강’난 시정연설이었다.

    대통령은 시정연설 말미 3분 가량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앞선 예산안 설명 때보단 격앙된 어조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이 같은 시정연설 중에 눈을 감은 채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그 외에 다른 의원들 또한 어두운 표정으로 시정연설을 듣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급 초반부터 검인정 체제 하의 기존 역사교과서가 ‘비정상적’이라고 전제한 후 관련해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제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사회 곳곳의 관행화된 잘못과 폐습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은 “우리 스스로 우리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관이 확실해야 우리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 문화를 세계 속에 정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알지 못하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고, 민족정신이 잠식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격앙된 어조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야당의 국정제 교과서 반대에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추진 의사를 꺾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겨냥해, 정부여당에서 그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기 위해 내세웠던 논리를 그대로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배척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 일어나 박수를 쳤고 앞 다투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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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피켓팅하는 정의당 의원들(사진=정의당)

    정의당, ‘국론분열’, ‘민생실종’, ‘민주주의 무시’ 비판
    시정연설 불참 … 국정교과서 철회 등 요구

    정의당은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경경한 수를 뒀다. 대신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본청 입구에는 정의당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의당은 이날 시정연설 전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견해를 경청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도리이지만 오늘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느닷없는 효도교과서 강행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생을 실종시킨데 대한 국민의 원망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며 “야당을 공격하고 여당을 국회출장소로 치부하고, 모든 민주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해 야당으로서 항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불참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를 뿐 아니라, 국론분열과 민생실종만 가중시키는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 계획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또한 교육부와 별개로 꾸려진 ‘비밀TF팀’ 의혹 증폭으로 시정연설에 불참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도 나왔지만 국정 발목잡기 역풍을 감안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개혁, 노사정 역사적 대타협으로 평가
    입법과제 통과 국회 압박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문제 외에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는 노동개혁에 대한 국회의 논의와 서비스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이들 모두 여야 이견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권 밖에서도 반대 의견이 강한 문제들이다.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어 국회 밖 이해당사자들과 의견 수렴과 설득 작업이 필요한 쟁점들이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열쇠인 노동개혁도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지난 9월 15일, 17년 만에 청년과 장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는 역사적인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냈다”고 자축했다.

    또한 “이 합의가 실행되면, 능력에 따른 임금 책정과 인사 운영, 장시간 근로의 개선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제고하여 장년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청년층 고용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공직 사회와 대기업, 그리고 대기업 노조를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나은 형편에 계신 분들께서 한 걸음 양보해달라”고 했다.

    특히 향후 새누리당의 5대 입법안을 비롯해 입법과제로 남은 노동개혁에 대해 “노동개혁은 노사정 합의로 첫 걸음을 내디뎠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완성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며 “노동개혁은 반드시 금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에 대해서도 청년 일자리 명목 하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심상정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오점을 남긴 연설”
    새정치연합 “‘설득’ 아닌 ‘주장’만 내세워”
    새누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

    이 같은 시정연설에 대해 여야의 평가는 상반됐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오늘 시정연설도 국회에 대한 설득이라기에는 그동안 했던 주장만 되풀이하여 답답한 하늘을 보는 느낌”이라며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경제 난국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없었다”고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역사교육 정상화’라며 국정교과서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오히려 국민 분열만 부추겼다”며 “교육문제를 정치문제로 비화시킨 것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대통령의 말씀과는 달리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소통이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쌍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진정 소통하고자 한다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것에 대해서 응답하시는 쌍방향 방식으로 소통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시정연설 반박문을 내고 “대통령의 19대 국회 마지막 시정연설은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어낸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오점을 남긴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심 대표는 특히 노동개혁을 지목해 “방향부터 잘못되었다”며 “고위직, 고연봉 임원 등 우리 사회의 지도층과 재벌-대기업의 솔선수범 없이 저임금 노동자와 산업화를 이루어낸 우리 아버지들의 목을 조르는 것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청년희망펀드 등으로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청년의무고용할당제’와 같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신종 금모으기 ‘청년희망펀드’나 새로운 비정규직 양산에만 ‘투자’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제대로 된 투자가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증세 없는 복지’를 철회하고, 민생과 국민복지에 투자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이번 시정연설은 박 대통령이 국가 경제와 청년일자리창출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연설”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 할 일을 다 해달라는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라고 평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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