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착취 대상, '롯데'
    롯데 15만 서비스 노동자, 평균 월급 고작 103만원
        2015년 10월 22일 07: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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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6학년 때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싶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갔는데 롯데시네마였다. 전주에서 태어나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에 가본 적이 없는데 중학교 3때 졸업여행으로 학교 전체가 롯데월드로 소풍을 갔었다. 놀이동산에 처음 가본 티 안내려고 표정 관리하며 범퍼카, 바이킹을 탄 기억 있다. 20대 초반, 2년 간 호주에서 일했는데 외국인들이 롯데의 과자, 음료, 초콜릿, 껌을 굉장히 좋아했다.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꼈다. 태어나 살아오면서 인생에 좋았던 추억 한 편에는 늘 롯데라는 기업이 있었다. 내 또래들은 모두 롯데에서 일하길 희망한다. 롯데라는 공간에서 울고, 웃고, 땀을 흘리고, 자기의 평생직장으로 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처럼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제가 40, 50대가 돼 우리 아이들에게 젊은 시절 무용담을 들려줄 때 롯데에 대한 자부심만 남게 해달라” -3개월 간 84번의 쪼개기 계약 후 해고당한 김영 청년유니온 조합원

    청년유니온이 외식․유통․관광 서비스부문 ‘2015 청년착취 대상’의 수상자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으로 결정했다. 올해 초 이상봉 디자이너를 패션업계 부문 수상자로 선정한 후 9개월 만이다. 패션업계 청년 노동자들의 고발로 ‘열정페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개선의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지만 청년을 노린 불법행위와 노동착취는 여전했다.

    특히 청년착취대상 두 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신동빈 회장이 운영하는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호텔은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노동자에게 3개월 간 84번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토록 강요하다가 해고한 바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롯데는 사과 입장 표명도 없이 대형로펌을 통한 행정소송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15만 명 서비스 종사자 평균 월급…고작 103만 원

    청년유니온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 청년착취 대상’에서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롯데월드 마스코트인 ‘로티’에게 상장과 꽃바구니를 수여하며 ▲서비스부문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임원진 면담 ▲롯데호텔 부당해고 관련 행정소송의 철회와 사과 ▲재발방지 및 고용안정대책의 마련을 요구했다.

    롯데그룹은 재계서열 5위, 시가총액 28조에 달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롯데가 보유한 브랜드만 15개이고 사업체는 9,300개를 가지고 있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롯데의 주요 사업체에서 일하는 서비스 종사자만 15만 명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온라인 채용공고(207건), 조사대상 업체 경험이 있는 당사자 제보(26건) 등을 통해 롯데 계열사 207개 사업체의 일자리 수준을 분석했다. 그 결과 15만 명의 평균 시급은 5,907원, 평균 월급은 103만 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로떼

    사진=유하라

    노동자 잘근잘근 씹어대는 ‘껌장수’ 롯데,
    고작 청소시간 수당 안주려고 “청소하고 출근 카드 찍어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꼼수’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롯데호텔에서 집단 해고된 청년 노동자 중 1명(26. 남)이 청년유니온에 한 제보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1년 이상 근무한 직원 전원을 해고했다. 롯데호텔은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해고하면서도 퇴직금조차 주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해 ‘추후 고소, 고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불법 합의서에 서명까지 하도록 강요했다.

    롯데시네마는 아예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근로계약 기간을 10개월로 한정했다. 롯데시네마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24. 남)는 제보를 통해 “1년 이상 계속 근무를 시키면 퇴직금, 연차수당 등 추가 인건비 발생을 막기 위해 이런 편법을 쓴다고 들었다”며 “더 일하고 싶으면 2개월 동안 일을 그만 두었다가 재입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만연한 ‘꺾기’는 롯데리아에서도 만연했다. 롯데리아 노동자(24.여)는 청소를 다 끝낸 후 출근 카드를 찍는다고 전했다. 퇴근카드도 청소를 하기 전에 찍는다. 청소하는 시간의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업장에서 지시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그렇게나 중요하게 여긴다는 롯데그룹의 임직원 행동강령은 “우리 동료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내 가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항상 가족처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공동체,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이다.

    “신동빈과 일가족, 집안 권력싸움 아니라
    해고노동자 문제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해야“

    이날 시상식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경옥 사무처장,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 등이 참석해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을 비판했다.

    안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롯데 사태에서 문제가 된 것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지배구조 개선,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 등의 논쟁이었다. 물론 일리 있지만 롯데 사태의 본질, 재벌 문제의 핵심은 탐욕, 독식, 불법, 불공정행위로 일하는 노동자, 청년을 수탈하고 중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짓밟고 시민과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에서 수많은 노동자과 청년이 착취당하고 입점업체, 납품업체들은 갑질을 당하고 있다. 인근 중소상공인들은 지역경제 파괴로 고통스러워하는데 롯데는 굴하지 않고 롯데복합쇼핑몰, 롯데아울렛을 전국에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롯데 계열사인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편의점주들이 편의점주 모임 만들었더니 롯데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듯이 편의점주 모임을 사찰하고 탄압했다”며 “롯데시네마는 어떤가. 생수하나에 1500원에 파고 있다. 독점이 가져온 폐해”라고 했다.

    롯데호텔에서 해고 당한 김영 조합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안 협동사무처장은 “오로지 자신들의 탐욕과 독식이라면 노동자를 수탈하고 청년노동자를 헐값으로 부리고 쉽게 버리고, 중소상공인 삶과 지역경제 짓밟는다. 그 수익이 오로지 오너 일가로, 순전히 일본으로 빠져나간다니 화가 날 뿐”이라며 “신동빈 회장은 오늘 청년착취대상, 중소상공인 말살대상 받기에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저희가 롯데에 ‘2015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하겠다고 했더니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받을 만하다, 수상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얘기했다”며 “신동빈 회장과 가족이 다퉈야 할 것은 롯데호텔 본사 34층 집무실 누가 쓸 것인가가 아니라,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해야한다. 롯데에 협상 제안할 것이며 롯데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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