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비밀리에
    교과서 국정화 TF 운영
    'BH 일일 점검회의 지원' 등 청와대도 개입
        2015년 10월 26일 10: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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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교육부 내 역사교육지원팀과 별개로 비밀리에 TF를 구성해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TF는 국정화 행정예고 시점인 12일 전인 같은 달 5일에 이미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국정화 결정이 나기도 전에 전담 조직을 구성해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25일 9시 30분경 교육부가 국립국제교육진흥원에서 국정화 비밀 사무실을 운영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사무실 앞에서 대치 중이라는 긴급 문자를 발송했다. 당시에도 TF 구성원들은 업무 중이었으나 야당 교문위 위원들이 사무실에 급습하자 사무실의 불을 끄고 문을 잠가 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곧이어 경찰도 충돌에 건물을 통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도종환 위원장이 입수한 ‘T/F 구성・운영계획(안)’에 TF팀은 따르면 단장 1명,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으로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장은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으로 직위는 ‘고위나급’으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오 사무국장은 교육부의 정식 파견 발령도 받지 않은 채 TF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이들 TF팀의 담당업무를 보면 상황관리팀은 언론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 국회·언론 등 설명자료 관리·제공,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등을 하며 국정화 반대 단체 등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홍보팀은 온라인(뉴스, 블로그, SNS 등) 동향 파악, 기획기사 언론 섭외, 기고 칼럼자 섭외, 패널 발굴 관리 등을 통한 여론전을 주도 하고 있었다.

    특히 이 비밀TF에 청와대까지 개입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상황관리팀 소관업무 중에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라고 명시돼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위원들은 이 사무실에서 국정화 관련 각종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교육부 및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제보를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밀TF 구성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당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국사편찬위원회에 그 작업을 일임하겠다던 교육부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은 향후 더 큰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계획안을 보면 기획팀은 발행체제 개선 및 역사교과서 개발 기본계획 수립, 편찬 준거 개발 관리, 교과서 개발 추진,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 구성・운영, 교육과정 관리 및 교육과정심의회 구성, 집필진 구성 및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 구성, 집필진 구성 및 지원계획 수립, 3개 역사연구기관 연계・협력, 교과서 분석 및 대응 논리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교육부는 26일 자정 경에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과 관련해 국회의 자료 요구와 언론 보도 증가로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현행 역사교육지원팀 인력을 보강해 한시적으로 관련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현행 팀 인력을 보강해 10월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문위 야당 위원들은 업무 증가로 인해 인력 보강을 한 것이라는 교육부의 해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한 적이 없다. 예컨대 총괄하는 단장은 현재 충북대 사무국장인데, 발령받지 않고 와있다”며 “TF 인원 21명 중에서 기존 역사교육지원팀은 5명이고 나머지 16명을 보강인력이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해명대로 한시적 인력보강이라면 파견이나 출장명령 등 관련 근거라고 제시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10월 5일 한시적으로 사무실 마련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행정예고 기간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별도 조직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정화 발표 및 행정예고의 시점은 10월 12일이다. 국제교육원 내 사무실 마련하고 1주일 뒤에 발표한 것이다 행정예고도 하기 전에 이미 국정화 추진을 결정하고 전담 조직을 비밀리에 구성해놓은 셈이다.

    비밀

    25일 22시경 교육부 산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 (사진=정진후 의원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교육부의 재량이라거나, 야당이 ‘정상적인’ TF팀을 범죄집단 취급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은 어제 교육부 공무원들이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는 정부청사를 마치 범죄집단 대하듯 한밤에 떼로 몰려가 는 어이없고 황당한 구태”라며 “최근 자료요구 급증 등 업무 인원 보강하고 서울 산하기관에서 정상 근무하는데 업무 방해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 또한 “지난 국정원 여직원 사건도 그렇지만 정당한 TF팀인데 2017년에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까지 쫓아가 일을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을 외부에 노출시킨 공무원도 찾아내야 한다”며 “자체 공무원이 제보 안 했으면 누가 제보했겠는가. 정당한 일도 야당에 제보하는 풍토다. 이런 것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한 근무 중인 공무원이라면 야당 의원들이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자 불을 끄고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문을 잠근 채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갔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야당은 이 비밀TF 구성을 위한 예산 등 국정화 작업을 위한 예산이 국회 심의를 받지 않고 처리 된 것이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대규모 수의 고위직 교육부 공무원, 청와대 차관, 수석 이런 분들도 거기에 많이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며 “비밀 아지트 형식으로, 추정되는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준비하는 기구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하고 예비비 44억 원을 전격 추진했는데 권당 5억 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20여 억은 정체모를 예산이다. 홍보예산으로 추정된다”며 “거기에 이어 이런 비밀, 대규모 아지트까지 만들어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을 이겨내려고 하고 청와대, 정부가 해야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추진 방식에도 근거가 없다”며 “공무원들이 자기가 있던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왔다고 하면 파견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과연 그런 것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예비비의 경우 국회 예산심의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사안”이라며 “오늘 오전부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적인 조치까지 다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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