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노동자, 분노 극에 달해
    “밥 먹다 대통령 TV 나오면 수저 던져“
        2015년 10월 22일 07: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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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의 소위 ‘노동개혁’의 핵심 피해자로 예상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현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노동정책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미조직·비정규직·청년노동자들과 나누는 ‘노동개혁’이라고 정부여당은 주장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정부의 노동정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기득권 집단이기주의라고?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개악 진실 폭로할 것

    민주노총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22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시업무 정규직화, 원청 사용자책임 인정, 특수고용 노동3권, 최저임금 1만원 이런 것들이야 말로 우리의 진짜 요구”라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노동자대회)’를 선포했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4일 있을 노동자대회에서 ‘진짜’ 비정규직의 요구를 밝힐 예정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대회는 오는 11.14 민중총궐기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GM 부평 비정규직지회 신현창 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자녀를 키우고 생활하는 가장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자신의 처지도 그렇지만, 자녀들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는 ‘진짜 노동개혁’은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지회장은 “한국GM 비정규지회는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24일 서울에 모여 싸움을 결의할 것”이라며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는 더 많은 비정규 노동자뿐 아니라, 비조합원도 조직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구권서 지부장은 민주노총을 기득권 귀족노조로 폄하하는 정부여당을 겨냥해 “제가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정규직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민주노총은 30% 이상, 20만 명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조직해있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14만 조합원 중 절반이 넘는 7만 5천 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반박했다.

    구 지부장은 “노동개악을 통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 보호하는 것처럼 헛소리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노동개악의 진실과 모순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폭로하고 박근혜 정권의 사기 행각을 투쟁으로 낱낱이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윤행연 수석부위원장 또한 “우리는 정규직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연봉 2천만 원도 안 되는 우리를 자르겠다고 하는 정부가 똑바로 된 정부인가”라며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2만 2천 명의 조합원이 선전투쟁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비정규

    비정규직 노동자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정부, 일반해고로 비정규직 ‘더 쉽게’ 도려내나
    이미 비정규직 사업장에 ‘쉬운해고’ 파고들어

    정부의 노동개혁안 중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파견허용 업종 대폭 확대 등은 대표적인 ‘비정규직 악법’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파견허용 업종 확대 방안에는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도 포함돼 있어 노동자들에겐 ‘만년 비정규직’을, 재계에는 ‘불법파견 고충을 덜어준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새누리당의 파견법안에는 뿌리산업뿐 아니라, 뿌리 기술에 활용되는 장비제조업무에도 파견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 기계장치와 장비를 납품하는 업무까지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뿌리산업에 파견 허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용접공·주조기술자 등 초단기 파견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우려다.

    민주노총은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은 현재 파견법이 절대금지업종으로 묶어놓고 있는 제조업, 건설업으로 전면적인 파견을 허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전체 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효과를 낼 것이며 파견에 규제장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입법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반해고’는 이미 비정규직 사업장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A~D등급을 정해 분기별로 평가하고 3분기 이상 D등급을 받은 노동자는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노조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상대하기 전에 비교적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사업장에 먼저 저성과자 일반해고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강행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경지부 구권서 지부장은 “지금 공공 대학병원 일부에서 일반해고 법제화도 안됐는데 벌써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개악해서 일상적인 해고가 가능하게끔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있다”며 “주차관리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법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노동개악이 시행된 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벌써부터 끔찍하다”고 말했다.

    비정규 노동자들, 기만적 ‘노동개악’에 분노 극에 달해
    “밥 먹다가 TV에 대통령 얼굴만 나와도 숟가락 집어 던진다”

    신현창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임금인상과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했더니 해고됐다. 어제 봤던 동료가 오늘 아침엔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쉬운 해고가 일상이었다”며 “그래서 노조를 만들었다. 어렵게 노조를 만들었더니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변경한다고 한다”고 개탄했다.

    신 지회장은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어서 싸우고자 노동3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4년짜리 계약, 임금피크제는 사실 비정규직에겐 언감생심, 있을 수도 기대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어차피 우리는 해마다 업체 재계약 과정에서 재계약이 안 되면 비정규직은 해고되기 때문”이라며 “진짜 노동개혁은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지회장은 또한 “저희 회사 비정규직들은 식당에서 밥 먹다가 박근혜 대통령 얼굴만 나오면 수저를 집어 던진다. 욕설하며 나가는 노동자들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구권서 지부장 또한 “일반해고 문제만 하더라도 경직된 고용을 유연하게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만연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 분노를 가슴에만 두고 있지 않겠다. 2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조직해서 투쟁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24일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대회에는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진행되며 약 2500명의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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